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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 경제적 가치, 얼마나 되나

갯벌 보존·식량안보, 연구주체마다 가치기준 달라

새만금 간척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한국 간척사의 마지막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1998년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대규모 간척은 더이상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영산강 4단계 사업의 핵심은 영산강 하구에 방조제를 막아 담수호를 조성하는 것. 정부는 갯벌파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친환경적인 개발로 방향을 틀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간척사업과 갯벌보존만큼 모순관계에 있는 것도 드물다. 간척을 하면 갯벌이 없어지고, 갯벌을 보존하려면 간척사업은 할 수가 없다. 양자간의 택일 또는 균형을 위한 기준은 간척으로 생겨나는 토지와 기존 갯벌 중 어느 것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가치가 높은가에 있다. 하지만 양자간의 득실 평가기준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 엄밀히 선을 긋기는 어렵다. 환경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것, 역시 객관성과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개발에 밀렸던 보존론

어쨌든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간척을 주도해온 가치관은 갯벌보존보다는 개발을 통한 이용에 있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70년대 초부터 1998년 말까지 간척으로 확장된 국토(준공기준)는 7만7,804㏊(2억3,341만2,000평). 여의도 면적의 273배에 달한다. 윤오섭 한국농지개발연구소 이사장의 연구에 따르면 간척으로 생긴 땅은 공사중인 면적을 합해 12만783㏊(3억6,234만9,000평)에 이른다.

근대적 간척사업은 경제개발 붐이 일기 훨씬 이전인 일제시대부터 실시됐다. 1917년 일제가 쌀 증산을 위해 실시한 ‘공유수면 매립법’이 그 시초다. 이에 따라 1940년대까지 전북 옥구와 전남 보성지역이 간척됐고, 북한지역에서도 평북 용천과 평남 강서지역이 매립됐다. 1950년대에는 강화, 군내, 광양지역 등에서 약 2,220㏊가 간척됐다.

경제개발기에 정부주도로 대규모 간척사업이 전개된 것은 1962년 ‘공유수면 매립법’이 제정되면서부터. 1960년대 대천지역 확장사업, 지산, 미면, 동진강 지역을 합쳐 5,835㏊가 새로 토지로 편입됐다. 1970년대에는 남양, 아산, 삽교천, 소조지역 등 1만1,192㏊가 간척됐다. 1980년대 들어서는 간척지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영산강, 대호, 금강, 서산지역에서 모두 3만1,942㏊의 토지가 만들어 졌다. 1990년대에는 영암, 금호, 시화, 새만금을 통틀어 7만7,649㏊가 간척되거나 공사중에 있다.


농경지와 담수호가 대부분

간척지의 대부분은 농경지와 용수공급을 위한 담수호로, 일부는 공업용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간척지는 도로건설과 도시, 공단개발로 사라지는 농경지를 보충하며 안정적 식량공급에 상당한 기여를 한게 사실이다. 이에 반해 각종 개발로 감소한 농경지 면적은 1975년부터 1998년까지 24년 사이에 33만㏊에 달했다. 매년 1만3,750㏊의 농경지가 사라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간척 옹호론자들이 “간척지가 식량안보에 긴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현재의 세계 곡물시장이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는)수요자 시장이란 점을 내세우며 식량안보론을 일축한다. 이들에게 식량안보론은 간척을 정당화하려는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비치는 셈이다. 나아가 환경단체들은 농경지 보충 효과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기존의 농경지를 잘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지, 간척을 통해 또다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요컨데 환경단체의 주장은 개발만능주의적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간척 옹호론자의 반론도 만만찮다. 우리나라 양곡자급률이 1998년 기준으로 31.7%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또하나는 기존 농경지 개발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 나아가 이들은 갯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듯이 식량안보의 가치도 현금환산이 어렵다고 말한다. 유사시 농업국이 식량을 무기화하거나, 세계적 기상이변이 닥칠 경우 무엇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이냐는 이야기다.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려워

간척은 갯벌파괴를 전제로 이뤄진다. 그러면 간척으로 창출되는 농경지와 기존의 갯벌은 어느 쪽이 경제적 가치가 높을까. 이 문제 역시 간척 옹호론자와 환경단체, 나아가 연구주체마다 주장이 다르다. 무엇을 변수로 하는가에 따라 연구결과도 다르다.

1996년 12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흥동 박사가 갯벌과 농지를 일반적으로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농지보다 3.3배 높았다. 생태적 가치를 중시한 외국의 습지연구 사례를 우리나라 갯벌에 적용하되 농경지는 미곡 생산가치만 고려한 결과다. 반면 다른 연구들에서는 농지가 오히려 높게 나왔다.

1998년 7월 김용갑 한국산업경제연구원 부원장의 조사에서는 농지의 경제적 가치가 1.85배 높았다.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는 갯벌의 가치 중 자연재해 조절과 대기정화 기능이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최재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새만금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도 농지가 1.4배 높았다.

환경단체와 외국에서 고려하지 않은 농경지의 환경가치 등을 변수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나아가 농지가 환경정화 기능에서도 갯벌에 비해 1.31배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역시 새만금 지역을 대상으로 세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조사한 결과는 농지의 가치가 2.64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여기서는 간척으로 생기는 담수호의 수자원과 생태적 가치까지 반영됐다.


우리나라 간척율 36%

갯벌 파괴는 자연히 갯벌에 사는 각종 미생물과 어패류, 조류의 터전을 빼앗게 마련이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도요새류를 비롯한 각종 철새. 간척 옹호자든 환경론자든 갯벌을 생활무대로 하는 도요새류가 피해를 본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간척 옹호론자들은 간척으로 조성된 담수호에 수면성 오리류 개체수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에서 변명의 구실을 찾는다. 우리나라에는 도요새류가 체류할 갯벌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도 이들은 말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개체수 증가가 종다양성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세계적으로 간척이 활발했던 나라는 네덜란드와 일본. 네덜란드는 갯벌의 94%를, 일본은 89%를 이미 간척했다. 우리나라의 갯벌 간척율은 36% 정도. 비율만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간척할 갯벌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일본은 무분별한 간척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방조제 일부를 허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갯벌이 절반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됐다는 점은 다행일 수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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