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배우 박미진(24). 그녀는 학창시절 때까지 만해도 남 앞에서는 목소리조차 안나올 정도로 수줍음 많은 소녀였다. 중학시절 하도 키가 작고 숫기가 없어 학교에서 기계체조 선수로 뽑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다수의 관중 앞에서도 시선을 의식치 않고 옷을 벗을 수 있다. 남자 배우와의 농도짙은 정사신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작품에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설 때만이라는 단서가 따라붙는다.

그녀는 국내 16㎜ 에로 영화 배우중에서도 몇 손가락안에 드는 톱스타다. 지난해 박선욱 감독과 찍은 ‘두나의 광기’가 5,000개 이상 팔렸고 4월 출시 예정인 ‘가시나無’(이상 박선욱 감독)에서 주연을 맡아 제1회 에로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과 포즈상도 수상했다.

지난주 동대문 시장에 의상을 구입하러 갔다가 휴가나온 군인 아저씨에게 사인 공세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169㎞, 50㎏의 휠친한 키에 기계 체조로 다져진 34-22-35의 균형잡힌 몸매는 같은 여자 배우도 부러워한다.


베드신 찍고 나서 남몰래 눈물

대부분이 그렇듯 박씨도 우연치 않게 에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여상을 나와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중 고모의 권유로 토털 미용실에서 피부관리사로 1년반동안 일했다. 친구의 권유로 8개월여간 행사 도우미로도 활동했다.

그러다가 ‘뭔가 남들과 다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차에 에로 배우 일을 하는 한 후배의 소개로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뛰어든 것이 이렇게 됐다. 데뷔작은 지난해 1월 출시된 ‘FD 수첩’(김성수 감독). 몰래카메라 형식을 빈 작품으로 스토리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사신만 하는 전형적인 에로물이었다.

“처음 스탭이 보는데서 옷을 벗을 때는 정말 수치감에 주위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베드신 촬영을 끝내고 나면 혼자 화장실에 남 몰래 울곤 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여가 흘러가자 마음에 변화가 오더군요. 당당하게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이자는 오기가 생긴거죠. 데뷔 당시 저는 연기 수업이라곤 단 한번도 받지 못한 터라 감독과 스탭의 요구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내 나신을 드러내는 부끄러움 보다도 오히려 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더욱 화가 났습니다.”


이젠 카메라 앞에서 수치심없어

작품상 필요하다면 명동 한복판에서도 속내의까지 벗을 용의가 있는 그녀지만 역시 가장 힘든 연기는 옷을 벗고 하는 ‘정사신’이라고 털어놓았다. ‘대사’(大事)를 앞두고 그녀는 철저한 준비를 한다. 행여 얼굴이 부을까봐 식사도 가급적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하게 ‘공사’를 한다. ‘공사’란 남녀 배우가 정사신에 앞서 기술적으로 자신의 음부를 가리는 작업을 말한다. 여배우의 경우 가슴 노출은 허용하지만 아직 음부를 보이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배우들은 음부와 음모 주위에 여러 장의 살색 밴드를 붙인다.

남자 배우는 스타킹으로 성기를 감거나 브레지어를 댄 뒤 살색 테이프로 봉한다. 물론 관객에게는 노출되지 않도록 포장한다.

“간혹 격렬한 정사신 연기를 하다 보면 ‘공사’한 것이 떨어져나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남자 배우와의 신체적 접촉에 대한 수치감은 없습니다. 오히려 ‘남자 배우가 나한테 오는 조명을 가리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내 몸매의 곡선을 더 예쁘게 보일수 있을까’하는 생각일 뿐입니다. 프로 의식이 생겼다고 봐야겠지요. 간혹 ‘남녀 배우가 연기에 몰입하다 실제 성행위까지 가는 경우가 있는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하고 박씨는 잘라 말했다.


톱클래스 반열, 월평균 수입 600만원 안팎

그녀는 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톱 클래스 위치에 있지만 수입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한 작품당 대략 200만~3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아 월 평균 500만~6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남는 것은 거의 없다.

35㎜ 영화와 달리 의상, 코디 비용 등을 모두 박씨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작품마다 단 한번도 같은 의상을 입은 적이 없는데다 월 100만원이 드는 네일아트까지 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해 나가는 비용이 엄청나다. 에로 배우답게 옷장에는 속옷만 100벌이 넘게 있다. 항상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자 귀걸이 외에 혀 입술 배꼽과 가슴에까지 고리를 달고 있다.

박씨가 아직 해결 못한 하나가 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직업을 분명히 밝히기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어머니와 사별하고 혼자 사시는 아버지는 그녀가 잡지 광고 모델을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차마 입이 안떨어져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것 또한 자신의 어엿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버지도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일반의 고정 관념입니다. 에로 배우라고 해서 일반 영화배우나 탤런트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지 그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음지에서 일한다는 차이 뿐입니다. 에로 배우중에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만해도 남들이 쉽게 못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박씨는 일부 제작자에 의해서 자행되는 불미스런 일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지난달 초 제작자가 자사 전속 여배우를 일본 여행객의 성노리개로 이용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은 극히 일부에 국한된 일”이라며 “이런 불미스런 일로 에로 배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더욱 나빠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작품과 연기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미진’이라는 내 자신을 잃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후배에 뒤지지 않고 정상 자리를 유지하려고 코디나 화장, 의상에 계속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가끔 제 개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대다수 에로 배우의 최종 목표가 35㎜ 영화 진출이지만 그녀는 특이하게도 이런 욕심이 없었다. “저는 용꼬리가 되기는 싫습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최고가 될 겁니다.” 당당한 에로 배우 박미진의 직업관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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