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상회담 최우선과제로 부상

‘21세기 인류의 마지막 남은 비극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까.’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녘땅을 밟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보따리속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들어있을 게 분명하다. 이 문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동시에 남북한 신뢰 회복의 상징이자 화해 협력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역대 남한 정부가 대북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오랜 숙원 사업이다. 1972년 남북한 실향민들의 상봉을 합의한 7·4 남북 공동성명 이후 수십 차례의 시도가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성사된 예는 1985년 서울·평양 교환 방문, 단 한차례 밖에 없다.

때문에 실향민들이 분단후 첫 남·북 정상회담에 기대를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또 최근들어 남·북한 양측 모두가 서로 접근 방식과 의도는 다르지만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근본적인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초부터 ‘햇볕정책’을 표방하며 일관되게 대북 유화 정책을 유지해 왔다. 김대통령은 이산가족상봉을 대북 정책의 제1 목표로 두고 그간 비료 등 각종 원조 물품을 북측에 보내는 등 ‘외환 위기 탈출’과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정부 정책의 2대축으로 이끌어 왔다.

그리고 3월 ‘베를린 선언’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대북 정책이 ‘통일’보다는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이라는 낮은 포복 자세를 취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북한도 그동안 체제 유지의 명분을 위해 묶어 두었던 실향민 상봉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용하려는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 체제 유지에 부담이 없는 제3국을 통한 선발 상봉 제의에 호응을 보내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면 상봉까지는 상당시일 필요

이런 점에서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실향민간의 전면 개방은 힘들더라도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산가족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가능성 있는 방안으로는 1998년 4월 베이징(北京)회담 이후 우리 정부가 꾸준히 제기해 온 △남북한 이산가족의 생사와 주소 확인을 위한 명단과 주소 교환, △상봉면회소 설치, △일본 중국 등을 통한 제3국 선별 방문 등에 대한 양해가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송호경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의 남북한 특사 만남을 앞두고 남측 이산가족들의 상봉 지원 경비를 대폭 올리는 발표를 하는 등 다각도에서 준비해 왔다.

현재 남한내의 이산가족은 1세대 123만명, 2·3세대 644만명 등 총 767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70대 20만1,131명, 80세 이상이 6만3,727명 등 60세 이상의 고령 실향민만도 69만명에 달해 더 이상 이들의 상봉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최근의 화해 무드와 함께 올해 3월중 남북이산가족찾기 신청(북한주민접촉신청 포함) 건수도 476건으로 전년 동월(106건)에 비해 4.6배나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실제 성사 건수도 제3국을 통한 생사확인이 95건, 서신교환 200건, 상봉 19건 등 지난해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20세기의 유물이 되어 버린 이데올로기와 남북 정권의 희생양인 이산가족들. 그들의 일평생 숙원이 타결될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영웅·주간한국부 기자


송영웅·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