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안경너머에 담긴 '경제읽기'

2000 04/05(수) 19:22

◈ 세계를 움직이는 힘! 그린스펀 효과/21세기 북스 펴냄

요즘 국제 경제와 관련된 뉴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름을 꼽는다면 단연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미 연방준비위(FRB)의장이다. 한국은행 총재, 재정경제부 장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등 우리나라 재정·금융의 최고위 당국자보다도 오히려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그린스펀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그린스펀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그만큼 세계 증시,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그린스펀의 영향은 지대하다.

전세계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그린스펀 효과’(Greenspan Effec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도 최근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을 겪으면서 미국의 통화정책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물론 일부에서는 “도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미국 금리가 ‘영점 몇 퍼센트’오르고 내리는 것에 목을 맸다고 호들갑이냐”고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한국 금융시장과 미국 금융시장과의 관계는 지금처럼 긴밀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IMF 체제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 자본시장, 나아가 우리 경제는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인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권내에 편입됐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금리의 변동 소식은 기껏해야 신문의 1단 기사로 취급되곤 했지만 이제는 1면을 장식하는 대형뉴스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 FRB와 그 수장인 그린스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린스펀은 투자자나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린스펀은 좀처럼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의회 증언과 공식연설이라는 2가지 통로밖에 없다.

더구나 의회 증언에서 그린스펀은 온갖 질문에 대해 완곡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그것은 자신의 발언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린스펀이 의회 증언과는 달리 공식연설에서만큼은 꽤 명확하게 자신과 FRB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린스펀이 그동안 행한 증언이나 연설의 핵심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린스펀과 FRB를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그때그때의 경제상황에 따라 그린스펀과 FRB가 어떠한 대응을 해왔고 그것을 어떠한 표현으로 드러내보였는지, 그리고 그 파장과 결과는 어떠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결국 ‘그린스펀 효과를 이해하기 위한 투자자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린스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간파하고 이해함으로써 투자자, 통화정책 담당자, 금융업 종사자 등이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침을 얻을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린스펀의 독특한 이력과 사고의 발전과정, 그리고 FRB의 역사와 정책결정 과정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특정 경제상황에 대한 그린스펀의 연설과 대응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쉽게 알게 된다. 이는 앞으로의 역동적 경제 변화에 대해 그린스펀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린스펀의 미래전망도 담고 있다. 그린스펀은 과연 어떤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또 그 이슈에 대한 그린스펀의 대응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까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면서 독자들은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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