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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지역감정

워싱턴 DC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정한 주기가 있었다. 대통령이 바뀌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당수 고위직 공무원이 바뀌기 때문이다. 각 부처의 장관은 물론이고 국장급 이상 공직자는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한다. 따라서 엄청난 수의 사람이 새 대통령을 따라 워싱턴 지역으로 들어오고 또 물러나는 대통령을 따라 나가는 것이다.

어느 권력구조 아래서도 고위 공직자는 정치적으로 임명된다. 영국과 같은 내각제에서는 집권당의 당수가 수상이 되고 내각은 집권당의 의원들로 구성된다. 대통령제를 택한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선택해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 앉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공직자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활동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에서 충원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으로는 논공행상식 인사도 있어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위 공직을 주는 경우도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는 당시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공로를 세워 주영대사로 임명됐다.

클린턴 정부의 주택성 장관인 앤드류 쿠오모는 1992년 대선 당시 클린턴 당선에 도움을 주었던 뉴욕주지사 마리오 쿠오모의 아들이다. 케네디 행정부에서는 그가 나온 하버드 출신이 백악관에 포진했었으며 부시 행정부에서는 짐 베이커를 비롯한 텍사스 사람들로 워싱턴이 가득 찼다.

클린턴 행정부 초기 법무성의 중요한 자리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속했던 로펌의 파트너들로 채워졌다. 사람들은 아칸스주에서 온 차들이 늘어남에 따라 처음 보는 번호판을 신기한 듯 쳐다보곤 했었다.

이쯤 되면 선진 민주주의를 시행한다는 미국도 학연 지연에 따라 정부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사 뿐만 아니다. 선거에서도 지역주의가 있다. 지난번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맥케인은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주에서 압승했으며 부시는 텍사스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의희 선거에서도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포기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이 포기하는 지역도 있다.

민주주의는 어차피 갈등의 정치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 흑백간의 인종적 갈등, 남북간의 경제적 갈등에다가 지역적 갈등도 있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선거이고, 선출된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의 기반이 된 집단을 중심축으로 정책을 집행해나가기 위해 그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선출되도록 도와준 사람에게 보상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적인 정치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워싱턴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정치현상을 따라 움직여왔다(최근에는 소위 신경제 덕분에 정계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있다).

한국에서 4·13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호남은 DJ, 영남은 반 DJ’로 나왔다. 민주주의를 하기에는 ‘훌륭한 갈등 구조’다. 아쉬운 점은, 인물을 중심으로 한 지역 요소가 갈등 구조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DJ 정부의 호남편중인사 때문에 반발한 영남권의 지역정서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참모로 쓰지 못한다면 대통령제라 하기 힘들다는 것을 모를 리 없겠지만 망국병이라는 지역 감정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만은 완화되기를 바랬던 기대가 무너진데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완벽하지도 않고 최선의 정치제도도 아니다.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갈등 구조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도 다르고 살아온 역사와 풍토도 다른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갈등 요소마저 똑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란 절차다. 주어진 갈등 구조 안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훌륭한 조정과 타협을 이루어낸다는 절차로써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지역감정을 이유로 자학하기보다는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워싱턴에도 지역 감정은 있다. 다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한국과 다를 뿐이다.

입력시간 2000/05/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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