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는 사회제도나 법률은 어떠한 형태로 변화될 것인가? 아마도 지적 재산권으로 대표되는 ‘무형의 재산’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한다.

이미 언론에서도 여러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소위 ‘영업방법’(business model)에 대해서도 특허를 인정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를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이를 따를 것이라 생각된다. 단순히 선진적인 제도를 모방한다는 것이라기 보다 자국의 이익도 동일한 강도로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business model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조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선진 디지털 경제가 한다고 해서 우리도 무턱대고 business model에 특허를 인정하는 것은 그 제도가 가지는 참다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붐이 일고 있는 인터넷 경제에 역효과를 미칠 수 있다. 마치 얼마전 한국에서 있었던 초기의 벤처 캐피탈처럼 자금 대출에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한번 짚어보고 가자는 것이다.

미국에서 영업방법에 대하여 특허를 인정한 판결은 TheStreet.com 사건이다. 이 사건은 특정한 내용이 구현된 컴퓨터 시스템에 대하여 특허를 인정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었다. 이제까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특허를 인정해왔기 때문에(물론 이도 최근 10년내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형식상으로는 특별히 주목을 받을 만한 새로운 판결도 아니었다. 다만, 이 시스템에서 구현된 내용이 기존에 금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던 금융기법이었다는 점이 특별했다.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기존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특허를 인정한 법논리를 번복해야 문제가 된 특허를 무효화시킬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특허를 인정한 선례를 번복할 수 없어 결국 금융기법이 구현된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법은 원칙적으로 바뀐 것이 없는 셈인데 이 판결을 계기로 미국의 특허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는 또하나의 새로운 법익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및 e-commerce의 급팽창과 맞물려 경제에 핵폭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e-commerce가 보편화함에 따라 특정 특허권자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인터넷 특허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분쟁이 법원에 계류중이며 이에 따라 새로운 법이론이 속속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감안, 한국의 입법과정에서도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성급하게 유행을 좇아서 섣부른 입법을 하였다가는 오히려 21세기의 사이버 경제, 디지털 경제를 제약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디지털 경제 사회에서는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의 인간형이 요구된다. 하찮은 아이디어라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이 디지털 경제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바꾸고, 또 개인에게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독특하고 창의성있는 아이가 학교공부 잘 하는 우등생보다 대우받는 시대가 온다. 지금까지도 말로는 창의성있는 교육을 내세웠어도 실제로는 학교 공부 잘 하는 우등생이 선호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도 벌고 인정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재산으로 보호하여 주는 것이 바로 지적 재산권이다.

마치 농경 시대에는 토지법을 중심으로 한 물권법이, 중상 시대에는 상사법을 중심으로 한 채권법이 발달하였듯이, 디지털 시대에는 특허법 등 무형 재산권법이 발달하리라 기대된다. 따라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외우고 반복하는데 너무 많은 정열을 소비하지 말라. 왜냐하면 이미 책에 나와 있는 것은 특허로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해찬·미국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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