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Clinic] 미인에 대한 욕망은 모든 여성의 화두

2000 04/05(수) 19:17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두보(杜甫)의 시에 ‘좋은 말은 울 때마다 금빛 허리가 간들거리고 미녀는 말할 때마다 동교요처럼 간들거린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서의 ‘동교요’는 중국 명나라 때의 소설 ‘전등신화’에 나오는 여인으로 날씬하고 허리가 가늘어 손바닥 위에서 놀만큼 몸이 가벼운 이상적 미인이다. 중국 초나라 때 영왕이 가는 허리의 여인을 좋아하자 나라 안에 허리를 가늘게 하려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 굶어죽는 여인이 잇달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열망은 동서고금에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아름다와지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네 여인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던 듯 하다. 문헌에 따르면 구한말 고종황제의 왕비였던 명성황후의 얼굴이 푸르스름했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당시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며 여걸 소리를 들었던 명성황후의 얼굴을 푸르스름하게 만든 것은 질병 때문도, 피부이상도 아니고, 바로 납을 산화시켜 생겨난 흰 가루를 원료로 한 연분(鉛粉)이 주범이었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에 장기간 사용할 경우 연독(鉛毒)으로 인해 얼굴색을 변색시키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는 연분의 사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신분의 지위 고하를 떠나 미인이 되고픈 여성의 욕구를 엿볼 수 있다.

여성이 아름다와지고자 하는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과거 우리네 여인들은 창포잎 우려낸 물로 얼굴을 씻고 각종 한약재 분말, 심지어는 팥가루까지 화장품 대용으로 사용했는가 하면 요즘 여성들은 기능성 화장품의 사용과 성형수술 등을 통해 미인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처럼 미인이 되고픈 열망은 동서고금을 통해 영원히 불변하는 원초적 본능이지만 미(美)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천해왔다.

즉 시대적 상황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주관적 혹은 객관적, 형상적, 실체적, 감성적 기준 등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의 시대적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원시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는 다산력과 풍만한 체격이 미의 기준이었던 반면 조선시대에는 마치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과 도톰한 입술, 하얀 피부가 미인의 조건이었다.

실례로 우리 선조들은 혼담이 오가면 규수감 선을 보는 절차가 있었는데 이는 잘 생기고 못생기고, 또는 신체의 결함 유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잘 낳을 수 있는 얼굴이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였던 것이다.

또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살결과 이빨 손은 희어야 하고(三白), 눈동자 눈 속눈썹은 검어야 하며(三黑), 입술과 볼 손톱은 붉어야 하고(三紅), 몸과 머리와 팔다리는 길어야 하며(三長), 이빨 귀 발의 길이는 짧아야 하고(三短), 가슴 이마 미간은 넓어야 하며(三廣), 입 허리 발목은 가늘어야 하고(三狹), 엉덩이와 허벅지 유방은 두터워야 하며(三太), 손가락과 목 콧날은 가늘어야 하고(三細), 유두와 코 머리팍은 작아야 한다(三小)는 30가지의 조건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통사회에서 신부감으로 가장 기피했던 ‘무자상’(無子相)이 오늘날 현대 여성이 갈망하는 미인의 조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이마에 생기는 차밍 마크와 백옥처럼 고운 하얀 이빨, 매끄러운 피부, 늘씬한 체형은 모두 무자상이었다. 이같은 기준은 1950∼1960년대까지도 미인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은 그야말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이진 큼직한 눈, 오똑한 코, 윤곽이 확실한 입술 등 이목구비가 번듯하게 정리된 소위 서양미인형 얼굴을 미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서양미인형 얼굴은 성형외과를 찾는 여성의 공통된 희망사항이며 각종 미인대회 입상자의 얼굴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서양미인 표준과 일치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대가 변천하면서 미인의 기준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바로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이다. 아마도 이는 역사가, 그리고 여성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결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정일화 세란성형외과원장 cih1218@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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