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만난 '4월 이야기'의 감독 이와이 순지와 여배우 마츠 다카코(23)가 한 얘기 를 그냥 쭉 나열해 보자.

먼저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에 대한 생각. "실체 4월에 촬영했다.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는 4월에 이런 영화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리 연상한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만든 영화다. 대 학때 요코하마에서 자취를 해 도쿄 근교를 무대로 했다.

그곳에는 자연의 싱그러움과 도시의 세련이 교차하는 곳이다. 무사시노는 옛 도쿄의 외곽을 통칭하는 말이다.

대학 입학은 불안보다 기대가 많다. 인생을 새로 출발하는 신선한 기쁨을 첫사랑과 함께 담 고 싶었다. 영화 중간에 우즈키(마츠 다카코)가 극장에서 사무라이가 나오는 영화를 본다. 지루함을 드러내기 위해 그 영화를 한참동안 보여주었다. 다른 영화의 삽입이 아니다. 다른 작품을 끼워넣으면 스스로 게으르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 직접 만들었다.

'4월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애착이다. '4월 이야기'는 '러브레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신작(1998년)이다. 새로운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사랑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벽에 걸어두고 싶은 영화다."

다음은 한국에서의 그의 영화에 대한 기대. "일본인처럼 한국인도 '4월 이야기'를 받아들일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은 같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을 생각하면 두 나라는 이제 하나의 원으로 그려진 셈이다. 중국이나 다른 아 시아 국가와는 달리 특별한 선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4월 이야 기'가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말을 했다.

배우로서 마츠 다카코는 연기와 연기를 하면서 느낀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배역과 비슷한 10대의 마지막에 찍은 영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이었고 따뜻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이렇게 최소 규모, 적은 배우로 처음 영화를 찍었다.

순지 감독을 잘 알고 있어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욕심에 달려들었다. 그는 이미 마음 속에 모든 것을 그려놓고 현장에 그것을 그대로 펼쳐놓고는 배우를 기다린다. 그래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기대했고 그 기대가 맞았다. 성격이 전혀 다른 TV드라마를 하 고 있어 여유가 없었다. 촬영현장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했다. 오히려 신선했다.

스태프들이 분위기를 미리 잘 만들어 놓아 촬영현장에 도착하면 금방 내가 우즈키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이 촬영할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도 이런 계획 때문이 아 닌가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분석과 감상법도 나름대로 분명하다. "우즈키가 짧은 짝사랑을 하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의 행복한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도 어떤 거창한 이야기 를 기대하기 보다는 '아름답다, 재미있다'라는 단순한 발견의 연속이 되도록 봤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얻는 두근거림, 그리움, 외로움, 기쁨으로 일상을 돌이켜 보고 자신의 감성을 움직 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 비가 와 책방을 나설 때 남자가 여러 개의 우산을 펼쳐보이며 골라주 는 모습을 우즈키가 바라보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게 남는다고 했다. 어쩌면 배우 자신이 가 장 인상깊게 남는다고 했다. 어쩌면 배우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사랑의 순간을 가장 잘 포 착하고 있었던 셈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노래에서 두루 활동중인 그는 자신의 연기관과 한국 관객에게 바라는 마 음도 조리있게 정리했다. "영화는 필름에 담기면 끝이기 때문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걱정하 면 다른 일을 하는데 악영향만 미친다. 특별히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눈 앞에 있 는 일을 하나하나 해나간다. 분야에 따라 연기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감독, 연출자)이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감독은 그렇더라도 다카코의 말에는 우리 배우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깊이와 조리와 분석력 이 있다. 아버지가 유명한 가부키 배우인 마츠모토 고시로인, 전톤의 가문 출신이어서만은 아니다.

작품을 그만큼 잘 분석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노력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힘들었어요. 예쁘게 봐 주세요"만 반복하는 우리 배우와 비교된다. "인터뷰에서 자기 영화에 대해 잘 설명하는 것이 영화제작의 마지막 단계"라는 중국 장이모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이대현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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