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인상에 학생들 농성 등 강력 반발

2년간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이 올들어 일제히 두자릿수 안팎으로 인상되자 전국의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4월7일 현재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부산대, 경북대 등 전국 24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총장실과 대학본부 등에서 농성중이고 연세대, 숭실대, 성균관대 등도 점거농성 날짜를 저울질하고 있다.

학생들의 총장실과 대학본부 점거, 동맹휴업 등이 잇따르면서 학사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한 대학이 속출하지만 교육부와 학교측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등록금 의존율 높은 사립대

대학가 등록금 파동의 진원은 ‘돈 부족’. 지방 사립대 등 재정이 열악한 대학은 시설 투자와 인건비 상승요인으로 해마다 등록금 인상의 압박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1년 예산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안올리고서는 학사행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전체 예산 중 기성회비가 충당하는 30% 안팎을 제외하고 70% 가량을 국고로 지원받는 국립대에 비해 지난해 기준으로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순수 운영수입 대비)은 68.9%. 연간 예산 2,200억원 중 등록금 의존율이 48%인 성균관대 등 극소수만이 50%선에 머물고 있을 뿐 80%를 넘는 대학도 수두룩하다. 선진국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이 40% 안팎임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비율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사립대에 대한 국고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도 문제다. 대학 전체 운영수입 중 국고 보조금 비율은 3.5%. 일본의 9%, 미국의 17.3%에 비해 턱없이 빈약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의 교육비 수준은 우리나라를 100이라 할 때 일본은 401, 미국은 1,042로 무려 4∼10배나 차이가 난다.

그러나 GNP 대비 교육재정이 지난해 4.5%로 되면서 당초 김대중대통령이 대선을 통해 공약한 6%에 못미쳐 사립대에 대한 국고지원의 증액은 난망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립대의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은 16%를 넘어 재정난이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대학들은 또 IMF사태로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한데다 인건비 및 물가상승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커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들 교육재정확보 촉구

일견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에 동감할만 하지만 등록금이 동결됐던 지난 2년을 제외하고 학생들이 해마다 등록금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대학행정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한다.

교육부가 밝힌 올해 등록금 평균 인상률은 국립대 7%, 사립대 9.1%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국립대는 225만원에서 241만원으로 16만원, 사립대는 459만원에서 501만원으로 42만원이 오른 셈이다.

지난 1996년까지만 해도 등록금 인상률이 대체로 국립대는 9∼11%, 사립대는 13∼16%인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인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그러나 정부의 교육재정 공약 미이행과 대학 재정운영의 불투명을 꼬집으며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 교육대책위 공동대표 박중원(23·숭실대 총학생회장)씨는 “김대중대통령의 대선공약인 GNP 6%선의 교육재정 확보는 ‘공약’(空約)으로 드러났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못내놓는다면 전국 사학재단의 3조에 달하는 이월·적립금이라도 회수해 돈이 없어 배움의 꿈을 접어야 하는 수십만 학생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대책위는 이에 따라 “전국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2000년 등록금 인상에 담합했고 교육부는 이를 감사하지 않았다”며 교육부장관과 각 대학 총장과 이사장을 고발조치키로 하고 3일부터 연서운동에 들어갔다.


호응 못얻는 교육부 정책

교육부가 지난 3월6일 ‘선진국 수준의 대학교육 강화방안’을 통해 ‘사립대 등록금 완전자유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지방 사립대들은 “정원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지방대에 정원을 마음대로 하고 학생·학부모의 반발을 무시한 채 등록금을 올리라는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대학예산 대비 4%에도 못미치는 국고지원금을 정부가 10%대로 올려준다고 재정난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방 J대의 한 관계자는 “재단 전출금도 거의 없고 국고지원금도 연간 7억∼8억원에 불과해 내실있는 교육은 솔직히 힘들다”며 “어려운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동국대 등 상당수 대학은 ‘4년 등록금 예고제’를 이르면 내년부터 실시해 매년 반복되는 등록금 인상 후유증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제도는 신입생이 재학하는 4년동안 예상 물가상승률과 정부지원금 및 학교재정 등을 고려,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미리 책정하고 예상되는 등록금 인상률을 입학 이전부터 공개하는 것. 동국대 학원자주화투쟁위 이영수(23·정보통신공학4)위원장은 이에 대해 “등록금 책정과정에서 학생의 뜻이 배제된다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이외에도 매학기 30만명에게 4,500억원의 학자금을 융자해주기로 했고 등록금 분납과 2개월간 납부 연기, 사립대 기부금 전액 손비처리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 김석현 대학재정과장은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해주기 위해 등록금 인상요인이 있는 것이고 대학 자율의 문제를 정부에서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고 전제, “학생들이 주장하는 이월·적립금 해결문제는 대학마다 이미 용처가 투명하게 밝혀져 논란거리가 못되고 교육재정 확보도 현실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우천식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재정을 확대하고 단체장에게 교육에 관한 권한을 부여해 중앙의존적인 공교육비 조달체계를 개선하고 지역연계형 교육분권화도 동시에 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사회부 기자


김태훈· 사회부 onewa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