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년)는 “세월은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준다”는 말로 자신의 훵하니 벗겨진 앞머리를 자위했다.

그리고 400년이 흐른 지금, 대다수 남성은 셰익스피어의 이 말에 별 공감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차라리 지혜의 일부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번뿐인 젊음을 뺏길 순 없다’고 주장한다. 외모와 이미지 형성에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머리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세월이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현대의학 3대 미해결 과제중 하나

인공위성이 하늘을 날고 인터넷이 안방과 세계를 이어주는 하이테크 세상이지만 아직 지구상에 발모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발모제 개발은 암치료제, AIDS 치료제 개발 등 현대 의학의 3대 미해결 의학 과제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인류의 숙원 사업이다. 그간 민간요법과 의학계의 노력이 있었지만 기껏해야 탈모를 예방하는 수준에 불과했지 죽은 모근에서 머리가 나게 하지는 못했다.

최근 미국에서 전립선 치료를 하다 우연히 정수리에 머리칼이 나는, 뜻하지 않는 효과가 발견되는 바람에 FDA의 승인까지 받은 ‘프로페시아’라는 경구형 발모제가 발견됐으나 성기능장애 등의 각종 부작용이 있어 진정한 의미의 발모제라고 할 수는 없다.

현대인의 탈모는 예상보다 휠씬 심각하다. 영국에서는 40여년전에 이미 탈모를 연구하는 두피모발학(Trichology)이 생겨 센터까지 설립됐고 미국에서는 1990년대초부터 모근을 이식하는 수술이 일반화돼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중반부터 식생활의 변화와 생활 패턴의 다변화로 탈모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3~4년전부터는 조기 남성형탈모라는 증세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조기 남성형탈모증이란 아직 탈모가 진행될 시기가 아닌 20~30대 초부터 각종 외부적 환경 요인에 의해 탈모가 시작되는 일종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탈모의 주원인으로 스트레스와 유전적 요인을 꼽는다. 현재까지 밝혀진 탈모의 원인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이 ‘5알파-리덕터즈(Reductase)’라는 효소와 결합되면서 생긴 DHT라는 물질이 모낭 속에 있는 모유두에 영향을 줘 모근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로 돼있다.

남성 호르몬은 인체 내의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될 때 활성화하는데 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인 것이다. 따라서 현대 의학에서 스트레스는 탈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유전적인 요소가 작용할 때 조기 탈모가 더욱 빨리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탈모 증세로 병원이나 모발관리 센터를 찾는 환자중 60%가 이런 조기 남성형탈모 증세로 고민하고 있는 20대~30대 초반의 남성이다. 특히 취업을 앞둔 20대나 혼기를 놓친 30대 초반의 남성이 주를 이룬다.


클리닉센터 탈모전문 병원 늘어

이처럼 탈모 인구가 급증하면서 탈모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개인병원과 모발관리 전문클리닉센터가 국내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의사 10여명으로 구성된 ‘고운세상’(원장 안건영)을 비롯한 서울 강남의 몇몇 대규모 개인 병원에서 모발 전문 클리닉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성형외과나 피부과 개업의중 상당수가 모발 관리를 전문으로 운영하고 있는 추세다.

모발 관리 전문업체로는 1998년 3월 문을 연 영국계 다국적 헤어전문회사인 스벤슨 헤어센터가 대표적이다. 스벤슨은 1956년 런던에서 설립돼 40여년의 전통과 세계 각국에 150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다국적회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헤어전문관리 센터를 설립했으며 서울의 소공동 강남 여의도와 부산, 대구 등에 총 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라벤더 로즈메리 오렌지 등 천연 약초에서 빼낸 천연추출액과 다양한 혈액순환제를 통해 두피모발을 관리해 주고 있다.

1회 관리에 3만5,000~4만5,000원 수준으로 주 2~3회 씩 3~6개월간 받으면 상당한 탈모 방지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10대 재벌의 2세중 4~5명이 이곳에서 장기적으로 모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펜슨 외에도 피앤씨인터내셔널, 스펠라랜드 등 국내외 모발관리 전문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벤슨의 김숙자 원장은 “국내에서는 모발에 대한 그릇된 지식 때문에 탈모 환자들이 더욱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직 발모는 어렵지만 탈모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그 진행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외에도 최근에는 여성의 탈모도 심각한 수준이 이르고 있다. 본래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탈모 가능성을 적지만 출산이나 갱년기, 또는 심한 다이어트나 잦은 퍼머·염색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탈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외모와 개성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탈모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탈모에 관한 잘못된 상식

1.매일 머리를 감으면 탈모가 심해진다.(하루 평균 50~100올이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오히려 피지 분비로 인한 청결을 유지키 위해 매일 감는게 좋다)

2.대머리는 정력에 좋다.(남성 호르몬이 직접 탈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3.샴푸로 감으면 더 빠진다.(비누는 세척력이 약하고 두피에 비누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나쁘다. 본인 두피에 맞는 샴푸를 쓰는 것이 좋다)

4.혈액순환을 위해 머리를 두드리거나 긁으면 좋다.(두피를 과도하게 자극하면 피지선이 과다 분비돼 오히려 해롭다. 손으로 가볍게 맛사지해주면 된다)

5.모자를 쓰면 탈모가 심해진다.(모자를 쓰는 자체가 나쁘진 않다. 땀이 계속나 통기가 안되면 모공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청결이 중요하다)

6.유전에 의한 탈모는 어쩔수가 없다.(유전인자를 가졌다 하더라도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 탈모를 지연시킬 수 있다)

7.대머리는 남자만 있다.(여성도 유전 출산 갱년기 다이어트 머리손질 등으로 대머리가 발생할 수 있음)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4/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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