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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 개발이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

“이 넓은 바다가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옥토로 변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 후손은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위해 선조들이 기울인 노력에 감사할 것입니다.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간척은 필수적입니다. 다만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관건입니다. 간척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나정우 새만금사업 군산사업소 소장·공학박사·47)

“새만금 지역의 갯벌은 서해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 체류지역입니다. 갯벌이 없어지면 검둥부리도요새를 비롯한 희귀종 철새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환경이 바뀌면 철새의 종류도 바뀌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새가 많아지는 측면이 있지만 종의 다양성은 줄게 됩니다. 해양정화에 큰 기능을 하는 갯벌이 없어지면 해양환경의 악화를 초래하게 됩니다.”(김태호 녹색연합 간사·33)


개발논리, 환경논리 첨예하게 대립

새만금 간척지 방조제 공사현장에서 맞닥뜨린 사업단과 환경단체측의 논쟁은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새만금 간척지는 개발논리와 환경논리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곳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간척에 항의해 갯벌 위에 세운 나무장승을 배경으로 새만금 방조제는 바다 저편으로 길게 모습을 잡아가고 있다.

긴부리도요새 몇마리가 한가로이 먹이를 찾고 있는 갯벌 저쪽, 서해 위에는 고군산군도가 낙조를 받으며 뿌옇게 떠있다. 1㎞쯤 떨어진 해상에는 도관을 통해 방조제 공사장으로 바닷모래를 퍼올리는 준설선이 한창 작업중이다.

개발과 환경의 모순이 새만금 간척을 둘러싸고 첨예화한데는 간척사업 규모와 새만금 지역의 특수성 등이 요인을 제공했다. 1991년 11월28일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전북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방조제로 가로막는 세계 최대의 간척공사.

군산시 비응도에서 출발해 고군산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를 잇는 방조제 길이는 33㎞. 방조제 내부개발 면적은 여의도의 140배인 4만100㏊에 이른다. 내부개발 면적 중 2만8,300㏊는 토지로, 나머지 1만1,800㏊는 담수호로 조성된다. 2011년 완공될 간척지 개발비용은 2조2,137억원. 외곽 방조제 공사는 지난해까지 1조251억이 투입돼 총길이의 59%에 이르는 19.1㎞가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해안 지도를 바꾼다는 대역사가 가시화한 셈이다.


김제·만경평야 합친 크기의 농토

간척토지에는 식량단지 1만7,950㏊와 근교 원예단지 2,500㏊, 수산개발단지 2,000㏊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식량단지에서 수확될 쌀은 연간 8,600만톤. 새만금이란 이름이 생겨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경평야와 김제평야의 앞글자를 따와 ‘새’자를 붙인 ‘새만금’은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합친 크기의 새로운 농토가 생겨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때 전북도가 추진했던 새만금 간척지 일부의 공업용지 전용은 현재로선 백지화한 상태. 새만금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농업용지로 이용하기로 한 당초 계획과 어긋난다고 주장하는데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이 오염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간척지내에 생겨나는 담수호는 연간 10억톤의 물을 전주권의 농업, 공업, 생활용수로 공급하게 된다. 방조제에 건설되는 갑문을 통해 담수호의 수량을 조절함으로써 만경, 동진강 유역 저지대 1만2,000㏊에 대한 상습 침수피해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는 아울러 서해안 시대를 여는데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1년까지 새만금 간척지와 고군산군도 사이에 연간 690만톤의 화물처리 능력을 가진 새만금 신항만 건설 계획을 세웠다.

새만금 간척지 방조제에 인접해 건설될 신항만은 3만톤급 화물선 1척과 2만톤급 화물선 9척이 동시접안할 수 있는 규모. 신항만은 건설중인 서해안 고속도로와 연계해 주요 물류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옹호론자들은 식량안보는 물론 물류기반 조성을 통한 국토의 균형개발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제2시화호’우려, 환경단체선 반대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환경파괴와 비경제성을 주장하며 새만금 간척사업을 전면중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관련한 이들 주장의 핵심은 갯벌파괴와 ‘제2 시화호’의 우려.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에 위치한 새만금 지역의 갯벌은 한강 하류의 갯벌과 함께 시베리아와 호주를 잇는 동북아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갯벌은 간조시 물밖으로 드러나는 지역. 환경단체들은 방조제 건설로 갯벌이 사라질 경우 도요새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희귀종 겨울철새들이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함께 갯벌이 갖고 있는 오염방지 기능도 강조하고 있다. 진흙층으로 이뤄진 펄이 각종 오염물질을 응집해 수질오염과 부영양화를 억제한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전북지역 갯벌의 80% 이상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새만금 방조제가 ‘제2 시화호’가 될 것이란 우려는 보다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지역으로 직접 유입될 만경강과 동진강물이 상당한 수준으로 오염돼 있는 만큼 담수호 오염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만경강 최하류 지점의 1996년 평균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7.6 ppm으로 동기대비 시화호 수질보다 1.3배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1997년 9월 제출한 자료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만경강은 호수 부영양화 원인이 되는 질소와 인의 양이 각각 기준치보다 12.9배, 8.9배 높았다. 동진강의 질소량은 기준치의 4.6배에 달했다. 상류지역 축산단지가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축산폐수 처리가 관건

새만금 사업을 담당하는 농업기반공사측은 이와 견해를 달리한다. 1999년 만경, 동진강 유입수의 평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각각 7.1㎎/ℓ, 2.9㎎/ℓ로서 1994년 끝막이 시점에서 측정한 시화호의 23.9㎎/ℓ보다 5배 정도 좋았다는 것.

전북도가 최근 수년간 추진해온 하천오염 방지 대책의 결과라고 한다. 나아가 새만금 담수호로 유입되는 하천의 유역 배율이 시화호보다 3.6배 넓어 자연정화 능력도 크다는게 농업기반공사측의 주장이다. 시화호를 제외한 기존의 아산호, 삽교호, 금강호 등 담수호가 농·공용 수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공사측의 사업 옹호 논거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환경단체의 표적으로 떠오른데는 시대적 요인도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사업구상 당시와 현재를 비교할 때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의미다. 새만금 사업은 1970년대의 ‘서남해안 간척 장기구상’에 따라 계획됐다. 1960년대 말의 극심한 한발과 1970년대 초 세계적 식량파동을 겪은 뒤 식량안보 차원에서 간척 필요성이 대두된 것.

정치적 목적도 배경에 있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측이 선거공약으로 새만금 간척 종합개발을 내걸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1987년 7개월간의 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 12월 새만금 간척계획을 국책사업으로 발표되는 수순을 밟았다. 개발논리 일변도의 사고방식과 정치성이 개입된 간척사업이 환경단체의 현재적 가치에서 볼 때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전북도민의 다수 여론은 일단 찬성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간척과 새만금 신항만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피해어민에 대한 보상도 지난해까지 4,212억여원이 지급돼 96%가 끝난 상태. 새만금 사업 반대활동의 선봉에 서있는 녹색연합이 활동방향을 반대여론 확산에 맞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색연합이 새만금 간척 반대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


도마 위에오른 간척사업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사실상 정지상태에 있다. 부분적 공사가 있긴 하지만 이미 건설된 방조제의 유지에 국한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민관합동 ‘새만금 사업 환경영향 공동조사단’이 출범하면서 조사발표가 나올 때까지 모든 시공을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정부가 유종근 전북지사와 환경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만들어졌다.

환경단체들이 추천한 환경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이달 말 1년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종합평가의견을 내놓고 정부에 대책을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최종적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새만금 간척사업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의 결정은 두가지 중 하나. ‘계속 추진하되 오염 최소화 대책 강구’거나 ‘전면 중단’이다. 일단 전면 중단으로 결론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대세다. 우선 건설된 부분이 방치될 경우 주변 해양에 심각한 해를 끼치게 된다. 투입된 모래와 돌이 흩어지면 주변 생태계에 예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철거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철거비용이 최소한 5조원으로 추산되는데다 수중의 모래와 돌을 회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계속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 방법은 무엇이 될까. 새만금 지역으로 유입되는 만경강과 동진강물의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간척사업을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갯벌 보존 자체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환경단체들은 벌써부터 사업을 강행할 경우 반대운동을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새만금 지역에서 만난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변산반도의 격포항에서 만난 김모(51)씨의 이야기. “엄청난 돈을 때려넣고 이제와서 중단한다는게 말이나 돼. 그럴 바엔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으니 오염이 없도록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조그만 선박을 운영한다는 최모(43)씨는 좀더 목소리가 강했다. “시화호처럼 오염된다면 백번 하지 말아야지. (담수호가)썩어버린다면 누가 뒷감당하겠나. 동진강과 만경강이 정화되지 않으면 모두 헛일이다.”

최씨의 이야기는 길어졌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진짜 주범은 김양식업자와 양식허가를 내주는 당국이다. 양식업자들은 김양식에 방해되는 따개비와 해초를 죽이려고 바다에 염산을 마구 뿌린다. 당국은 이 사실을 모르는지, 알고도 모른척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옛날엔 갯벌에서 큰 대합이 잡히곤 했는데 이젠 구경도 못한다. 새만금 간척공사가 완공되면 살벌한 (환경)감시 전쟁이 일어날게 뻔하다.” 열을 올리는 최씨의 이야기에서 새만금 간척지의 내일을 보는 듯 했다. 새만금 방조제는 환경단체가 세운 ‘갯벌 장승’ 70여개를 끌어안은채 서해 낙조를 받으며 민관공동조사단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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