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人四色, 나흘간의 춤 이야기

국립무용단의 역대 단장을 지낸 한국 무용의 거목 송범, 조흥동, 최현, 국수호 선생이 한 무대에 오른다. 이들 한국 무용의 ‘빅4’가 꾸미는 무대는 4월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四人四色, 나흘간의 춤 이야기’. 국립무용단이 국립극장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2000년 새즈믄의 첫 공연으로 마련한 대형 무대로서 한국 창작춤의 역사를 만듦과 동시에 우리 춤의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한 초석을 세운다는 취지로 기획된 야심작이다.

이 공연은 특히 영남지역의 각종 춤사위를 당대 최고 대가의 춤과 안무로 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흔히 ‘소리는 호남, 춤은 영남’이라고 하듯 덧배기춤이라 불리우는 영남춤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라도춤이 좌·우 사위가 많은데 반해 영남춤은 아래·위 사위가 많다. 또 전라도춤이 맛으로 추고, 짓는 사위가 주를 이루는 반면 영남춤은 흥이 넘치고 툭툭 꺾는 춤사위가 특징이다. 그래서 전라도춤이 ‘땅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라고 하면 경상도춤은 ‘땅 기운이 솟아오르는 춤’이라고 일컫는다.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을 맡은 원로 송범(1973~1992년 재직)은 궁중무에 머물러 있던 한국 춤계에 창작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의 ‘도미부인’은 미국 카네기홀을 비롯해 세계 70여개국서 100회 이상 공연한 수작이다. 이번 공연에는 그가 정립시킨 ‘산조’, ‘사랑의 춤’, ‘강강술래’ 등이 선보인다. 춤은 무형문화재 3호인 김덕명이 맡는다.

국립무용단 2대 단장인 조흥동은 타고난 춤꾼이다. 1992년 제7차 남북 고위급회담 특별공연에서 북측 대표 연형묵총리로부터 “내가 본 최고의 공연”이라는 극찬을 받았을 정도. ‘시나위’, ‘진쇠춤’과 창작춤인 ‘천지제’, ‘삶의 역동’을 내놓는다. 춤은 신라대 무용과 교수 김온경.

3대 단장인 최현의 춤은 ‘단아하고 섬세하며 따로는 화려하고 교태스럽기까지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멋과 흥에서 묻어나오는 역동과 절제가 특징. 이번에 사군자를 소재로 한 ‘군자무’(춤은 중요무형문화재 7호인 이윤석)로 소개한다.

도올 김용옥 전고려대교수가 자신의 저서 ‘아름다움과 추함’에서 ‘국보급 예술가’라고 칭한 국수호는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춤 언어의 소유자. 소설, 시, 음악, 춤을 연계하는 새로운 시도로 ‘구성의 귀재’라 불리우는 그는 현대적인 40분물의 스토리텔링(춤극)을 펼칠 예정이다. 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하용부가 맡는다.

이번 한국 무용계 ‘빅4’의 아주 특별한 만남은 그간 관심 밖에 있던 영남춤을 대중무대 전면으로 끌어내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