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들어가서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주문했는데 나중에는 그 쪽에서 (e메일로) 연락이 오더라고. 상당히 많은 양의 추천 도서 목록이었는데 모두 관심있는 책이었어. 생각해 보니까 이 친구(아마존)들이 나의 구매 패턴을 분석한 뒤에 내가 구입할 만한 도서 목록을 만들어 보낸거야. 이런 책도 있구나! 감탄도 하고, 보는 책마다 탐이 나서 안살 수 가 없었어요…”

지난해 11월 일본 쓰시마섬에서 열린 제1회 한일교류좌담회(한국일보·요미우리 신문 공동 주최)를 취재하기 위해 이어령 선생과 동행했다. 행사 기간 내내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이 담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지금도 그때의 이야기를 인상깊게 떠올리곤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관한 것이다. 요점은 인터넷의 특성중 하나인 개인과의 쌍방향성 커뮤니케이션 현상과 그러한 특성과 기능들이 만들어낼 앞으로의 세상에 관한 일종의 문명론이었다고 기억된다.

요즈음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이 ‘인터넷 TV’에 관한 이야기다. 기존의 TV에 셋톱박스(set-top box)만 달면 인터넷과 쇼핑, 정보검색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형태의 TV이다. 기성 세대도 가정에서 손쉽게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TV의 특징도 역시 쌍방향성 커뮤니케이션이다.

이같은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변화는 미디어와 개인의 관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미디어는 거대해지는 동시에 작아지며, 섬세하게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이종(異種)의 거대 미디어가 서로 합병해 시간과 장소, 장르를 초월한 통합적 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중이다. 새로운 거대 미디어의 수용자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대중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의 거대 미디어는 과거처럼 수용자를 함부로 취급하지 못하게 된다. 개인 수용자는 그렇게 ‘불손한’ 미디어와는 바로 담을 쌓아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수용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주문식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거대 미디어로부터 극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인터넷 시대의 미디어는 개인의 인적사항과 취향, 심지어는 인생관과 사소한 삶의 태도까지 자세히 파악해 서비스하는 ‘섬세함’을 생명으로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각자가 이용하고 있는 다양한 미디어로부터 여러 가지 기발한 제의와 정보를 제공받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미디어가 잊어버린 아내의 생일을 알려주면서 아내가 좋아하는 선물을 어디서 싸게 살 수 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령 선생이 예를 든 아마존은 수많은 방문 고객들을 일일이 분석해 ‘공략’하는 섬세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제공받은 프로그램을 자기에게 맞게 가공한다든지,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따로 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개인중심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사실 현재의 TV프로그램들은 월드컵 결승전이나 선거개표 방송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시간으로 굳이 전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이때문에 맞춤 서비스 형식의 프로그램 제작과 데이터베이스화가 미래의 미디어 서비스에서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디지털 비디오화해 전자공간상에서 개개인에게 자유롭게 유통되는 그런 세상이다. 서비스의 주체도 궁극적으로는 거대기업에서 개인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인터넷 사이트의 형태로 출발한 개인 프로그램 제작자는 ‘개미군단’을 형성해 ‘디지틀 비디오’의 유통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인터넷시대는 극단적으로 개인화한 정보를 중요시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시대와 문명의 발전에 의한 진정한 개성화(personalization) 시대로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김철훈 hk뉴스포탈 뉴스컨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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