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패션시대, 자기 멋에 사는 '개성 男'

금요일인 21일 오후 홍대 정문앞, 20대 중반의 두 젊은이가 한손에 콜라컵을 든 채 인형집기 놀이인 토이크레인 오락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중 하드코어 음악가를 자칭하는 김모(25)씨의 패션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여러개의 막대기를 붙여 놓은 듯 한올씩 딴 흑인 레게풍의 드리드 헤어 스타일, 왼쪽 눈썹과 입술 밑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단 피어싱, 팔과 목에는 체인형 팔찌와 목걸이, 뒷목덜미와 오른쪽 장딴지에 새겨진 청록색 문신, 디키즈 티셔츠에 스노보드 스타일에 펑퍼짐한 청바지, 여기에 헐렁헐렁한 거인 운동화 등… 5년전부터 이런 특이한 패션을 했다는 김씨는 "남들의 시선이 불편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단지 나만의 개성 표현일 뿐,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다.

"복제형 인간은 되기 싫다"

이 시대의 젊은읻르. 그들은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남들과 같은 복제형 인간이 되기 싫어서""몸과 마음이 편하니까"라고 일축해 버린다. 평범을거부하는 그들만의 개성 표현이다.

같은날 이대앞 먹자골목. 군복을 평상복처럼 만든 밀리터리 패션을 한 옷가게 직원, 깔끔한 정장 차림에 번개맞은 듯한 머리 스타일의 남자 대학생, 긴 청바지로 길 바닦을 쓸고 다니느 ㄴ힙합 패션의 고교생, 울긋불긋한 염색 머리에 쫄바지를 입은 청년... 여대 앞에어선지 여성들이 더욱 많았지만 소위 '톡톡 튀는 패션'을 한 사람은 오히려 남자들이 더 눈에 띄였다. 남성 전용 미용실에서 남성전용 피부관리 센터에 이르기까지 온통 '남성 패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

액세서리 전문 체인점인 쥬얼리아의 김대중(29) 명동점 총무는 "자신만의 개성 추구를 원하는 남성들의 욕구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예전에는 예술이나 음악을 하는 일부전위 예술가들에 한정됐으나 2~3년전부터는 일반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들까지 여자보다 더 화려한 치장을 하는 유행이 일고 있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지난해부터 남성 전용 액세서리 코너를 개설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옷가게와 가방, 신발 가게들이 빽빽이 몰려 있는 이대앞 골목 한켠에 유난히 이색적인 장신구를 한 남성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이 곳은 피어싱(Piercing)을 전문으로 하는 액세서리 상점, 피어싱이란 귀고리 코걸이 배꼽고리 눈고리처럼 몸에 구멍을 뚫은 뒤 액세서리를 다는 패션을 일컫는 말이다. 이 상점에 들어섰을 때 대학 2년생 심모(19)군은 귀에 다섯번째 아크릴 귀거리를 달고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마치 벽에 대못을 박는 전기총과 같이 생긴 총의 총구 끝에 귀걸이를 장전한 뒤 달고 싶은 장소에 대고 쏘는 방식이었다.

시술자는 상점 주인. 감염을 대비해 살균을 한다거나 혹 발생할지도 모르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보호 조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심군은 "피어싱을 하고 나면 2~3일간 염증이 생겨 고생한다. 그러나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어 별 생각없이 한다"고 말했다.

의상, 헤어스타일에서 피부관리까니

전국에 40여개의 체인망을 갖고 있는 액세서리 전문점인 미니골드(Mini Gold)명동점의 한 직원은 "피어싱은 인체의 일부를 뚫어 그 곳에 금속 기구를 다는 준 의료행위로 외국에서는 허가를 받은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어떠한 법적 장치도 없어 일반 액세서리 가게엇 점원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례로 1998년 이모(26)양은 일반 액세서리 상점에서 귀 피어싱을 했다가 그 곳에 심한 염증이 생겨 3개월간이나 통원 치료를 하며 고생했다고 한다. 최근 남성의 미에 대한 욕망은 단순히 헤어스타일과 의상·액세서리 패션 수준을 넘어 피부관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홍익대 부근에 잇는 남성전용 피부관리 전문점인 맨플러스(Man Plus)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사춘기에 있는 남학생들의 여드름 관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느 예민한 피부를 가진 남성들의 피부 보호 의뢰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피부 관리도 이제 여성 전유물이 됐던 시대는 지났다. "고 말했다.

서울 소재 K대학 문과대 2년생인 민모(21)씨는 "몇년 전만해도 남자들은 학교 수업시간에는 장신구를 떼고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그런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교수님들도 이제는 반포기 상태에 있는 분위기다"며 "특히 예술대학 학생들의 경우 잉처럼 눈에 띄는 치장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미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무능한 삶'으로 보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통기타와 청바지가 유행했떤 1970년대 한때 긴머리를 한 장발자들을 범법자로 구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30년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당시 장발을 했던 그때 그 사람들은 금발 염색 머리에 코걸이와 힙합 바지를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자녀들과 맞닥뜨리고 잇다. '유행과 개성'이라는 것도 '세월' 처럼 인력으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듯하다.

입력시간 2000/05/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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