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상성물산 상무가 본 김회장

김익래 회장은 공(公)과 사(私)가 분명하다. 다우기술이 한참 커가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아는 사람을 취직시키려다 한마디로 딱지를 맞았다.

회사 경영은 공적인 일인데 사사로움이 끼어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회장의 그런 철학때문에 다우기술에는 친인척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회사경영이 투명해야 아랫사람이 믿고 따라오지 않겠느냐. 그게 그의 강점이다.

그는 원래 장사꾼 타입은 아닌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국의 1인자가 됐다. 그만큼 세계 IT업계의 흐름을 보는 안목은 탁월하고 정확하다. 한국의 전체 흐름보다 한 10년 정도 앞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소프트웨어에 뜻을 둔 것은 벌써 십수년 전이다. 또래인 이범천 박사와 뜻을 모아 1981년 큐닉스 컴퓨터를 세웠는데 이박사가 하드웨어 분야를 고집하자 회사를 떠났다. 그때 그는 소프트웨어를 택해 지금에야 최고 소리를 듣고 있다.

성공한 사람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그는 겉치례를 싫어하고, 또 소탈하다. 그만큼 돈을 벌었으면 룸살롱에서 양주를 마시는 것을 즐겨할 법도 한데 여전히 소주를 고집하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있다.

요즘 아무리 ‘바꿔’가 유행이라지만 세파에 흔들리지 않은 그가 더 믿음직하다. 내가 카자흐에서 3년간 혼자 근무하고 있을 때 바쁜 와중에도 가끔 우리 집으로 전화해 걱정을 해주었다는 소리를 듣고 ‘진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는 고등학교 시절에 만든 ‘캔들 파이브’(촛불 다섯)의 멤버로 우정을 다졌다.

노래를 못한다는 게 그의 약점이다. 고등학교때 음악선생님이 음반에 없는 음정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며 그를 놀리곤 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우리가 보기엔 음치다.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해도 제도가 받쳐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를 볼 때 우리도 마음이 아프다.

입력시간 2000/04/21 00:1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