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프로젝트, 질병치료에 획기적 전기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지 불과 반세기만에 과학자들은 인간의 생명암호를 해독하기에 이르렀다. 인류의 삶을 뿌리채 바꿔놓을 유전자 혁명의 역사를 살펴본다.


연구

오는 5월이면 미 국립보건연구소(NIH)가 주도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10개 연구소가 유전자 배열체계의 마지막 고리를 풀고 30억개에 이르는 DNA배열 지도를 완성하게 된다. 완벽한 DNA지도는 2003년에야 가능겠지만 크레이그 벤터의 셀레라사와 같은 기업도 유전자배열을 해독해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릴랜드 로크빌에 자리잡은 셀레라는 NIH보다 훨씬 낳은 유전자지도를 만들기 위해 20조 바이트 용량의 컴퓨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경쟁의 와중에서 초고성능 DNA분석기를 제작하는 PE사만 큰 돈을 벌었다. PE사는 20만달러짜리 기계 200대를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소에 판매했고 자회사인 셀레라에도 300대를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경쟁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단선적 유전자 구조가 아니라 수십개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반도체 기판의 집적회로 대신 DNA를 배열한 바이오칩을 사용해 특정 약물의 생화학반응 과정을 알 수 있게 되면 약물 거부반응을 완전히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복제

복제양 돌리의 조기 노화 현상이 발견되자 과학자들은 긴장했다. 연구결과 돌리의 세포는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머가 다른 동물보다 훨씬 작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텔로머는 세포 노화과정을 통제한다. 이때문에 과학자들은 텔로머의 조작을 통해 세포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모든 복제 세포가 쉽게 늙는 것인지, 아니면 이안 윌머트가 돌리복제에 사용한 방법의 특수성때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윌머트가 성인동물을 복제하는데 성공한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소와 쥐 등에 적용해왔고 인간복제 기술은 시간문제가 됐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인간세포를 성공적으로 복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세포가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실험을 중단했다.

한편 돌리의 탄생은 인간복제 가능성에 대한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19개 국가가 즉각 그같은 실험을 금지했다. 그러나 리처드 시드와 같은 과학자는 10년내에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깡총깡총 뛰는 복제 아기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복제기술의 진정한 혜택은 인간복제가 아니라 세포복제에 있다. 세포복제는 이식의 가장 난점인 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동·식물 적용

과학자들은 추위에 강한 토마토를 만들기 위해 가자미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토마토와 교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같은 실험은 지난 20여년간 유전자혁명의 놀라운 성과를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여러가지 시도중의 하나다. 저당도 딸기나 녹말이 풍부한 감자 등 기적같은 생산물은 세계적인 식량부족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초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있는 목화나 감자가 만들어지면 살충제를 뿌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부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이같은 신제품이 내성이 강한 ‘슈퍼해충’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공 씨앗이 바람에 흩날리거나 곤충을 매개로 다른 식물과 잡종교배될 경우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몇가지 연구에 따르면 이같은 징조는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생화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전공학의 발전이지만 인류의 관점에서 보면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만병통치약은 가능할까

암예방 주사라든지 알콜치료 알약이나 심장마비방지 주사 등 환자에게 정상인의 DNA를 주입함으써 지금보다 효과적이고 거부반응이 적은 유전공학 치료제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1990년 면역기능 장애 소녀가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에 성공했다. 그 후 암이나 혈우병 등 다른 질병에도 이같은 치료방법이 실험적으로 적용됐으며 심장병 환자의 혈관을 성장시키는 분야에서 가장 큰 진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DNA를 신체에 주입시키는 과정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또 유전공학을 통해 아기의 성을 선택할 수 있고 조만간 지적능력이나 미모 등까지 고를 수 있게 되면 엄청난 윤리적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법은 이제 시작단계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온 의료기술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다.


윤리

유전공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유전자조작은 인류가 수백년간 해온 일이라고 주장한다. 부모가 결혼상대를 결정하고 사회는 친족간 결혼에 대해 금기시해왔다. 아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고르는 것이 잘못인가.

그러나 또다른 쪽에서는 결과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인간을 상대로 유전자조작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론을 가한다. 토마토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과 어린아이의 유전자조작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배아세포에 대한 연구는 금지돼 있으며 올 여름 의회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수사국(FBI)의 유전자 은행 설립을 계기로 불거져 나온 개인비밀문제도 논란거리다. 당신의 유전자 정보를 검사해 직업선택을 제한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유전자정보의 소유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누군가 당신 아이의 파란 눈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유전자의 재산가치

인간 게놈 연구결과를 상품화하기 위해 많은 민간기업이 특허출원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 특허청은 유전자배열과 관련된 특허권만 이미 1,800여개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중 상당수는 식물유전자 분야이지만 인간유전자 분야로 확산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오 관련 기술이 돈벌이가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엔터메드사가 그 예다. 지난해 5월 이 회사가 암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있은 뒤 주가는 30% 가량 오르다 폭락했다. 사람들은 암치료제 개발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임상실험 등 몇년이 더 걸릴지 모르고 그사이 회사는 부도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과연 누가 유전자의 소유권을 갖게 될 것인가. 발견한 과학자일까, 연구비를 댄 회사인가, 아니면 클린턴 대통령이 발표했듯이 전인류의 것인가. 긍극적으로 유전자 소유권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정보 해독의 역사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클릭이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

1969년 하버드대 의대팀이 최초로 유전자를 분리.

1970년 위스컨신대 연구팀이 유전자를 조합.

1983년 생화학자 캐리 멀리스가 DNA복제 기술을 개발.

1984년 영국의 과학자가 유전자지문 인식기술을 개발.

19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시작.

1995년 5월 듀크대 의학센터가 돼지의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수술 성공.

1997년 2월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가 양 복제에 성공.

1998년 5월 셀레라사가 2001년까지 인간의 게놈을 해독하겠다고 발표.

1999년 5월 복제 돌리의 세포 조기노화현상 발견

2000년 인간 게놈프로젝트, 첫 DNA배열 지도 완성.


정리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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