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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 이재웅 다음케뮤니케이션 사장(上)

[벤처 스타열전] 이재웅 다음케뮤니케이션 사장(上)

"인터넷혁명의 중심에 서고 싶었다"

자유롭다. 그를 만나면 모든 게 자유롭다. 마주하는 자리도, 복장도, 대화도, 행동도 제한이 있거나 막힌 곳이 없다.

‘한국의 제리 양(야후의 창업자)’으로 불리는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그가 혜성처럼 나타나 인터넷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힌 힘은 바로 자유로운 사고 방식에 있고, 그것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아무런 제한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과 맞아 떨어진 탓은 아닐까.

그만큼 그는 자유분방하다. 때로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여느 시장에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점퍼 차림에 늦깎이 대학원생 마냥 시커먼 가방을 둘러매고 10여분 늦게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미안하다”는 소리를 연발하는 그에게서 우리 머리 속에 들어있는 사장님의 티를 찾을 수 없다.

테헤란 밸리의 야전침대에서 먹고 자며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어느 조그만 벤처의 대표자(?)라는 느낌, 그 느낌만으로도 여전히 식지 않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싱싱함과 생동감을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야후 제치고 포털서비스 1인자로

다음을 포함한 인터넷 주식가격의 급락 장세에 따른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재웅 사장의 태도에서는 벤처기업가의 꺼지지 않는 야망과 열정이 배어나왔다.“제가 무슨 벤처스타입니까? 이제 시작인데”라며 “이런 만남은 정말 부담스러워 가능하면 안한다”며 인터뷰 시작부터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벌써 두어달 전에 연재물의 성격을 설명하고 만남을 요청했을 때 “아직 스타 소리를 들을 때가 아니다”는 완곡한 거절을 중간에서 전달해야 했던 담당자의 속앓이를 짐작할 만도 했다.

하지만 다음은 인터넷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혔고, 그는 신세대식 경영으로 무서운 30대 스타 벤처인 반열에 들어선 게 사실이다.

“광개토왕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는 광고로 눈길을 끌 때가 엊그제 같은데 다음은 이미 포털서비스의 제1인자로 올라선 것이다. 4월18일 현재 가입회원 980만, 하루 로그인(log-in) 수는 430만명.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1,000만명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최고의 인터넷 업체다.

포털서비스란 인터넷 사용을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관문이란 뜻이나 한번 접속하면 전자메일 등 각종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전자상거래, 정보검색, 사이버 동우회 등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인 정서에 맞는 서비스

“포털서비스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국내 정서에 맞는 토종 포털이 원격 조정을 받는 외국계 포털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자본과 노하우 면에서 불리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초창기의 이야기죠. 이제는 어느 정도 자본력도 갖췄고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과도 제휴관계를 맺어 토종포털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자부합니다.”

이 사장은 인터넷의 대명사인 야휴를 짧은 시간에 제친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알고 있는 회사만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커뮤니티 ‘다음카페’가 그런 경우다. 다음카페를 자주 찾는 직장인 김문수(27)씨는 “다음요? 인터넷에 들어가 작업을 하다 보면 가끔 ‘왜 이런 것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면 얼마 후에 다음이 그런 서비스를 시작해요. 최근에는 왜 그런지 카페의 접속 속도가 느려 불만이에요”라고 말했다. 그것은 순전히 너무 장사가 잘된 탓이었다. “최근 3개월 동안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시설확충을 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이사장의 해명이다.

위기의 벤처, 방향전환 선언

소비자의 불만에 못지 않게 다음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은 증시 안팎의 냉랭한 시선.

뉴욕 월가에서 인터넷 업체의 미래가치가 갑자기 곤두박질치면서 주변에서는 ‘다음은 확실한 수익원이 없다’, ‘미래 수익구조도 불안하다’, ‘다음의 다음(NEXT)는 있느냐’는 등 다음의 앞날에 의문를 제기하고 나섰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 사장도 널뛰기를 거듭하는 코스닥 시장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품이 빠지는 조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이죠. 그러나 이 단계를 거치면 인터넷 생태계가 보다 건전해져 다음과 같은 주도업체는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봐요. 물론 현실적으론 어려워지죠. 다음은 아직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때이니까요.”

그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벤처세상이다’ ‘벤처혁명이다’며 떠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벤처는 끝났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는데 실망했어요. 과열 조짐이 있을 때 냉정하게 평가하고 미리 미리 경고했으면 지금 덜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돋보이는 게 이 사장의 능력이다. 바로 빠른 판단과 결정이다. 미국 증시의 폭락소식이 전해진 4월17일 오전, 이 사장은 전략기획회의에서 의견을 모아 방향전환을 선언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온라인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현장(오프라인)과 결합된 포털사이트로 변신을 서둘러야 합니다.” 지금까지 ‘코스닥 폭등-풍부한 자금력-기업확장’의 선순환이 ‘주가하락-자금난-경영위축’의 악순환으로 빠져들면 방향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박사학위 포기, 5,000만원으로 회사 설립

1995년 2월 창업한 다음은 초창기에는 이 사장의 의욕만큼 시장이 받쳐주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인터넷의 진가를 확인했어요. 그 때 프랑스에서는 이미 비즈니스가 시작되고 있었거든요. 인터넷은 단순한 기술변화가 아니라 생활양식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혁명의 시작이라고 보았어요. 저는 그 혁명의 중심에 서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위마저 포기하고 귀국해 5,000만원을 가지고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 사장은 다양한 분야의 문화와 예술 사이트를 선보인다는 꿈을 갖고 콘텐츠 개발과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나 시장이 따라주지 못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은 공짜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돈이 되지 않았어요. 돈을 주고 사지는 않았거든요.”

어쩌면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박감에 휩싸였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재웅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몇달 후 나온 결론은 어떻게든 사람을 모아야 그들을 바탕으로 사업구상을 해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시작한 게 한메일(hanmail.net) 무료서비스다. 창업한지 2년이 지난 1997년의 5월의 일이었다. <계속>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5/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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