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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만만찮을 총선 뒤풀이

모처럼 정치권에 ‘상생(相生)의 정치’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격렬했던 총선이 끝난 뒤 여야의 숨고르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법부의 선거부정 단죄, 금권·관권선거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 등 불씨는 남아 있으나 큰 불길이 잡힌 뒤의 ‘잔불 정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4월17일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당분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추진에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은 정파적 이해를 초월하는 일대 사건”이라며 “여야는 물론 사회 각계가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재회담개최에 유연한 자세

김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여야협력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총재회담을 제의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김대통령은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초당적으로 지지를 받는 모양새를 취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도 여야 총재회담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총재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이총재는 14일의 기자회견에서 “여야가 총선과정에서 보였던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고 서로 협력해서 선거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며 상생의 정치를 강조, 총재회담 개최에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야 총재회담 성사에 걸림돌도 적지 않다. 우선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의 금권·관권 선거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관련자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우는 자세’를 총재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역관권 선거가 문제될 정도로 공명하게 치러졌다”면서 “선거때나 하는 이야기를 선거후에 또다시 들고나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급템포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선거부정 수사가 여야 관계를 경색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은 “선거법위반 수사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여야대화와 선거사범수사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측은 여권이 선거법위반 수사를 정계개편의 지렛대로 삼으려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강력히 표출하고 있다.

또 야당 내부에서는 5월말로 예정된 16대 원구성전까지 여야 총재회담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대두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부영총무는 “총재회담까지 하고 난 뒤에 원구성 문제로 여야가 싸우면 꼴이 우습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당은 관례대로 국회의장은 당연히 여당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여야가 이런 정략적 이해를 원만히 조정하지 못할 경우 총선후 모처럼 조성된 대화분위기가 깨지고 ‘잔불’이 다시 대형 산불로 되살아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화로 정국을 풀어가라는 여론이 강해 정치권이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가안팎의 최대관심사는 정계개편

총선후 정가 안팎의 또하나 관심사는 정계개편이다. 이번 총선결과로 나타난 불안정한 정당 역학구도는 정계개편의 강한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다.

우선 제 2당에 그침으로써 현재의 의석만으로는 정국을 풀어가기가 힘들게 된 여당이 정계개편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한나라당도 현재의 133석에 4석만 보태면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의원영입에 대한 유혹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주당과 한나라당, 어느 당도 섣불리 외부영입을 통한 정계개편에 나서기가 쉽지않은 처지다. 민주당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야당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되는 야당의원 빼내기를 시도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여당이 야당의원을 빼내올 수단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민주당은 현재의 의석구도를 유지하되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지원한 뒤 자민련과 공조복원을 통해 정국을 풀어나가는 방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보다 높다.

한나라당도 먼저 자민련 등에서 의원빼내기를 시도하기는 어렵다. 자칫하다간 여당측에 정계개편의 빌미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자민련의 몸부림만 뉴스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자민련이 합당 또는 연대를 희망하는 민국당과 한국신당이 자민련의 구애에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소3당 연대’의 성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4/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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