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의 여야 영수회담에서 여야 총재가 합의한 대화정치 복원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천될까. 이번 주는 여야가 영수회담 합의의 후속조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한 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가 단박에 실현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권의 대화 능력에 대한 불신이 심한 데다 총선 이후의 ‘전후(戰後) 처리’ 쟁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원구성 협상부터가 쉽지 않다. 민주당 박상천 총무와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25일 원구성 협상을 위한 첫 회동을 가졌으나 예상했던 대로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차이를 확인했을 뿐이다. 26일에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자민련의 오장섭 원내총무 내정자도 협상에 참여했다.


국회의장선출문제가 가장 큰 쟁점

가장 큰 쟁점은 국회의장의 선출문제. 민주당은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집권여당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국회사상 야당이 국회의장직을 맡은 적이 없으며 여소야대 시절이던 13대 국회 초반에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위해 의장직을 여당에 양보했다는 근거도 제시된다.

민주당측은 또 “한나라당이 1당이긴 하나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원내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된다”며 ‘제1당 국회의장론’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사상 야당이 의장을 맡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과거 자유당시절 신익희선생이 야당의원 신분으로 국회의장을 맡은 적이 있다”고 반박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회의장 집권여당 몫’이라는 입장을 고집할 경우 경선을 통해 의장을 선출하자고 할 태세다. 한나라당 의석이 의석과반수(137석)에서 불과 4석 모자란 133석에 이르는 것을 바탕으로 한 ‘배짱’이다. 물론 자민련과 민국당, 무소속이 여당편에 가세할 경우 얘기가 달라지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자민련이 의장선출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인지 한나라당의 의장경선 주장에 대해 펄쩍 뛴다. 박상천총무는 “경선을 하자는 것은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경선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15대 국회 후반에 경선을 통해 국회의장을 뽑은 전례가 있는 데다 여론도 여야가 원만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경선을 하라는 쪽이어서 민주당이 마냥 경선을 외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회의장 경선이 이뤄질 경우 자민련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자민련은 이런 상황을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5석으로 낮추는데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이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긍정적인 것은 자민련과의 공조를 복원, 국회의장 선출 등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계산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양당구도가 희석될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복원으로 정국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주장에 매우 냉소적이다.


영수회담 불구, 삐걱거릴 정국

국회상임위원장 배분문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의석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누자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소위 노른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는 쟁투가 치열하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중요한 운영 법사 정무 정보 문화관광위 등 7~8개 상임위와 예결특위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과 관련이 있는 문화관광위를 비롯해 법사 행정자치 정무위 등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자민련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틈바구니에서 캐스팅보트를 최대한 활용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성공시키면서 상임위원장 자리 몇개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세가 워낙 약해져 있는 상태여서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선거사범과 병역비리 처리에 대해 여야 차별이 없도록 한다는 영수회담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정국을 삐걱거리할 소지는 많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0/04/28 20:4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