[정계개편론] 민국·자민, 총선후 '합방' 할까

2000 03/22(수) 21:14

이해상충 적어 ‘정략결혼’가능성 높아

4·13 총선의 신호탄이 오르기도 전에 ‘정계개편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최근의 정계개편론은 각 당의 선거전략과 맞물려 의도적으로 생산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획득할 수 없다’는 현실성있는 총선 전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총선후 정계개편론의 중심에는 자민련이 서있다. 자민련이 민국당과 합치는 ‘소개편’이 하나고, 자민련·민국당·민주당 3당이 뭉치는 ‘대개편’이 또하나다. 정계개편론을 둘러싼 논의와 전망을 해부한다.<편집자 주>

총선이 끝나면 민국당은 어디로 갈까. 민국당의 거취가 정계개편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민국당의 행로가 주목받게 된 것은 우선 창당 초기부터 바람몰이와 세력화에 실패했다는데 있다. 현재 역량과 총선결과에 대한 예측, 어느 것을 보아도 ‘홀로서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떤 식이든 다른 세력과 연합할 수 밖에 없다는 정황론은 여기서 나온다.

우선 민국당의 현주소와 총선전망을 보자. 민국당은 3월8일 창당 당시 “총선전까지 현역의원 20여명을 끌어모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으로 끝났다. 총선을 20여일 남겨놓은 현재 현역의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조순, 신상우, 김윤환, 김상현, 한승수, 박정훈, 서훈, 노기태, 이수인 의원 등이다. 당내 조율도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중진들이 모두 ‘한가락’한다는 ‘덩치’들이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독자세력화 무망, 동거대상 물색

총선 결과 역시 낙관할 수 없다. “40~50석을 건지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영남과 강원권에서 선전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주조다. 민국당 수뇌부의 생각도 이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에서 15석 정도, 전국구에서 5~6석을 보태 원내교섭단체(20석) 요건에 턱걸이하는 것이 최선의 바램이란 이야기.

하지만 이같은 수뇌부의 소망은 단순히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영남에서 민국당 바람이 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TK-PK 단결’에 바탕을 둔 ‘영남 정권론’이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YS 집권시절 벌어진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골이 한몫을 하고 있다. ‘역사 바로세우기’의 와중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느끼는 TK 정서가 PK와의 동거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

독자세력화가 무망하다면 시너지 효과를 노릴 동거대상을 찾는 것은 당연지사. 일단 한나라당은 민국당의 정략결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민국당이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자 위주로 구성됐다는 태생적 요인 때문이다.

이점은 김윤환 의원이 3월14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정면으로 반박한데서 잘 드러난다. 김의원은 이날 이총재가 ‘재회 가능성’을 시사하자 일축하며 독설로 대응했다.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하고 다시 손을 잡는 일은 없다. 그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내가 사람을 정말 잘못 봤지.”

그러면 민주당은 맞선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한나라당보다는 낫지만 민주당 역시 민국당과 궁합이 썩 맞는 짝은 아니다. 민국당이 영남권에서 반호남 지역감정을 촉발시키는데 총선전략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후 양자가 결합하기 위해서는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지역적 간극을 메꿀 명분이 필요한데 이 점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개체없이 민국당과 민주당이 직접 합당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정치성향 비슷한 자민련이 1순위

마지막으로 남은 대상은 자민련. 민국당과 자민련이 총선후 한방을 쓰거나 적어도 손을 맞잡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지역적 배경이 상충되지 않을뿐 아니라 양당 인사의 성향도 근접성이 높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충청권을 배후로 한 자민련과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민국당이 합당하면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자민련의 총선 전망이 어두운 점도 양당간 합당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자민련이 이번 총선에서 목표로 하는 의석수는 지역구 77석과 전국구 14석으로 모두 91석. 현재 의석보다 41석이 늘어난 전망치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측은 자민련의 기대와 정반대다. 의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텃밭인 충청권은 물론이고 대구·경북, 강원도가 모두 공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을 선봉으로 한 민주당과 김용환 의원의 한국신당이 충청권을 위협하고 있다. TK지역과 강원도는 민국당이 끼여들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자민련이 DJP 공동여당을 성립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무기는 ‘머릿수’에 있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위한 최소한의 의석이 없었다면 DJP 연대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따라서 자민련에게 4·13 총선 참패는 단순한 패배에 그치지 않게 된다. 군소정당으로 추락하고, 캐스팅 보트로서의 입지도 상실하고, JP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 된다. 자민련은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일단 염두에 두었던 듯 하다. 정계개편론에 불을 당긴 장본인이 이한동 자민련 총재란 사실이 이것을 시사한다.


정계개편론에 맞장구

이한동 총재는 2월29일 “16대 총선 후에는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정계개편론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발 더 나아가 “자민련은 총선 후 내각제를 지지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3월6일 이 총재는 더욱 강도를 높였다. “총선 전이라도 보수의 이념과 내각책임제 실현에 뜻을 같이 한다면 어느 정당, 정파, 세력, 정치인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 자민련의 정계개편론에 민국당 김윤환 의원이 맞장구쳤다. 김 의원은 3월6일 “총선이 끝나면 어차피 야당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윤환 의원이 말한 ‘야당개편’은 어떤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까. 아무래도 민국당이 야권으로 머무른다는 전제 하에 차기대선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민국당이 야권으로 남는다면 소수 야권인 자민련과 손을 잡게 될 것이다. 이른바 ‘소개편’이다. 소개편을 전제하고 차기대선을 생각한다면 한나라당의 일부 세력을 영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자민련과 민국당, 한나라당 이탈세력이 뭉쳐 1여3야를 1여2야 구도로 개편한다는 말이다.

현재 상황에서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이 합치는 ‘대개편’을 논하기는 이르다. 대개편의 전제조건 충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제조건은 첫째 4·13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약진하고 민주당이 부진’하고, 둘째 ‘자민련과 민국당이 모두 약체화’하는 것이다. 만약 이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민주당은 자민련과 민국당을 동시에 끌어들일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낄 것이다. 자민련과 민국당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머릿수’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총선전 소개편은 어렵다. 총선 후에도 소개편이 될지, 대개편이 될지는 각 당이 얻게 될 ‘머릿수’에 달렸다. 분명한 것은 합종연횡이 유권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민국당 창당전 신상우 의원이 한 말. “한국에서 하나 좋은 것은 정당을 설립하는데 별다른 특허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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