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합의 발표는 4·13 총선에 영향을 미쳤나? 4·13 총선결과는 6·12 평양회담에 어떤 파장을 줄 것인가?

한국일보와 미디어 리처치가 총선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13.5%로, 네 가지 요인중 가장 낮았다.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여·야의 안정·견제론’으로서 23.3%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하워드 프랜취 특파원의 분석은 다르다. 새천년민주당이 115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정상회담 발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선거 2주일전의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10석 정도를 질 것이라는 예상이었으며 김대중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프랜취 특파원은 “정상회담 개최 발표는 ‘쿠테타’였으나 한나라당에게도 이를 ‘북과 거래한 신북풍 음모’라고 반박에 나서게 해 133석의 제1당 자리를 내주었다”고 해석했다.

한국일보의 조사로는 남북 정상회담에는 호남(16.9%), 사무직 근로자(19.1%), 자영업자(19.2%)가 관심을 가졌다. 프랜취 특파원이 만나본 30대 회사원과 25세 학생은 남북 정상회담과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그들의 투표 이유였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실향민이 많은 강원도는 9.1%의 관심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전업주부의 관심은 8%대에 그쳤다.

이산가족의 이같은 무관심의 밑바닥을 ‘1,200주의 도토리 나무’의 재미동포 여류작가 미라 스타우트씨는 ‘한국 통일의 부담’이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밝혔다. 스타우트씨는 1945년 월남해 이승만 대통령때 장관을 지낸 사람의 외손녀.

그녀는 한국인 소설가답게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으로 변한 한국에 북한의 새 친척이 몰려올 때의 부담과 불안을 담담하게 상정해본다. 또 왜 이런 ‘역사적 사건’이 총선과 함께 일어났는가에 대해서 음미해본다. 그런끝에 IMF 위기로 고생하고 있는 서울의 외삼촌에 전화를 걸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정상회담은 희망적이다.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것이다. 그러나 꼭 실현될 것이다고 장담못하겠다. 만약 북에 있는 친척을 만나고 도와주고 서로 같이 살게 된다면 어찌 될까. 솔직히 나는 혼란스럽다. 물론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러나 이름도 모르는 친척도 많다. 내 가족 거느리기에 도 힘드는데 새 가족이 생긴다면 그건 갈등이겠지. 이산가족 상봉은 훌륭한 일이야. 그러나 그건 불행이 될 수 있어.” 그녀의 외삼촌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불안에 너무 매달릴 때 앞으로 나아갈 길은 막히게 마련이다. 기적같은 ‘훌륭한 일’은 확실한 업적을 역사에 남길지 모른다.

북에서는 4월15일은 영생의 ‘수령’인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인 태양절이다. 이날 평양에는 매일 일어나는 정전이 끊기고 30여대가 꽃전등이 켜졌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군과의 합동군사훈련에 초신경질적인 북한은 이날 미국과 한국을 적대시하는 어떤 방송도,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1,000여명의 대학생이 한미 연합사의 합동훈련을 “정상회담을 해친다”며 미군철수를 부르짖었다.

북한의 이런 변화를 부르킹스 연구소 객원연구원 알렉산드르 만수로프는 4·10 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앞두고 예견했다.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했고 콜롬비아대학에서 북한의 지도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해박한 북한 전문가다. 만수로프는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이 4월10일 정상회담을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적으로 김정일과 그의 권위주의 정권의 합법성을 강화시켜주며 국내적으로는 통일이라는 아버지 김일성의 유훈을 계속 완수하려는 효자로 보이게 한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적으로 단기간내에 북한의 좋은 면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 인민을 동원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정상회담으로 2000년이 ‘대전환의 해’임을 인민에게 보여주고 국제적으로는 북의 온건론자가 군부 강경론자와 합의에 의해 정상회담에 나선 것을 실증시켜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고 해석했다.

입력시간 2000/04/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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