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세 자매' '세일즈맨이 죽음 '

고전(古典)은 화려하지 않다. 잔재주나 변칙을 쓰지도 않다. 하지만 고전은 오랜 생명력과 다중을 끌어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새천년 새봄을 맞아 두 편의 정통 고전 연극이 무대 위에 올려진다. 극단 산울림의 ‘세자매’와 서울시극단의 ‘세일즈맨의 죽음’이 바로 그것. 이 두 작품은 각각 20세기 러시아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년)과 아서 밀러(1915년~)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는 그간 여러 극단에 의해 숱하게 무대에 올려졌던 단골 레퍼토리다.

러시아 희곡의 거장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는 ‘갈매기’‘벚꽃동산’‘바아냐 아저씨’와 함께 ‘체호프의 4대극’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세자매의 꿈과 사랑의 좌절을 그린 이 작품은 꿈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삶의 고귀한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1967년 리얼리즘을 고수했던 고(故)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국립극단에 올려진 이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중견 연극인 임영웅에 의해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된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인 한국 연극계의 ‘여배우 빅3’ 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1900년 쓰여져 만100주년이 된 작품으로 1901년 1월31일 모스크바 극장에서 초연돼 대성황을 이룬바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극단 산울림은 이해랑 연극상 시상 10년 및 이해랑 선생 서거 11주년 추모공연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연극에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20세기 희곡계 최고의 걸작. 1947년 ‘아들을 위하여’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밀러가 2년뒤 발표해 미국 최고의 문예상인 퓰리처상과 연극계 최고상인 토니상을 수상한 불후의 명작이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점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진정한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을 심도있게 그렸다. 이번 무대에는 극단 실험극장의 창립동인인 이순재(66)씨가 출연한다. 1966년 한국일보 연극영화상 연극부분 주연상(천사여 고향을 보라)을 수상했던 이씨는 1978년 이후 23년만에 똑같은 배역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이밖에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윤소정과 실력파 배우 김갑수 등이 합류한다.

따사로운 봄날, 먼지 낀 책꽂이에 오래오래 묻어두었던 고전 한 편을 꺼내보는 설레임으로 만나 맞이할 만한 작품들이다.


첼리스트 정명화 독주회

첼리스트 정명화(56)가 항도 부산 무대에 오른다.

정경화 정명훈 등 ‘정 트리오’의 맏이인 정명화는 1969년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LA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작으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해 30여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국내에서는 1969년부터 콜롬비아 매니지먼트사의 아티스트로 등록돼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국내의 몇 안되는 귀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녀를 향한 각계의 평가는 놀랄만 하다. ‘완벽한 거장’(베를린의 타그피겔), ‘가장 보배로운 첼리스트’(뉴욕 포스트), ‘멋과 재능, 기교의 연주가’(뉴욕 타임즈), ‘기교적인 안정감과 감정에 호소하는 서정성’(스페인 엘 파이스), ‘빼어나고 우아한 구사’(이탈리아 메사게로) 등 다채롭다.

50대 중반을 훌쩍 넘어 버린 그녀는 피아티고르스키와 같은 교육자의 길을 걷겠다며 현재 뉴욕 메네스 음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첼로와 장고를 위한 도드리’‘성불사 주제에 위한 변주곡’등 우리 음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4월5일 오후 7시/부산문화회관 대강당


내일을 여는 춤 2000

우리의 전통춤과 그 전통춤에 기반한 창작춤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무대가 마련된다. 사단법인 창무예술원이 7일부터 포스트극장에서 올리는 ‘내일을 여는 춤 2000’은 실제 전통춤과 그 전통춤을 토대로 안무한 창작춤을 동시에 올림으로써 한국 창작춤에 큰 자산이 되어왔던 전통이 서로 어떻게 접합하고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행사의 오프닝 무대에서는 전통춤-신무용시대춤-한국창작춤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잇는 김천홍(종묘제례악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박병천(국가지정 무형문화재 72호 인간문화재) 김진걸(전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매자(북경무용대학 조선무용과 명예교수) 김숙자(한성대 예술대학장) 등 5명의 원로 무용인의 진솔한 무대가 펼쳐진다. 본공연에는 전국 각지에서 초빙된 8명의 한국 창작춤 중견이 맡는다.

서희수(한영숙류 태평무) 전은자(한영숙류 살풀이) 정혜진(강선영류 태평무) 윤여숙(강태흥류 산조춤) 김경주(한영숙류 살풀이) 김현숙(강선영류 태평무) 정영례(영돗말이) 배주옥(한영숙류 승무) 등이 전통과 창작 무용을 함께 선보인다. 공연 후에는 ‘관객-안무가와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 한국춤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연극]

· 살色 안개

유년기 시절 옥탑방에서 다른 남자와 성행위를 하는 어머니의 비행을 목격한 소년. 이 충격에 그는 창녀를 불러들여 관계를 맺는다. 결국 어머니는 옥탑방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때부터 그는 옥탑방의 연기처럼 연무가 있는 곳에서만 관계를 갖게 되는데…. 소년기의 성적 충격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빠져 고민하는 한 젊은이의 방황을 그렸다. 김종연 연출. (02)762-0010

4월7일 오후 7시30분(공휴일 4시30분·7시30분)/혜화동 연우소극장

·붉은 달 좌(座)

‘청춘예찬’으로 주목받은 극단 동숭무대의 네번째 작품. 아라발의 ‘빨간 풍선’, 이오네스코의 ‘신부감’, 아토라 다카시의 ‘취미를 가진 여자’등 세 작품을 한데 모아 재구성했다. 강간 절도 살인 오염된 우리 사회의 음울한 단면을 보여준다. 장혜영 기획, 이종은 연출. (02)923-1090

4월9일까지 월~목 오후 7시30분, 금~일 4시30분·7시30분/예술극장 활인


[영화]

· 탱고

스페인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상미를 느낄수 있는 영화. 강렬한 색채, 빠르고 화려한 리듬에 매혹적인 육체의 언어인 탱고춤을 만끽할 수 있다. 6개월이 넘는 제작기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에 특별히 제작된 1,200평방미터에 달하는 스펙터클한 세트에 6톤이 넘는 음향과 조명기기가 동원돼 제작됐다. 아카데미 3회 수상자인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촬영을 맡았다.

4월1일 개봉/시네코아 키네마 녹색극장 등


[무용]

· 고향의 봄

1995년 부산을 근거지로 창단된 트러스트 현대무용단의 서울 입성을 축하하는 공연.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수상자 임현미, 부산무용콩쿠르 금상 김윤규, 전국신인무영콩쿠르 수석상 정지윤 등 실력파로 구성돼 있다. 메시지가 있는 주제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02)764-6546

4월8일 오후 7시30분, 9일 6시/문예회관 대극장


[미술]

· 잊혀진 시간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유재홍의 세번째 사진전. 인도차이나 반도의 소수 민족을 순박한 시각으로 즐겨 다뤄왔던 그가 과거의 격정적인 기록 작업과 달리 구도자의 모습으로 철학 세계를 담은 작품. 사물 전체를 제시하지 않고 일부만 보여줌으로써 나머지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방식을 택했다. (02)2264-9066

4월12일~18일/코닥포토살롱


[음악회]

· ‘The Concert’

‘한국 복음성가(CCM)의 카리스마’로 불리는 송정미가 9년만에 갖는 음악회. 그는 2,3집 음반에서 한국 CCM계에서는 드문 150만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한국 CCM의 선두주자. 이런 명성 때문에 대중음악가에게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예술의전당에서 최초로 공연을 갖게 됐다. 현재 CBS FM 음악 프로를 맞고 있으며 숭실대 음악원 교회음악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4월4일~9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어린이]

· 뮤지컬 인형극

만2세 유아에서 초등학교 어린이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형극 3편이 선보인다. 우리인형극회가 1일부터 공연하는 뮤지컬 인형극 ‘엄지공주’(썬프라자아트홀)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신아예술극장), 그리고 인형극 ‘톰소여의 모험’(올림픽예술극장)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작품 모두 장대 인형을 이용하며 신나는 음악이 배경에 흐른다. (02)833-3100

4월1일~30일 오전 11시, 오후 2시30분(토·일·공휴일 1시·3시)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