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를 향한 민국당의 사모곡은 애절하다. YS의 지지를 끌어내기만 하면 ‘영남발’민국당 돌풍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국당의 끈질긴 구애에도 YS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9단’3인방 중 유일한 비현역 YS의 총선후 포부는 무엇일까.

민국당 합류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YS의 입’ 박종웅 의원이 3월16일 한나라당 잔류 의사를 비쳤다. 박 의원이 한나라당에 남는다면 그것은 왜일까. 박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나의 거취를 김 전대통령의 뜻에 따른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 말씀이 없었다. 별다른 말씀이 없으면 그대로 갈 것이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보자면 YS는 민국당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이 돕더라도 민국당이 돌풍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민국당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면 굳이 나서서 야권분열 책임을 덮어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YS의 내심이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S가 민국당을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말은 그치지 않는다. YS 스스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겠다”고 말해 그의 거취를 둘러싼 관심을 증폭시켰다. 총선후 YS의 정국구상은 본인이 밝히기 전에는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YS가 체질상 단순히 야인으로 머무는데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일부에서는 YS가 오히려 총선후 이어질 대선정국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고있다. 차기대선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것. 이같은 시각에서 본다면 YS의 4·13 총선 밑그림은 ‘민국당은 지렛대로 생존시키되 한나라당에 지나친 상처는 주지 않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현단계에서 자신이 민국당을 민다고 해도 민국당이 약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4당체제를 유지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에 잔류하는 박종웅 의원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가 되면 이회창 총재의 힘을 안에서 약화시킬 복병으로 남겨둔다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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