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나스닥 엑소더스’가 전세계 주식 투자자의 관심이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첨단기술주의 과대평가에 대한 경고가 심심치않게 나오면서부터 조정의 조짐을 보여온 나스닥은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 템플턴 펀드의 마크 모비우스 등 전문가들이 첨단기술주에 대한 경계경보를 잇따라 내놓자 급락양상을 보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4월3일(현지시간) 미 연방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독점판결을 내리자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3월10일 사상최고치 5,048.62를 기록한지 불과 3주만에 무려 16%나 하락, 파국으로 치닫는 것인가하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주가가 ‘공황적 폭락사태’로 치닫자 백악관이 서둘러 “이번 주가폭락이 경기 침체의 예고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고 급기야는 ‘신경제특별회의’까지 여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코스닥, 나스닥 직격탄으로 초토화

우리의 코스닥 시장도 ‘나스닥발(發) 직격탄’에 초토화해 180대까지 급락했다. 지난 3월10일 283.44 포인트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불과 20일만에 100 포인트 가까이 미끄러졌다. 종합주가지수도 역시 연초 1,057 포인트를 기록한 직후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여 8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주말 나스닥이 반등세를 보임에 따라 우리 증시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가운데 이번 주를 맞게 됐다.

그러나 미국 증시의 반등이라는 외부요인 외에 총선후 전개될 금융구조조정이라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가로놓여 그 전망이 쉽지않다. 금융구조조정이 시장에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영향은 금리불안 가능성과 증시에서의 수급불안이다. 4월 들어 투신권 결산이 끝나면서 자금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투신권을 비롯한 기관이 매도세를 이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국 증시의 안정에 따라 외국인 자금 재유입이 전망되는 가운데 투신권 중심의 기관매도가 계속되면서 수급불안이 투자 심리 불안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총선이 끝난 지금부터는 나스닥 지수 등 해외시장 추이보다 국내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영향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주 투자자들이 주식폭락에 눈길을 빼앗긴 사이 증시를 뒤흔든 한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3월29일 대우증권의 사이버 거래망을 통해 성도이엔지 15만주를 공매도한 우풍상호신용금고가 3일후까지 주식을 구하지 못해 13만주의 결제불이행 사태를 빚은 것.

이 사건이 터지자 가뜩이나 폭락세로 어수선하던 증시는 순식간에 기관투자가들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뜨거웠다. “공매도는 기관만의 특혜”라는 불만에서부터 “기관을 증시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격한 말까지 ‘개미’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개미들의 분노 자아낸 주식공매도

기관투자가의 주식 공매도는 요즘같은 주식침체기에는 더욱 주가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컸다. 더욱이 공매도는 주가조작의 소지가 다분하다. 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를 하면서 대량의 물량을 하한가로 팔아치워 주가를 크게 떨어뜨려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풍금고의 공매도 주문으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제가 안돼 실제로는 주식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코스닥 시장이 즉시 성도이엔지의 주식거래를 중지시켜 다른 투자자도 선의의 피해를 봤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우풍금고에 예금해약사태가 쇄도하자 금융감독원이 4월8일 영업중지 명령과 함께 경영관리 결정을 내렸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이 본연의 금융중개업무보다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그릇된 관행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충재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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