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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널뛰는 미 증시, 세계를 흔든다

"올 여름까지는 나스닥의 ktdtmdtpfm frleo하지 말라."

미국 뉴욕증시의 대폭락이 일단 기우로 판명된 4월 20일 에렌크란츠 킹 너스바움사의 수석 분석가 베리 하이만은 이렇게 투자자의 기를 꺽었다. 바달이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최근 일주일은 과거보다 변동폭이 커진 조정국면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닷컴(.com)의 잡재가치에 현혹돼 '신경제' 주식 토자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개미'들에게는 후회막급한 일이지만 하이만과 같은 시각을 갖는 분석가들은의외로 많다.


"기술주 투자열풍은 버블"

인터넷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붐을 '버블'로 규정한 마크 페이버는 "과거 기술주에 대한 투자 붐이 꺼졌을 때 하락율은 최고치 대비 70% 이상이었다"며 "다시 말해 나스닥과 다른 시장의 주가 급변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경제나 뉴패러다임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TMT, 즉 기술(Technology), 미디어(Media), 통신(Telecommunications)에 대한 투자열풍은 버블이며 반드시 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기술주에 대한 광푸은 역사상 새로운 게 아니다. 1790년대의 은행과 1820년대의 운하 개발이 각각 붐을 일으켰지만 버블로 확인됐고, 1920년대에도 자동차 전기 전화 비행기 등이 신기술로 각광을 받으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결국은 빈털터리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1908년 미국내 500개 자동차 회사가 있었지만 이내 거품처럼 사라지고 지금은 고작 3개 회사만 버티고 있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발견은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부에 대한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높게 만들지만 언제나 고평가를 유도해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는게 페이버의 분석이다. 인터넷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게임(The Great Game)'의 저자 존 고든 역시 "기술은 바뀐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를 몰고 가는 탐욕과 초조감, 곧 인간의 천성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을 강조하는 미행정부나 일부 투자분석가들은 여기에 이의를 달고 있지만 최소한 지난 한 주는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할 정도로 변동이 컸다.

4월 14일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 고업평균지수는 투자자들이 블루칩(최우량주) 마저 투매하는 대학살(Blood-bath)로 사상 최대폭 하락했다. 이는 17일 개장한 아시아 유럽 증시를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뉴욕 증시에서는 재연되지 않았다. 1987년 10월 19일의 '블랙먼데이'(주가폭락) 엄습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바짝 조여맸던 미 투자자들은 이날과 다음날 두 지수 모두 급반등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하락과 재 반등 끝에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주간으로 323 포인트(9.7%) 올라 4주만에 처음 상승세로 한 주를 마쳤다. 다우지수 역시 한 주간 540포인트(5.2%) 상승해 금요일의 손실(618포인트)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투자자들은 놀이 공원의 바이킹호를 탄 기분이었을 것이다.


금리인상 가능성, 주식 투매현상

문제는 '피의 금요일' 직전 수준으로 돌아왓지만 같은 급등락이 되폴이될 수 있을 만큼 변동폭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심리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피의 금요일'을 부른 것은 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던지면서 일어났다. 이들은 블루칩의 매출·순익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자 다시 그쪽으로 몰려갔다.

만약 좀 더 강력한 금리인상 신호가 나타나 투자자들이 반대방향으로 몰리면 증시는 침몰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최고치 대비 7.5% 하락에 그치고 있는 다우지수와 달리 27.8%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 나스닥이 높다. 주가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퀀턴펀드 회장의 '자기암시이론'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 침체기가 일정기간 지나면 경제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낙관으로 쏠려 주가가 소상승기를 맞는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지속될 지에 의문이 생기면서 다시 비관으로 흘러 혼조 국면에 들어선다. 이때 실적(경제 회복)이 뒷받침되면 본격적인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다. 그렇더라도 말기에 들어서면 거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자심리가 사소한 지표에도 과민반응, 주가가 또 다시 흔들린다. 부명한 실적이 제시되지 않으면 투자심리는 비관일색으로 바뀌고 주가는 경제여건 이상으로 떨어져 공황상태를 맞을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대세상승기의 말기라고 한 분석가는 지적했다.

시장을 흔들 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근 주가 폭락에는 과도한 신용융자(Margin debt)도 한몫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로부터 빌려 투자한 자금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인 신용융자는 약세장이 계속되면 증권사들이 해당 주식의 처분이나 빚 상환을 요구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 신용융자 잔고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된 것만도 3월말 현재, 2,785억 달러,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피의 금요일'을 거치며 어느 정도 해소는 됐지만 여전히 시장의 잠재적인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과다하락 부르는 과다물량

과도한 주식 물량도 부담이다. 지난해 봇물을 이뤘던 닷컴의 기업 공개(IPO), 현금 대신 받은 스톡옵션의 매각 시점 도래, 주가 폭락전 대주주와 임원 등 내부자의 대량 주식 매각 등으로 첨단기술주 매물은 시장에 넘쳐난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동안 벤처캐피탈, 창업자 및 임원 등이 매각한 기술주가 222억 달러(신고기준)에 달했다. 또 3월에 IPO규정에 따라 뒤늦게 시장에 나온 물량이 586만주에 이른다.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과다 물량은 과다 하락을 부른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도 그랬다.

세계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뉴욕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일반투자자들이야 폭락없이 순항하기를 바라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의 흔들림, 나아가 추가 하락은 건강한 조치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주가 하락이 최소한 세가지 경제적인 이득을 준다고 말했다.

첫째는 투자자들에게 주식투자의 위험을 일깨우고, 둘째는 소위 '신경제'도 과열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며, 셋째는 미 경제 연착륙을 유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 번째 지적과 관련, 증시불안에 씀씀이를 줄이려는 가계가 늘고 있는 등 징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가정이 보유주식의 등급에 따른 평가이익(Paper Wealth)에 힘입어 왕성한 소비력을 과시했으나 최근에는 고가주택 및 자동차 구입 억제, 외식 자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맞벌이로 연가 수입이 20만달러에 육발하는 소니 아바시 부부의 경우, 워싱턴 근교에 50만달러짜리 저택을 살 계획이었으나 최근 35만달러짜리 타운하우스로 낮춰 잡았다.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닷컴 기업대신 알짜 블루칩으로 말을 갈아타는 투자패턴의 변화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블랙 먼데이'를 예방해줄 지는 확언할 수 없다.

정희경 국제부 기자 hkjung@hk.co.kr

입력시간 2000/05/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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