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향방은 대체적으로 한나라당의 ‘근소한 승리’쪽으로 기울고 있다. 물론 아직 선거일까지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여러가지 변수가 남아있다. 때문에 제1당의 고지를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어느 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1당의 위치는 총선후 정국주도의 칼자루를 쥐는 것과 같다. 특히 집권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제1당’의 위치에서 밀려날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국정운영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어쩌면 정권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3월28일 16대 총선 후보등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전국적인 판세는 각 당의 우위지역이 민주당 98곳, 한나라당 105곳, 자민련 19곳, 민국당 2곳, 한국신당 1곳, 무소속 2곳으로 나타난다. 227개 지역구중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7개 정도 뒤져 제1당은 한나라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과반의석 확보정당 없을듯

그러나 10석 이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접전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얼마든지 뒤바뀔 수도 있다. 7석 정도의 차이는 3~4개 선거구의 순위가 바뀌면 역전될 수 있다. 이같은 분석은 한국일보사와 여론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해온 미디어리서치사의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각 선거구 현지 탐방 결과, 한국리서치를 비롯한 다른 여론조사기관 및 다른 언론사의 조사 자료 분석, 역대 선거 결과 분석및 각 정당의 자체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서 얻어진 것이다.

우선 선거판세에 대한 이같은 결과는 우선 여야 주요 정당중 누구도 과반의석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확인시켜 준다. 물론 원내 제1당은 지금의 추세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한나라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후에도 현재의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순의 원내 의석 분포가 이뤄져 자민련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소지도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제4당으로 새롭게 출현한 민주국민당의 세는 현재로선 ‘미풍’에 그치리라는 분석이다.

각 당의 우위를 다시 우세, 백중우세, 경합우세 등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눠 판세를 살펴보면 선거전의 양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 시기나 기관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모든 조사에서 1,2위의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나는 곳을 우세, 5~10% 포인트인 곳을 백중우세, 5% 포인트 이내의 오차범위 안에 있는 곳을 경합우세로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은 우세 62, 백중우세 25, 경합우세 11곳으로 집계됐다. 한나라당은 우세 73, 백중우세 22, 경합우세 10곳, 그리고 자민련은 우세 9, 백중우세 4, 경합우세 6곳 등으로 조사됐다. 민국당은 경합우세 2곳, 한국신당은 백중우세 1곳, 무소속은 우세 1, 백중우세 1곳 등으로 각각 분석됐다.


서울·경기등 수도권이 최대승부처

지역으로 나눠보면 최대승부처인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강구도가 뚜렷하다. 여론조사 추이상 서울에선 한나라당, 인천 경기지역에선 민주당 후보들이 대부분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에선 한나라당, 인천 경기에선 민주당 우위 지역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은 우세 20, 백중우세 6, 경합우세 2곳이며 한나라당은 우세 7, 백중우세 8, 경합우세 2곳 등으로 각각 분석됐다. 서울지역의 개별 선거구를 살펴 보면 공천 초반 출마 예정자의 지지도 격차가 컸던 지역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접전지역 가운데 일부는 점차 우열이 드러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선 민주당이 우세 1, 백중우세 3, 경합우세 1곳이며 한나라당은 우세 2, 백중우세 3, 경합우세 1곳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경기는 민주당쪽이 우세 11, 백중우세 8, 경합우세 7곳이며 한나라당은 우세 6, 백중우세 5, 경합우세 2곳이고 자민련의 경우 우세 1, 경합우세 1곳 등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선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일수록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표심의 기류변화가 많이 반영돼 있다.

수도권에서의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 구도의 강화현상은 자민련의 급격한 퇴조로 확연히 드러난다. 자민련은 현역의원이 출마한 4개 선거구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한동 총재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강원도와 충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전 양상도 눈에 띈다. 강원도의 판세는 민주당이 우세 2, 백중우세 2곳이며 한나라당은 우세 1, 백중우세 1, 경합우세 1곳, 그리고 자민련과 민국당이 각각 경합우세 1곳 등으로 나오고 있다. 충북에선 민주당이 백중우세 1, 경합우세 1곳이고 한나라당이 경합우세 1곳, 그리고 자민련이 우세 2, 백중우세 1, 경합우세 1곳 등으로 나타나 ‘자민련 아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했다.


충청권 자민련 절대우위 사라져

이처럼 충·남북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종전의 선거결과와는 달리 자민련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미 충북에서 자민련은 ‘절대적 우위’를 상실한지 오래됐고 대전·충남에서조차 다른 당의 입성을 허용할 수준에 이르렀다.

김종필 명예총재가 선두에 서서 충청도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등 ‘배수진’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오히려 젊은 층에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민련의 원래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섣부른 예측마저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각 정당의 텃밭중 부산에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광주에선 무소속의 강운태 후보, 그리고 울산에선 무소속의 정몽준 후보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북은 민주당이 거의 전의석을 석권할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고 있고 경남·북은 민주국민당의 김윤환 후보가 나선 구미와 민주당의 김중권 후보가 나선 봉화·울진 등에서는 박빙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으나 그외의 모든 선거구가 한나라당의 독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고태성·정치부 기자


고태성·정치부 tsg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