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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선으로 간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4월 21일 '서울발 대전행' 버스를 탔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지구 당 당직자와 당원을 격려하고 낙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버스토어'에 나섰다.

이 총재는 첫 기착지인 대전을 시작으로 5월 1일까지 전국 13곳을 종홍으로 누빌 계획이다. 가는 곳마다 당원은 물론이고 생계현장을 직접 찾아 서민과 유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에게 이번 버스 토어는 사실상 차기 대선의 기반조성 작업이다. 적게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둔 지역점검 절차다.

요즘 이 총재는 자신만만하다. 공천파동을 겪고도 원내 제1당을 차지했고 이 과정에서 다 른 계파 보스들을 제거해 당을 직할통치체제로 전환시켰다.

전국의 지구당위원장을 6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제 그의 눈은 2002년 대선으로 향해 있다. 최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회창 이인제 일단 선두주자

총선후 정국의 관심이 서서히 차기대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용꿈을 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예비주자들이 한나들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의중을 드러내고 있고, 또 그렇게 비치고 있다.

한나라당에 이 총재가 있다면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고문이 일단 카운터파트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 고문의 입자를 부쩍 키운 힘은 총선결과였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자민련 텃밭이던 충청권에서 의석의 3분의 1인 8석을 빼앗아왔고 강원도에서는 9석중 5석을 얻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그가 가장 힘을 쏟았던 지역이다.

덕분에 16대 국회에 진입할 20명 이상의 추종세력까지 확보했다. 당내 절대계파인 동교동계도 그를 달리보기 시작했다. 동교동계 망형격인 궈노갑 상임고문은 3월 15일 이인제 후원회에서 그를 가리켜 "2000년대 한국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인제 고문은 하지만 몸을 낮추고 있다.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성급하게 머리를 들어 야심을 내비쳤다가는 다른 예비주자의 집중견제를 받을 있다는 판단에서다.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워졌다고 보고 대세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기울도록 느긋하게 기다린다는게 그의 생각인 듯하다.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 윤곽은 5월 전당대회에서 희미하게나마 잡히게 될 것 같다. 전당대회에서 치러질 총재와 부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사람이 당권파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총재의 자리를 넘볼만틈 힘을 가진 주자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이 총재는 양새로 봐서도 경선이 아니라 총재에 추대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 예비주자들 용틀임 준비

하지만 이 총재에 도전의사를 밝힌 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16대 당선으로 5선 반열에 올라선 강삼재 의원이 그중 하나. 그는 당선후 "이제 정치적으로 승부를 걸 때가 왔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경선에 참가해 자신의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덕룡 부총재도 이 총재의 질주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그는 4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니라 수도권의 패배"라며 "한나라당은 반 DJ 정서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총재가 공천파동 때 잣니이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만큼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댜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1인 보스체제 극복'을 명분으로 이 총재견제의도를 분명히 했지만 총재경선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재섭 의원도 당선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주축은 대구·경북이란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일성을 터뜨려 칼을 갈고 있음을 시사했다. 군소 주자들이 이 총재의 아성을 깨기 위해서는 총재경선에서 연합해 단일후보를 내는 방법 밖에 없다.

특히 영남권의 지지없이 대선승리는 무망하다는 현실론을 바탕으로 연합한다면 최소한 바람은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군웅이 연합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고, 단일 후보를 낸다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최병렬 부초재와 서청원 전 선대본부장 등 중진은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이부영 원내총무, 손학규 당선자, 홍사덕 전 선대위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ldT지만 본인들은 소극적이거나 경선 불참의사를 피력했다.

총재경선 보다는 오히려 '차차기'를 기약할 수 ldT는 수석부총재 자리를 놓고 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김영구, 박관용, 박근혜 부총재와 하순봉, 신경식, 김진재, 이상득 의원 등이 여기에 거론된다.


민주 물밑경쟁, 복잡해질 수도

DJ외에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민주당도 물밑경쟁이 만만찮다. 9월 전당대회에서 부총재급에 해당하는 최고위원 7명을 경선하기 때문이다. 차기주자에게 최고 위원은 놓칠 수 없는 자리다.

이인제씨가 비록 선두 위치를 선점한 양상이지만 역시 '정치는 생물'이다. 남은 3년가 정치지형과 당내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내 다른 주자도 이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대위원장으로서의 활약과 이회창 총재와 겨눌 수 있는 유일주자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인제 대선카드'는 적지 않은 약점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영남권과 수도권내 영남출신 유권자의 '반 이인제 정서'가 그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신한국당 당내 경선에 불복해 출마하는 바람에 DJ당선을 가져왔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인제 대세론에 제동을 거는 논리도 여기에 있다.

이인제 카드에 도전하는 인물에는 원내 재복귀에 성공한 5선의 정대철 당무위원과 재야 출신의 간판스타 김근태 의원이 꼽힌다. 정대철 당무위원은 199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도전해 청와대행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총선 유세과정에서도 유권자에게 자신의 포부를 집중 홍보했다. 서울지역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근태 의원은 최근 "좀 더 큰일을 해보고 싶다. 한반도를 동북아의 중심으로 세워보겠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9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총선 운동기간 부산까지 내려가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면서 전국적 이미지를 키우려 노력 했다.

동교동계도 팔짱을 끼고 있지는 않다. 동교동계 중간보스인 김옥두 사무총장과 한화갑 지도위원의 최고위원 출마는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박상천 원내총무와 김원길 의원도 경선 참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됐던 이종찬 고문과 노무현 의원, 김중권 지도위원은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 대권가도에서도 한참 멀어졌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5/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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