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에 지각변동 예고

인터넷이 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조악한 화질과 소수의 영세 사업자에 의해 주도돼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인터넷 방송에 지상파·케이블 TV 방송, 대기업, 대형 온라인 서비스업체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인터넷방송협회(www.koreawebcast.net)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인터넷 방송국 숫자는 오디오와 비디오 방송을 합쳐 약 300여개에 달한다. 방송국당 보통 10가지 이상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채널 숫자는 3,000여개가 넘는다는 결론.

이용자 역시 50만명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00년 말에는 인터넷 방송국이 400개를 넘어설 것이며, 2005년에는 1,000개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공룡시대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던 포유류가 결국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듯이 인터넷 방송이 ‘21세기형 뉴미디어’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 시청

인터넷 방송의 최대 강점은 공중파 방송과 달리 채널 수와 방송시간에 전혀 제약이 없으며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터넷상에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뉴스, 재테크, 홈쇼핑, 건강 등 다양한 주제를 공급하는 수 천개의 채널이 존재한다. 또 TV드라마 ‘허준’을 다른 일정 때문에 보지 못했다면 편한 시간에 인터넷을 이용해 시청할 수도 있다.

인터넷 방송의 또다른 장점은 기존 지상파 방송이 다루지 못하는 전문영역이나 틈새영역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애프피아의 노컷사이트(nocut.co.kr)는 극장 개봉영화에서 잘린 부분만을 모아 영화팬에게 보여주고 있으며, NGTV(ngtv.net)는 CF와 뮤직비디오 촬영시 출연자의 실수만을 모아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네티즌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차세대 방송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지상파 및 유선 방송국과 대형 온라인 기업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우선 지상파·유선 방송사의 움직임. KBS는 한국통신과 제휴해 종합 인터넷 방송을 지향하는 크레지오(www.crezio.com)를 개국, 지난해 11월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데 이어 4월7일부터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드라마/영화, 연예/음악, 문화교양, 쇼 이벤트, 주문형 비디오(VOD) 등 6개 채널이 있으며, 채널별로 전담 제작진이 배치되어 채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업체 참여 늘어

SBS는 1999년 8월 하나로통신과 제휴해 자본금 30억원의 별도 법인인 SBS인터넷을 설립해 드라마, 시사, 쇼 등 8개 인터넷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MBC도 두루넷과 제휴해 TV와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는데 방송 3사중 가장 먼저 웹캐스팅의 개념을 도입해 인터넷 사용자만을 위한 채널과 컨텐츠를 개발, 서비스하고 있다.

일부 케이블 방송의 경우는 TV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재방송하는 단계를 넘어서 전문 분야별로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음악 전문방송인 m.net는 최근 자체 인터넷 방송(www.mnet27.com)을 포털사이트로 확대 개편했다. 동아TV도 패션인터넷 방송국(www.fchannel.co.kr)과 경매전문방송국(www.achannel.co.kr)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LG쇼핑, 삼구쇼핑, 아리랑TV, 예술영화TV 등도 홈페이지에서 자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발빠르게 변신한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도 인터넷 방송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물산은 위성 방송사인 아리랑TV와 영문 인터넷 방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월중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영문 인터넷 방송 포탈사이트인 ‘A Gateway to Korea’(가칭)를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종합상사도 SBS인터넷, 코리아 음악방송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체결하고 음악전문 인터넷 방송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밖에도 온세통신, 천리안, 채널아이, 한국통신 하이텔, 유니텔 등 기존의 대형 온라인 서비스업체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상태이다.


대중화 가속화 예상

그렇다면 대형 인터넷 방송국의 등장은 기존의 소규모 독립 인터넷 방송국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송 인프라와 컨텐츠를 배경으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지상파·유선 방송사와 대기업 계열회사가 강력한 리더로 자리매김을 하겠지만 독립 방송사의 생존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특성상 100만원 정도의 소자본으로도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목동의 한 유치원이 아이들이 놀고 공부하는 모습을 인터넷 홈페이지(www.yoochiwon.com)로 부모에게 제공한 것은 소규모 인터넷 방송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도 ‘인터넷 방송 열풍’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기업이 MPEG-4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저가형 방송 솔루션을 개발, 시판함으로써 인터넷 방송의 대중화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기존 소규모·영세 방송국이 수익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상당수가 1~2년내에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전문가는 “인터넷 방송이 미래가치를 갖고 있는 유망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결국 상업적으로 살아남는 곳은 10여 군데도 채 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성장기에 들어선 인터넷 방송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체인 인터넷 방송이 세상을 바꾸게 되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4/30 19:33


조철환·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