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보다 쉬운 인터넷’.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발간한 한 인터넷 입문서가 내건 슬로건이다. ‘21세기 여자는 인터넷으로 산다’는 다소 거창한 제목의 책도 출간돼 있다. 이처럼 여성용 인터넷 서적들은 ‘인터넷은 쉽다’ ‘인터넷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으로 이같은 현상을 “여성은 인터넷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생각하고, 인터넷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앞의 ‘여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내 주위의 ‘아줌마’들을 살펴보면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최근 일부러 관심을 갖고 둘러봤는데도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주부는 손꼽을 정도였다.

이들 ‘넷맹’(인터넷 맹) 아줌마들의 공통점은 지나치게 인터넷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가 고장이라도 날까봐…”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는데…”라고 말하며 인터넷에 접근하기 조차 꺼린다.

반면에 이들은 생각보다 심한 ‘인터넷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누구 엄마는 아이 숙제를 인터넷으로 해결했다는 소리, 인터넷이 아이들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불안해 하기도 한다. 한 아줌마는 “학교에서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과제를 내주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실력’이 들통나 ‘구박’을 당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엄청난 존재’라는 허상을 갖고 있다.

이같은 ‘넷맹’아줌마들의 모습은 인터넷 업계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을 생각하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직업 모델이 창출되고 있는 인터넷 업계는 여성의 활동이 대단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hk뉴스포탈의 경우에도 직원 모집을 하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응모한다. 질적으로도 우수해 채용되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인터넷 시대에는 아줌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줌마들이 미래의 서비스 제공자, 혹은 수요자로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는 아줌마층을 공략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비즈니스는 이미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터넷 시대에 주부가 합류한다면 우리나라는 확실한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말하자면 아줌마들이 인터넷에 적극 참여할 경우 우리 사회는 각 방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은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고, 여성의 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혁명적인 도구라고 믿고 있다.

한국전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인구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였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같은 수치는 인터넷 열풍에 힘입어 그 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몇 달 사이에도 여성 인터넷 인구는 급격히 늘어났을 것이다.

또 초고속망의 보급이 확산돼 가정에서도 회사 수준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면 주부 인터넷 인구는 자연히 늘어나리라고 본다. 인터넷에는 여성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득실득실’하기 때문에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줌마들이 인터넷에 대한 두려움은 있어도, 그리고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소외돼 왔어도 인터넷을 하겠다는 욕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부가 3월2일부터 시작한 ‘100만 주부 인터넷교육’에 신청자가 폭주한 것이 그 증거이다. 아줌마들은 ‘넷맹’이라는 치욕을 벗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교육장으로 몰려들었다.

인터넷은 생각보다 쉽다.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싱거울 정도로 쉽다. 정말 설거지보다 쉽다. 인터넷 강국과 보다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염원으로 아줌마들의 참여를 촉구한다. 아줌마 파이팅!

김철훈 hk뉴스포탈 뉴스 컨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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