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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스라엘의 대중국 무기판매에 제동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을 시작한 직후인 1979년 3월, 중국은 비밀리에 이스라엘의 비공식 방문단을 맞았다. 방문단 대표는 이스라엘의 대기업 총수 숄 아이젠버스.

당시 아랍국과의 외교에 우선순위를 두었던 중국은 이 방문을 극비리에 부쳤다(중국과 이스라엘은 1992년에야 국교를 수립했다). 어쨌든 이 방문으로 양국간에는 무기거래의 물꼬가 트였고 공로자인 아이젠버그는 이후 중국시장에 대한 이스라엘제 무기의 독점판매권을 얻었다.

아이젠버그의 방문은 이스라엘과 중국, 그리고 대만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 이스라엘제 무기의 주요 구매자이던 대만이 따돌림을 받고 그 자리에 중국이 들어선 것.

이스라엘이 중국 일변도로 방향을 튼 데는 잠재력이 큰 중국시장 공략과 중국의 대아랍 군사기술 수출을 완화하려는, 두 가지의 노림수가 있었다. 아울러 중국시장에서의 독점판매권 상실을 우려한 아이젠버그가 대만 무기수풀을 반대한 영향도 있었다.


펠콘시스템 판매금지 종용

아이젠버그가 방문한지 21년후인 올 4월 이스라엘과 중국의 군사협력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슈는 이스라엘과 중국간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거래계약.

이스라엘이 자체 배발한 '팰콘(Phalcon)AWACS' 시스템을 중국에 판매하려 하자 미국이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의 반대를 놓고 이스라엘 조야는 찬반으로 시끄럽고, 수입국인 중국까지 가세해 미국의 간섭을 비난하고 있다. 문제가 된 팰콘 AWACS 시스템은 이스라엘이 미국 레이시온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한 레이더 체계.

위상배열레이더와 컴퓨터를 결합시켜 400km내의 비행물체 60개를 동시에 포착, 추적해 사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이 한반도 비상시에 어김없이 띄우는 ASACS 시스템과 유사하다.

이스라엘은 팰콘 시스템을 러시아제 인류신(IL)-76수송기에 장착해 중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1996년 이스라엘은 늦어도 2002년까지 1대를 인도하기로 중국과 계약했다.

양국은 나아가 중국이 3~7대를 추가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양해각서도 교환했다. 대당 가격은 2억 5,000만달러. 이스라엘은 이미 1990년대 초 팰콘 시스템을 개조된 보잉 707 여객기에 장착해 호주와 칠레 등에 판매한 바 있다.

AWAVC 시스템은 중국이 공중급유기, 항공모함과 함께 가장 보유하고 싶어하는 군사장비. 이들 3박자가 갖춰지면 중국은 일거에 대만해협의 해· 공군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미국의 개입을 방해할 수 있다.

현재 대만은 허큘리스 수송기를 개조한 조기경보통제기 E-2C 4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성능은 AWACS기에 비해 훨씬 뒤진다.

미국은 중국이 AWACS기를 보유할 경우 대만해협과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이 무너진다는 논리로 이스라엘에 판매금지를 종용하고 있다. 아울러 팰콘 시스템 일부가 미국 기술이라면 무단 재수출은 불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곤혹스런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가타부타 무 자르듯 결정을 내릴 처지가 아니다. 군수업체의 이해와 미국과의 관계, 국방부와 외무부로 대별되는 정부내 강온파간 이견, 에후드 바라크 총리의 정치적 입지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군수업체의 입장에서 중국은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군축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994~1998년 5년간 10억 1,700만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해 세계 12위에 올랐다. 세계 100대 군수업체에 랭크된 이스라엘 기업도 6개에 달한다.

하지만 군수업체는 냉전종식에 따른 불황으로 심가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국영군수업체 IAI는 1996년까지 5년간 1만 7,240명에서 1만 3,203명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1990년 32개 공장에 1만 4,000명을 고용했던 2위 업체 IMII는 1998년 14개 공장에 4,3000명을 둔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 군수업체에게 최고 20억달러의 예상 수입이 걸린 팰콘 시스템 판매는 놓칠 수 있는 거래다. 더구나 주계약자인 IAI가 이스라엘의 최대의 외화가득업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30만명 고용확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바라크 총리가 미국을 향해 "판매 고수"를 외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나아가 군수업체와 국방부는 판매를 취소할 경우 중국과 잠재 구매국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뢰가 실추될 것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외무곤료들과 크네셋(이스라엘 의회), 재미 유태인 단체는 '대미외교 우선'을 이유로 판매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매년 40억달러의 군사 경제원조를 받는 최대 수혜국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 하원은 이스라엘이 중국에 팰콘 시슽메을 판매해 얻는 수익만큼 원조액을 삭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중국과의 계약을 지킬 수 있을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정부가 1대만 판매하고 나머지는 취소한다는 타협안을 흘렸지만 미국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정치·외교문제 뒤섞인 무기거래

국가간 무기거래는 경제학이 아니라 국제 정치학 영역에 속한다. 힘의 균형과 우위가 걸린 만큼 직· 간접적인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타산과 곁눈질, 압력이 일상적으로 오간다.

무기거래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은 탈냉전기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오히려 냉전기보다 더 복잡해지고 심해졌다. 군사기술종속국이 겪어야 하는 기회상실과 비애도 변함없이 존재한다.

미국이 갑자기 이스라엘의 대중국 팰콘 시스템 수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도 미묘하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중국의 정상교역 국가(NTN)지위 부여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고, 장쩌민 국가주석이 4월 12일 최로로 이스라엘을 국빈방문했던것과 어떤 관계는 없을까.

헤브류대 이츠하크 시초르 교수는 "이스라엘의 동아시아 무기수출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종속변수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1970년대에 대만을 주거래처로 한 데는 사실상 미국의 조장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대중외교를 강화하면서 걸림돌이되는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은 이스라엘에 맏긴 셈이다.

시초르 교수는 1980년대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도 전략환경 변화에 따른 미국의 계산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략환경 변화는 미· 소 데탕트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대만방어의 필요성이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중국에 무기를 팔게 하는 대신 중국 군사력이 강화된다는 점을 빌미로 자국의 대만 무기판매를 정당화했다고 분석했다.


세계무시기장, 미국으로 통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이스라엘은 대중 무기판매를 놓고 미구과 수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경제의 팽창에 따라' 중국위협론'이 제기되면서 미 정부와 의호, 정부기관이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스라엘이 공중급유 기술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디자인 기술, 투우 대전차미사일 기술, 사이드와인터 공대공미사일 기술 등을 중국에 유출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팰콘 AWACS 시스템 수출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미국의 갈등은 무기 수출 시장과 역학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데 불과하다. 이스라엘제무기의 대외 부품 의존도는 약 36%.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자급도가 아주 높다.

한국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가. 수출은 말할 필요도 없고 돈주고 사오는 무기와 자체 소요 무기까지 간섭받는게 현실이다. SIPRI에 따르면 1994~1998년 한국의 무기수입은 51억 7,100만달러(세계 5위), 수출은 1억 1,000만달러(세계 30위)였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5/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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