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계화 운동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몇가지 진실을 확인했다.

특히 IMF와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에 요구한 정책은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거의 빈사상태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채무불이행 선언이라는 협박과 자금지원이라는 당근을 적절히 구사해 전세계 90여개 나라가 시장개방과 고금리, 통화평가절하, 국유기업 사유화, 보조금폐지, 복지 교육비 축소 등 충격요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했다.

이같은 ‘구조조정계획’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기업환경을 좋게 했다. 하지만 생활비를 치솟게 하고 사회보장체계를 약화시켰으며 소규모 농업 및 산업을 도산시켰다. 실제로 하이티는 IMF의 압력에 따라 1986년 시장을 개방한 이후 값싼 미국산 쌀이 밀려와 자국의 쌀산업이 무너지고 말았다.

IMF와 세계은행은 장기적으로 국민의 생활수준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문제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구 남반부 국가 사람들은 그같은 말을 더이상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이달초 볼리비아에서는 식수요금을 올리려는 정부와 다국적기업의 계획이 알려지자 폭동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워싱턴의 시위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반미 문화가 아니라 실제로 세계에서 점점 쌓여가는 분노의 표출이라는 증거다.

IMF와 세계은행이 성공작이라고 꼽는 탄자니아를 보자. 킬리만자로산으로 유명한 이 나라는 비록 세계 최빈국중 하나지만 1961년 독립후 나름대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자급자족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재정및 무역적자 등으로 경제가 무너졌다. IMF의 15년에 이르는 구조조정 결과 거시경제의 안정을 찾았다. 인플레이션은 7% 아래로 떨어졌고 국내총생산은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

유럽산 승용차가 거리를 질주하고 수입품이 가게에 가득하다. 증권시장도 생겼다. 세계은행 탄자니아국장인 제임스 아담스는 “개방경제가 탄자니아를 변모시켰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구의 절반이 넘는 1,500만~1,800만명이 빈민 수준에서 생활하고 이들 중 1,250만명은 생필품조차 살 여력이 없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담스 국장은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사는 사람이 1980년 중반 인구의 65%에서 지금은 51%로 줄었다는 점을 들어 상황이 개선됐다고 강조하지만 탄자니아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석에 코웃음을 치고 있다. 왜냐하면 농업인구의 생활비는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업보조금 폐지와 통화가치절하의 영향으로 비료값은 4배가 올랐다.

단기 이자율이 100%에 이르는 상태에서 농민들은 돈을 빌릴 수도 없다. 수확도 줄어들었고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간상의 농간으로 제값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40%가 기아상태에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IMF와 세계은행 등에게서 빌린 64억달러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매년 예산의 40%를 쓰고 있다.

결국 국민의 70%는 에이즈에 걸리면 무당을 찾아가고 학교등록률도 1993년 93%에서 66%로 줄어들었다. 다에스살람 대학 개발문제연구소장 I.F. 샤오는 “몇몇 사람은 잘되지만 절대 다수는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가게에는 좋은 물건이 많지만 과연 누가 그 물건을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담스국장도 소득증대가 시골지역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옛 체제는 더이상 지탱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이다. 탄자니아는 발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IMF와 세계은행은 탄자니아에 대한 20억달러 채무면제계획을 지난주에 발표했다.

그러나 벤자민 카파 대통령은 “채무면제의 효과는 내년에야 체감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는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4/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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