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사천면 노동중리 산정상에 자리잡은 ‘토담목조’. 4월7일 새벽까지만 해도 이곳은 장애인 10명이 내일을 가꾸던 재활의 터전이었다.

1998년부터 북한산(産) 주목으로 바둑판과 장롱 등 목공예품을 생산하던 그들만의 낙원이었다. 하지만 화마는 매정했다. 7일 발생해 사천면 일대 삼림 500ha를 태워버린 산불은 토담목조까지 할퀴고 지나갔다.

역시 장애인인 최벽규(43) 토담목조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직원을 대피시키느라 진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잿더미가 된 직장을 뒤로 한 채 장애인은 뿔뿔히 흩어져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강원과 경북을 비롯한 전국에 산불이 기승이다. 50여일간 지속되고 있는 봄가뭄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바싹마른 낙옆과 풀잎에 붙은 불은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강원 영동지방에서만 7일 하룻동안 산불로 주민 1명이 숨지고 건물 240여채가 불탔으며 36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탄 산림은 1,200㏊가 넘는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화상과 안과·호흡기 질환은 물론이고 놀람, 불안, 초조 등 신경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수십년 묵은 나무들이 숫덩이로 변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산불을 계절과 날씨 탓으로만 돌려도 좋을까. 우리나라의 산불은 100%가 실수든 고의든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그래서 인재(人災)다. 더구나 7일의 강원 고성군 토성면 학야리 산불은 인근 군부대 소각장에서 옮겨붙은 것이다.

산불의 주범은 뭐니뭐니해도 입산자의 낮은 공공의식이다. 허술한 산림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시커멓게 변한 산자락에 본래 있어야 할 푸른 숲과 꽃을 생각해 보자. 산불은 우리의 마음까지 불태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