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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제국은 유럽의 수호신

■ 종횡무진, 동로마사/존 J 노리치 지음/그린비 펴냄

비잔티움 제국은 서기 330년 5월11일 월요일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운 이래 1453년 5월29일 화요일 오스만 술탄 메메드 2세에 의해 함락되기까지 장장 1,123년 18일 동안이나 존속했던 제국이다.

그러나 비잔티움 제국은 근·현대 서양 역사가 사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중세 중반(12세기)까지만 해도 서유럽에 비해 정치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앞서있던 비잔티움 제국은 현재 세계 사학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서유럽 출신 역사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하지만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서유럽은 사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잔티움 제국에 적지않은 신세를 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발달한 문물을 서유럽에 전한 것도 동방제국이었으며 서유럽에서는 사라진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중심 줄기를 보존하고 있다가 10세기 이후 서유럽에 전달한 것도 동방제국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동방제국이 오늘의 서유럽을 있게 하는데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를 한 것은 강성한 아시아 국가의 침략을 막아냈다는 점이다. 동방제국은 6~7세기 유럽으로 거세게 밀고 들어오는 사산조 페르시아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했으며 특히 717년에는 페르시아보다 더욱 강력한 적수인 ‘사라센 제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동방제국이 아니었다면 당시 들불처럼 번져나가던 이슬람 문명권은 유럽을 손아귀에 넣었을 것이며 서유럽의 역사는 8세기에서 끝장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서양사에서 이 사건은 731년 프랑크 제국의 카를 마르텔이 투르에서 에스파니아에서 밀고 올라온 사라센을 막아낸, 훨씬 작은 사건보다 훨씬 덜한 비중으로 취급되고 있다.

‘종횡무진 동로마사’는 비잔티움 제국의 숨겨진 진면목을 소개하는 역사서다. 이 책에는 동방제국이 전 유럽을 넘보는 셀주크 투르크에 대해 때로는 물리력으로, 때로는 외교술로, 때로는 공물과 영토를 떼어 바치는 굴욕을 겪으면서까지 더이상의 서진(西進)을 허용하지 않은 역사가 담겨있다. 또 비잔티움 제국의 몸부림이 서유럽을 보호했으며 그 덕분에 힘을 비축한 서유럽 제국이 십자군을 조직해 투르크에 대대적인 역공을 편 것도 알리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제국의 성립부터 800년 크리스마스에 로마에서 치러진 샤르마뉴의 대관식을 통해 그 경쟁자인 서방제국, 즉 신성로마 제국이 탄생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화려한 마케도니아 왕조와 더불어 시작된 중흥기를 추적한 2부는 ‘불가록토누스’(불가르인의 학살자)로 불리는 바실리우스 2세 치하에서 맞은 제국의 전성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전성기는 비잔티움 역사상 세 차례의 주요한 패배 가운데 첫번째 패배, 즉 1071년 만지케르트에서 셀주크 투르크에게 참패하는 불길한 조짐으로 끝나게 된다.

3부에는 ‘만지케르트’ 전투의 패배가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았으며 또 천년제국은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보여준다. ‘만지케르트’전투의 패배로 동방제국은 주요 인력 공급원이었던 소아시아의 대부분을 잃었고 쇠퇴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100년뒤 ‘4차 십자군’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는 기묘한 집단의 공격앞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후에도 제국은 수백년간을 버티지만 이미 과거의 권위와 영화는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입력시간 2000/04/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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