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월x일 우리나라의 제x대 대통령 선거일.

회사원 김씨는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해 투표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후보들의 면면을 다시 한번 확인한 김씨는 음성과 얼굴 화상 분석으로 본인임을 확인받은 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교부받은 전자투표용지에 클릭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투표 마감시간인 5시에 즉시 알 수 있었다. 선관위는 마감시간에 맞춰 투표 결과를 곧바로 공개한 것이다. 이날 투표율은 95%. 몇 년전부터 자리잡은 인터넷 선거의 편리함때문인지, 혹은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은 국민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간접 제재 탓인지 투표율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는 인터넷상의 주요정보에 대한 접속권을 제한을 받는 등 생활속에서 심각한 불편함을 겪게 된다.

인터넷에 의한 전자투표가 실용화할 머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 본 것이다. 새로운 인터넷 세상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이같은 형태의 발전을 ‘전자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정치참여 확대는 구태의연한 우리 정치의 형태를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다. 대중들은 인터넷상에 제시된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근거로 능력 있는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선택받을 수 있는 ‘실적’을 쌓기 위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민은 알고 싶으면 언제나 인터넷상에서 정치인들의 활동상황을 검색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국정감시가 가능해져 엉터리 정치인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이다.

미래에도 국회의원이 필요할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잘 발달된 컴퓨터 네트워크 덕분에 그들도 재택 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 국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열리고, 의원들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거주하며 지역주민들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인 중대 사안에 대해서 인터넷상으로 토론하고,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직접민주주의가 재현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전자민주주의’의 구현은 기술의 발전 등 많은 조건들을 전제로 한 것이다. 현재 인터넷이나 통신상에서 행해지고 있는 토론 문화의 수준, 혹은 성숙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정치를 맑게 만드는 것도, 혼탁하게 만드는 것도 유권자의 책임이다. 굳이 말하자면 미래 정치의 모습은 네티즌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전자민주주의’를 꿈꾸는 작은 시도가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hk뉴스포탈과 인터넷 여론조사기관 ㈜P&P리서치, 포탈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3월 23일 오전 9시부터 48시간동안 전국 227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4.13 선거 모의 전자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모의투표는 3개의 인터넷사이트에 투표소를 만들고 참여자가 참여신청을 하면 곧바로 해당 지역구의 투표용지가 발급돼 기표하는 방법과, 네티즌 유권자의 E-메일로 투표용지를 보내 자신의 전자우편함에서 바로 투표하는 두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투표에는 무려 6만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참석했는데 많은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거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과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정밀한 유권자 확인과 보안, 중복투표 방지장치 등 몇가지의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2002년 대선에서부터 전자투표 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체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주최측은 모의투표 결과와 자료를 중앙선관위에 제공할 계획이다. 전자투표제 도입을 위한 제반 여건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가올 ‘전자민주주의’시대를 대비하는데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김철훈 hk인터넷 뉴스컨텐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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