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음식의 장점, 즉 맛과 시각적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퓨전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음식을 내놓은 가게는 모던하고 고급스런 실내 분위기까지 갖추어 값은 비싸지만 무드잡는데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음악 쪽에서도 퓨전 재즈란 말이 낯설지 않다.

장르의 넘나듦은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잡종 영화'라는 표현이 나올만큼 고전적인 영화 장 르의 파괴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특히 공포와 코미디의 접속은 어디까지 갈지 모를 만큼 뻗어나가고 있다.

프랭크 헤낸로티 감독의 <프랑켄후커: Frankenhooker>(18세가, 스타맥스)는 제목에서부터 잡 종 내음을 풍긴다. 프랑켄쉬타인과 매춘부라는 의미의 속어 후커의 합성어다. 헤넨로티 감독 은 광고 제작으로 번 돈으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찍는 B급 공포 영화 감독.

<이블 데드>시리즈와 <크라임 웨이브> <다크맨>으로 유명한 샘 레이미, <고무 인간의 최후> <데드 얼라이브> <후라이트너>로 이름을 높인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 최단기간에 최저예산 영화를 성공적으로 연출, 제작해내는 비결을 책으로까지 펴낸 로저 코먼의 영화 정신을 이 어받은 감독으로 분류되고 있다.

피와 살점이 튀는 스플레터 무비의 한 흐름을 지키면서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웃음이 삐져나오는 재주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괴한 돌연변이 인간의 탄생은 헤넨로티 감독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에 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비교는 크로넨버그의 화를 돋굴 것 같다. 크로넨버그의 신체 변형은 절대 고독의 현대성을 달구는 것이지만 헤넨로티의 그것은 싸구려 티의 조롱 수준이기 때문이다. 헤넨로티의 영화는 <분신의 저주> <바스켓 케이스> <브레인 데미지>등만이 극소수 팬에게 소개되었다.

20만 달러로 제작된 <프랑켄후커>는 코믹 호러 정신에 충실한 영화다. 눈알이 박힌 뇌의 모습이라든가, 폭탄을 장치해 폭발시킨 신체 부위를 저장해 둔 물통 앞에서의 식사, 이 신체들을 봉합한 괴물 인간, "두통이 난다"며 드릴로 머리에 구멍내기 등 속이 뒤집힐만한 장면이 적지 않지만, 그 황당함은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1991년에 발표된 영화가 이제야 비디오로 출시된 것은 인체에 대한 가학적 모욕과 변형에도 원인이 있다하겠다.

의대를 세 번이나 쫓겨났지만 전기 회사를 다니며 생체의학 전문가로 고군분투하는 21살의 제프리 프랑켄(제임스 로린즈). 장인될 사람의 생일 선물로 잔디깍기 기계를 선물하는데 뚱 보 약혼녀 엘리자벳 쇼이(패티 뮬렌)가 이 기계를 작동해 보이다 '인간 사라다'가 된다. 리 즈의 머리통만을 겨우 구해 약물 통에 담아두고 칩거하던 제프리는 마침내 리즈를 되살려낼 설계도를 완성한다.

뉴욕 42번지 홍등가로 나가 창녀들을 한 방에 불러모은 뒤 이들에게 약을 주어 신체를 폭 파시킨 후 신체 조각들을 거두어온다. 번개 치는 밤, 리즈의 머리에 늘씬한 창녀들의 몸뚱이를 봉합하여 내놓는데.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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