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하늘의 태양,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태양은 태초부터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환경이었다. 태양의 뜨거운 열과 강한 빛이 없다면 지구의 생명체는 감히 존재할 수도 없다. 도대체 저 강렬한 태양의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태양에 숨겨진 비밀은 21세기의 인류에게 또다른 도전의 길을 던져주고 있다.

인류생존의 에너지원인 석유는 45.9년, 석탄은 217년, 천연가스는 65년이 지나면 동이 난다. 그 이후에 인류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인류의 노력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하늘에 뜬 태양에서 그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저 찬란한 태양을 땅에서도 만들어보자는, 가당찮은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태양은 흡사 수십억년 동안 폭발하고 있는 거대한 수소폭탄과 같다. 태양의 중심부에서는 수소핵융합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은 지구의 30만배에 달하는 엄청난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중심부에는 고온(섭씨 1,000만~1,500백만도)·고압상태가 형성된다. 여기에서 수소분자 2개가 융합하여 헬륨분자로 변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지구에 다다르는 태양 에너지의 양은 초당 200조 kw. 원자력발전소 수억개를 합쳐야 가히 얻을 수 있는 양이다.

그렇다면 이 반응을 지구상에서 인위적으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을까? 바로 인공태양에 대한 발상의 근거가 되는 질문이었다. 인위적으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섭씨 1억도의 온도로 가열하면 기체도, 액체도, 고체도 아닌 제4의 물질형태인 플라즈마로 변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바로 이 플라즈마의 덩어리다. 핵융합 연구를 인공태양 연구로 부르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핵융합 에너지 연구는 동서냉전 초기였던 1950년대 초에 수소폭탄 개발과정에서 얻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1951년 프린스턴대를 중심으로, 소련에서는 사하로프 박사의 주도로 진행됐다. 막대한 연구비의 조달이 어려워 1960년대부터 미국, 일본, 유럽연합, 러시아의 공동연구가 시작됐고 1980년대 후반부터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TER)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ITER은 150만 kw 이상의 핵융합 에너지가 1,000초동안 지속되는 초대형 토카막 핵융합 장치다. 현재 주요 핵융합 실험장치는 일본의 `JT-60U', 유럽연합의 `JET', 독일의 `ASDEXU', 미국의 `DⅢ-D'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플라즈마 및 핵융합 연구는 1995년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이 짜여지고 1996년부터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 ‘핵융합연구개발 사업단’을 조직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현재 대전의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는 연건평 6,860평, 높이 30m의 거대한 실험실이 한창 건축중에 있다. 2001년 말에 완공될 이곳에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가 설치된다. 플라즈마 밀폐장치를 초전도자석으로 만든 KSTAR는 3억도 이상의 플라즈마가 300초 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02년 말 가동에 들어가면 2004년 여름쯤이면 핵융합을 통해 플라즈마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핵융합의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무진장으로 들어있다. 핵융합발전은 바닷물 1리터로 300리터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500리터의 바닷물(10g의 중수소와 15g의 삼중수소)만 있으면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화석에너지처럼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을 뿐더러 방사성원소의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에 비해 방사선이 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해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꿈의 미래 에너지’로 추앙받고 있다. 30년 이내에 상용화 될 수 있다는 인공태양, 작은 별 지구에서 떠오를 또하나의 태양에 거는 기대가 도무지 크다.

입력시간 2000/04/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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