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은 새천년 들어 전국적 규모로 치러지는 첫 선거다. 21세기의 화두는 변화다. 능동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결국 환경이 나를 바꾸는게 시대의 추세다. 피동적인 변화는 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독 정치권만은 시대추세를 거부하는 듯 하다. 지역감정 유발과 흑색선전,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같은 정치권의 무감각에도 불구하고 주목할만한 한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사이버 정치의 등장이다. 급속히 대중화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정치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인터넷은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정당과 후보이 제각기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을 유권자에게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도 인터넷을 통해 안방에서 후보들의 호불호(好不好)를 가린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다. 점진적이지만 정치권의 행태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거대한 흐름이 깊숙한 곳에서 일고 있다. 다름아닌 유권자의 단결이다. 인터넷은 정치인과 유권자 뿐 아니라 유권자와 유권자를 연결시키는 기능도 한다.

유권자와 유권자가 만나는 힘은 크다. 대화방과 이메일을 통해 서로의 견해를 주고 받으며 정치인이 정략적으로 그어놓은 지역, 혈연, 학연의 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사이버 정치의 진정한 힘은 유권자를 단결시키는데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는 유권자 앞에 구태정치는 발붙일 수 없다. 사이버 시대에 정치권은 몸조심해야 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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