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 유통업체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채널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인터넷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공정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저가판매를 방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즉,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싸게 판다는 이유만으로 제조업체가 대리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 공급을 중단하는 것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소유권을 갖고 판매를 위탁한 대리점이나 회사가 고용한 영업사원에 대해 사이버 쇼핑몰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에서 제외, 채널 갈등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대리점영업에 치명타

실제로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서적, 음반, 화장품, 패션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 전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특히 기존 시장에서 제조업체와 대리점의 결속력이 긴밀했던 자동차, 가전 분야일수록 갈등의 정도는 더욱 심하다.

지난해 말 국내의 한 자동차업체는 자사의 일부 대리점에 대해 15~30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문제의 대리점이 인터넷 자동차 할인 판매회사에 자동차를 유통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유통 채널별로 상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을 용인치 않겠다는 강력한 입장 표명이었다.

또한 가전업체도 인터넷 상거래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쇼핑몰을 구축했으나 “최악의 경우 물품취급을 거부하겠다”는 기존 대리점 사업주의 반발에 부딪쳐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대리점 사업주의 이같은 반발은 인터넷을 이용한 유통이 급속히 파급되면서 대리점 매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리점을 통한 가전판매는 1997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했으나 양판점, 할인점, 인터넷 쇼핑몰 등 신 유통망의 영향으로 현재는 판매비중이 70%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폐지로 일본 기업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대리점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 가전분야의 유통갈등은 어느 업종보다 위태로운 지경이다.

여행업계에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항공권의 사이버 판매를 늘려가자 판매 수수료로 회사를 운영해온 상당수 여행사들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현대, 대우, 삼성중공업 등 국내 유수의 중공업업체들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원자재 및 부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글로벌 소싱시스템’(Global Sourcing System)을 갖추고 있지만 기존 협력업체와의 갈등을 우려해 발주대상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차별화전략 등으로 갈등 해결해야

그렇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채널갈등의 해결책으도 대략 다음의 세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철저한 차별화 전략이다. 타겟 고객에서부터 판매제품, 심지어 마케팅 전략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차별화해 상호·공존체제를 갖추는 방법이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소니. 소니는 지난 2월 온라인 전자제품 거래점인 ‘소니스타일닷컴’을 개설해 정보와 오락 관련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VCR과 TV 등 가전제품은 기존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둘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는 고객 획득을 목적으로 하고, 실제 매출이나 유통은 인근 대리점이나 소매점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서점인 미국의 아마존에 밀려 고전하는 반즈앤노블의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는 로컬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는 인터넷의 특징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제품 판매를, 국내 시장에서는 기존의 대리점망을 통한 판매를 병행함으로써 원천적으로 채널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이는 IBM의 PC판매 전략이기도 하다.

인터넷 사업으로의 진출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감안한다면 기업들로서는 기존 대리점들과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4/20 23:15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