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웨어 혁명] 보여주는 속옷… 은밀함을 거부한다

2000 03/29(수) 23:30

이너웨어에 부는 퓨전바람

정통과 이단에 대한 구분이 명확한 유교사상의 영향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혼혈’이나 ‘잡종’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잡종 강세’라는 말처럼 오히려 잡종이 환영을 받기도 한다. ‘잡종 강세’란 말 그대로 잡종이 생육, 생존력, 번식력 등에서 양친보다 우수한 성질을 갖는 현상으로 1760년대 독일의 식물학자인 J.G. 쾰로이터가 발견했다. 이 말은 생물학 용어에서 벗어나 사회, 경제적 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

IMF체제 이후 세계 자본주의의 큰 흐름에 편입된 한국에서도 전 분야에 걸쳐 흔히 ‘퓨전’(fusion)이라고 불리는 ‘잡종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퓨전 현상’은 언더웨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 속옷개념 벗어난 다기능

우선 속옷과 겉옷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2000년 언더웨어 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된, 소위 ‘원마일 이너웨어(one mile inner wear)’로 불리는 복합기능 속옷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원마일 이너웨어’는 집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의 외출이 가능한 속옷. 분명히 속옷이지만 디자인, 색상, 소재 등이 평상복과 비슷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남방이나 가디건, 티셔츠 등을 겹쳐 입으면 가까운 거리의 외출은 물론 주위가 어둑어둑해지는 밤에는 집 주변으로 산책을 나갈 수도 있다. 현재 원마일 이너웨어를 다량으로 출시하고 있는 브랜드로는 보디가드, 임프레션, 제임스 딘 등이다.

‘은밀한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는 전통적인 속옷의 임무를 거부하는 ‘보여주는 속옷’도 각광받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유지영 대리는 “여성 란제리의 경우 1999년까지만 해도 브래지어의 이음선이 없거나 바지를 입었을 때 팬티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성패를 가름하는 기술력이었으나 요즘에는 거꾸로 예쁜 언더웨어를 입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리에 따르면 브래지어의 경우 어깨끈을 구슬이나 투명한 실리콘으로 처리, 자켓을 벗어 브래지어의 일부가 노출되어도 어색하지 않는 제품이 등장했다.

‘퓨전 현상’과 함께 연령과 신분 등에 따라 차별화한 기능을 갖는 ‘맞춤형 언더웨어’도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 맞춤형 언더웨어는 ‘1318 언더웨어’와 ‘임부용 언더웨어’. ‘1318 언더웨어’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13~18세의 사춘기 소녀를 위한 속옷이다.

이 시기의 소녀는 가슴이 급격히 발달하는 만큼 ‘1318 언더웨어’는 이를 보완해 올바른 체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1318 언더웨어’를 생산하고 있는데 BYC에서는 르쏭, 쌍방울에서는 쥬니어 샤빌, 비비안에서는 주니어용으로 틴틴브라가 출시되고 있는데 가격은 1만500원에서 1만3,000원선이다.


산모용 맞춤속옷 등 다양

임산부를 겨냥한 기능성 언더웨어도 다양화하고 있다. 신영와코루의 ‘오르화’는 임신 초기 단계에서부터 출산 후까지 임산부의 신체변화에 따른 기능성 속옷을 선보이고 있다. ‘산전용 거들’은 임신으로 인해 크고 무거워진 복부를 압박하지 않고 받쳐 올려주도록 설계, 허리와 복부를 편안하게 만들어 요통을 경감해준다.

또 복부의 피부나 근육의 이완을 예방, 산후에 몸매를 원상회복 할 수 있도록 보조해 준다. 가격은 8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일반 거들보다는 매우 비싼 편이다.

‘산전용 거들’이 있으니 당연히 ‘산후용 거들’도 있다. 출산후 두터워진 임신 지방의 제거는 산후 6개월동안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 ‘산후용 거들’은 산후 복고기능에 맞춰서 단계별로 하복부, 허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관리, 바디라인을 만들어 준다. 이밖에도 태아의 성장에 따라 점점 커가는 복부를 충분히 감싸주는 ‘산전용 팬티’와 ‘임산부용 전용 브래지어’도 고가에 출시되고 있다.

숯 황토 맥반석 등 몸에 좋다는 성분을 첨가한 기능성 속옷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쌍방울은 전자파 흡수, 원적외석 방출, 습도조절, 부패방지는 물론 각종 미생물의 번식을 방지하며 탈취기능까지 있는 숯성분을 함유한 ‘참숯 내의’를 내놓았다.

또 좋은사람들, BYC 등에서는 원적외석을 방출하고 생리작용을 활성화하는 황토 성분을 가미한 ‘황토 내의’와 인체의 땀냄새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데오니아’를 개발, 2000년 언더웨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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