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삶의 정상적인 과정중 한부분이며 너의 문제일 뿐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주인공 패치가 말했듯이 죽음이란 맞서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위엄을 갖고 맞이해야 할 삶의 종착지다. 이는 죽음을 인간답게 맞이하면 집에 돌아온듯 편안해진다는 의미다.

요즘 죽음과 관련, 많이 회자되는 말로 뇌사, 장기이식, 안락사와 같은 것이 있다. 특히 인간의 존엄한 죽음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안락사다. 적극적인 안락사를 찬성하는 경우 고통이 너무나 심해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환자의 뜻을 받아들여주는 것이 의료인으로서 보다 윤리적일 수 있다.

또한 말기 환자의 경우 신체적인 증상의 조절과 더불어 정서적, 영적, 사회적 측면의 고통에 대해서도 전인적인 접근을 통해 조절해주는 호스피스 치료야말로 환자의 통증에 대한, 나아가 안락사에 대한 최상의 대안이 된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다면, 더구나 위엄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면 모든 국민이 필요시에 언제라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1960년대에 시작된 한국의 호스피스는 40여년이 지난 지금 전국적으로 60여개의 기관이 있으나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서 취약하고 많은 수의 말기 환자를 돌보기에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

호스피스의 필요성은 점차 인식되어져서 1994년에 논의된 의료보장 개혁과제에 호스피스가 포함된 이래로 의료보험에 ‘호스피스’라는 항목이 생기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가의 제시가 없어서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레이건 대통령 때 의회에서 TEFRA(호스피스 보험과 관련된 법)가 통과된 이후로 호스피스 기관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병원이나 간호기관에서 환자의 상태가 말기라고 판정되면 자연스레 호스피스 기관으로 의뢰하게 되어 말기 환자와 가족이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또한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미 호스피스는 법제화해 제도권속으로 들어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홍보, 전문인력 육성, 보험수가체계 확립, 후원자에 대한 세금감면 등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년간 20만명(복지부 1998 통계)이 넘는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행복한 삶을 살며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최화숙·이화여대 호스피스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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