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다가온 봄날씨 탓일까, 2000년 봄의 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물경기가 뚜렷이 살아나고 4월13일 총선 특수까지 겹치는 등 주류업계에 ‘순풍’이 밀려오면서 소주, 맥주, 위스키 등 업체마다 애주가들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 및 판촉활동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부드럽고 예쁘게… 뜨거운 소주시장

지난해 소주시장을 강타한 진로의 ‘참眞이슬露’ 열기가 2000년에도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이다. 1999년 야심작으로 내놓았던 ‘미소주’가 ‘참眞이슬露’에 대패한 두산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맹렬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두산은 최근 소주시장의 패턴이 ‘저도주(底度酒)’로 이행하고 있는 것에 맞춰 현재 소주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23도 소주’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소주 본래의 맛을 잃지 않은 ‘뉴그린’을 선보였다. 두산은 최초 음주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여성 음주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착안해 보수적인 술꾼 외에도 N세대와 주부들을 타깃으로 선정, 인터넷 판촉행사(N세대)와 대형 할인매장 행사(주부)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구매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眞이슬露’의 돌풍으로 현재 수도권 시장의 80% 이상(전국 53.5%)을 장악한 진로는 전국 도매상과 일선 판매망 조직을 다지는 등 ‘참眞이슬露’의 위상 지키기에주력하고 있다. 업계 3위인 보해 역시 진로-두산의 양자구도를 깨기 위해 최근 ‘천년의 아침’이라는 300㎖짜리 ‘작은’ 순한 소주를 내놓고 소주전쟁에 가세했다.

소주업체의 뜨거운 경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각 사의 광고전략이다. 진로와 두산은 각각 시장을 지키고 또 빼앗기 위해 자사 소주광고에 미녀 탤런트인 황수정, 송윤아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진로는 최근 MBC 드라마 ‘허준’에서 전통적이고 다소곳한 여인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황수정을 기용, 전통의 소주 ‘참眞이슬露’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두산은 ‘젊고 깨끗한 이미지’의 송윤아를 기용, 진로와의 차별화를 통한 시장탈환에 주력하고 있다. 소주전쟁이 미녀 탤런트의 대리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고급스럽게… 위스키 시장 각축

위스키 시장의 1위 업체인 두산씨그램에 하이스코트(하이트 계열)와 진로발렌타인스(영국 얼라이드 도맥과 진로의 합작법인)가 각각 ‘딤플’과 ‘임페리얼’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선 단일 품목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딤플’과 ‘임페리얼’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딤플은 지난 1월 진로와 얼라이드 도맥의 제휴협상이 늦어지는 틈을 이용해 위스키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32.8%의 점유율을 기록, 감격의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동안 임페리얼은 점유율이 29.5%로 추락했다. 그러나 2월에는 임페리얼이 다시 34.1%로 선두로 복귀해 30.5%를 차지한 딤플을 제쳤다.

전체 위스키 시장의 1위 업체인 두산씨그램은 주력 제품인 ‘윈저’ 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시바스 리갈’ 시리즈를 내세워 시장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전국 대리점과 유흥업소를 밀착 마크하는 것과 함께 대형 할인매장과 슈퍼마켓에 ‘맞춤식 지원’을 통해 판매량 증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통의 위스키 소비처인 대형 유흥업소 외에도 젊은이에게 인기가 높은 웨스턴 바나 카페 등을 틈새시장으로 선정해 담당 영업사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윈저와 시바스 리갈의 인지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브랜드 1위(임페리얼)를 지켜온 진로발렌타인스도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앤드루 쿠시맨 사장과 한기선 부사장은 3월6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200개 도매상을 15개 권역별로 순회하며 간담회를 가졌다. 진로발렌타이스 관계자는 “이 순회를 통해 과거의 강력했던 임페리얼 영업망의 재구축과 관련된 결의를 다졌다”고 말했다.


시원하고 세련되게… 맥주 판촉경쟁

지난해 OB맥주가 카스맥주를 인수, 3각 체제가 무너진 맥주시장에는 연초부터 OB맥주와 하이트맥주의 대대적 판촉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OB맥주는 2000년 초반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스포츠 마케팅에서 찾고 있다. OB맥주는 포항 스틸러스 축구단 등 4개 축구단을 비롯해 두산베어스 등 3개 야구단과 계약을 맺어 지역마케팅에 스포츠를 접목한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본격적인 봄철 판촉광고를 통해 ‘형제맥주’인 OB맥주와 카스맥주의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제고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OB맥주와 카스맥주의 협공에 직면한 하이트맥주는 ‘브랜드 리프레시(Brand Refresh)’와 새로운 광고모델 기용으로 맞설 예정이다. 우선 4월1일부터 하이트 맥주의 상표를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꾸는 한편 인기탤런트인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해 기존의 광고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신규 광고를 함께 내보낼 계획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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