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갈 것인가.’

지난주 경제계는 갑작스럽게 돌출한 현안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의 뉴욕발 태풍, 즉 ‘주가폭락’과 한국의 골프장발 역풍, 즉 ‘재계의 반발’이다.

이들 현안이 불거지면서 벤처기업과 투자자간의 ‘벤처거품론’이 재연됐고 정부와 재벌간에는 ‘재벌개혁의 수위와 방법’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다. 하나같이 칼로 무 자르듯 할 수 없는 복잡한 논쟁거리이어서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계의 최대 현안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이번주 경제계에서는 이같은 현안이 얼마나 불거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거품론과 코스닥 외면현상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강도로 계속될 것인지는 시장이 얘기할 것이고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국무회의와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당국자들의 공식·비공식 발언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또 26일 011(SK텔레콤)의 017(신세기이동통신)인수 허용여부가 결정되고 27일께 프랑스 르노의 삼성차 인수가 공식적으로 매듭지어진다.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주요 의제중 하나인 북한내 SOC지원도 당분간 경제계 최대 현안으로 자리하게 됐다.


주식시장 폭락세 당분간 없을것

이중 가장 우선적인 관심은 주식시장이다. 지난주 폭락세를 주도한 정보통신 관련주, 인터넷 관련주와 코스닥시장이 얼마나 회복될 것인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주와 같은 폭락세는 당분간 없다는 것이다. 근거는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벤처, 인터넷 거품론의 허구’다.

거품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잘못된 상황인식에 따른 과민반응’으로 요약된다. 21세기 경제의 대세는 디지털이며 그 중심에 벤처 인터넷이 자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벤처주, 인터넷주에 대한 매력은 여전하며 코스닥 역시 예외일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이번주 코스닥시장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기대감 회복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 전체로는 쏟아진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 폭발적인 반등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나선 ‘재벌 길들이기’는 정부의 공식적 부인과는 달리 분명하다. 더구나 재계가 골프장 모임에서 ‘우리도 할 말 있다’고 선언한데 이어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정부는 기업에 원칙만 제시하라’고 재차 반발하는 모양을 하고 있어 재계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사실 정부의 강경방침은 이미 여러차례 노출됐다. 이헌재 장관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인사, 자금배정 등 기존의 기조실이나 기획실의 기능을 해서는 안된다. 30대 그룹 지정제도는 폐지할 수 없다”는 등 재계의 요구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방향은 정해진 것이다.


재계반발에 강도높은‘응징’분위기

문제는 강도다. “IMF이후 그렇게 재벌개혁을 외쳤건만 도대체 바뀐게 뭐냐”는 것이 솔직한 정서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개혁강도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재계의 반발 분위기를 ‘여소야대 정국을 등에 업은 도발’로 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어 이번 기회에 뭔가 확실히 매듭짓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황제경영 타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공정위는 현대를, ‘부의 변칙세습 차단’에 나선 국세청은 삼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양대 그룹이 관심의 초점이다. 삼성에 대해서는 참여연대가 자세한 조사를 의뢰해놓고 있어 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조사강도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전화 011과 017의 합병승인은 정보통신 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솔엠닷컴과 하나로통신 인수전이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고 IMT-2000에 대한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LG가 더욱 바삐 움직일 것이고 한국통신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1년 이상 끌어온 삼성차 문제는 이번주중 완전 매듭된다. 부산공장을 가동하되 주인은 프랑스의 르노다. 손해여부와 관계없이 삼성차의 매각은 우리 경제의 큰 짐 하나를 덜어내는 것이고 남아있는 현안, 즉 대우차 매각 등 대우처리에도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영수회담 이후 전개될 정치권의 움직임도 경제계로서는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현안이다. 주가나 재벌길들이기, 정보통신 분야의 사업자 결정등 경제계 현안이 정치권의 큰 움직임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종재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0/04/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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