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키스트

젊음은 순수하고 진취적이다. 때묻지 않은 젊은이의 정열은 이상(理想)과 유토피아를 추구한다. 그렇지만 자칫 다듬어지지 않은 이상주의는 극단과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형 액션 르와르를 표방한 영화 ‘아나키스트’는 비극의 시대에 이상을 꿈꾸는 다섯 젊은이의 순수 열정과 갈등을 그렸다. 우리 역사에서 단 한번도 다뤄지지 않은, 그러나 암흑의 시대에 우리에게 정신적 위안과 지표가 됐던 의열단(義烈團)을 다룸으로써 한국 영화사적 의미와 질을 한단계 높였다.

참혹한 상황에서 폭력과 테러만이 유일한 독립투쟁의 수단이라 굳게 믿었던 의열단.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무정부주의를 신봉하는 다섯 명을 통해 이상주의와 폭력이라는 서로 상반된 논리의 충돌로 극을 전개했다.

시대배경은 일제의 만행이 절정을 이루던 1924년 중국 상해. 허무주의자이자 인텔리인 세르게이(장동건), 낭만적 휴머니스트 이근(정준호), 냉철한 철학가이자 조직의 리더인 한명곤(김상중), 과격 행동주의자인 백정의 아들 돌석(이범수), 그리고 소년 테러리스트 상구(김인권) 등 다섯명의 무정부주의자들이 피끓는 정열과 의리로 이상국가를 전설하고자 몸부림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93년 처음 기획됐으나 여건 미비로 취소됐다가 지난해 한국 영화 붐을 타고 7년만에 어렵게 빛을 보게 됐다. 60만평에 달하는 중국 상하이의 초대형 오픈 세트장에서 올로케로 촬영돼 1920년대 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시절’에서 조감독, ‘내 마음의 풍금’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던 유영식(33)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유감독은 새내기답지 않게 짜임새있는 구성과 중량감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쉬리’처럼 빠른 장면전개와 극적 화려함은 덜하지만 우리 영화의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졌다.

이상과 명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버린 다섯명의 무정부주의자. 순수와 열정에 휩싸여 있는 이들 아나키스트의 모습이 개인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이 시대 젊은이에게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 자못 궁금하다.


■ 한국의 얼/고경숙

중견 여류 조각가인 고경숙(46) 한국조각가협회 부회장이 3년만에 자신의 두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우리 고유의 전통 건축 기법을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 ‘한국의 얼’을 주제로 삼았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 처마 밑의 외공포 선과 기둥의 배흘림 기법을 조화해 한국적 선을 표현한 대리석 작품 9점, 그리고 브론즈와 스테인리스를 재료로 부처의 수인을 본 뜬 작품 10점 등 총 19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본래 고씨의 작품은 날카로운 선과 강한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 그러나 이번에는 그간의 강인함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여유와 포근함을 나타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물론 아직도 재료로 대리석과 브론즈를 고집할 정도로 예전의 날카로운 기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고씨는 “3년전부터 서양의 것에 한계를 느껴 한국적인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우리 것을 더 깊이있게 연구해 보여주고자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4월26일~5월2일/공평아트센터


■ 우주전사 손오공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기획된 초대형 가족 뮤지컬 한편이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과 MBC가 공동 주최하는 ‘우주전사 손오공’은 웬만한 성인 뮤지컬을 능가하는 엄청난 물량과 노력이 투입된 대형 뮤지컬이다.

특수효과 등 각종 첨단장비가 도입되면서 어린이 뮤지컬 사상 최대인 10억원의 제작비와 서울시뮤지컬단원 등 총 60여명의 인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수십명의 배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청룡이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 특수설계된 우주선의 등장, 손오공의 귀신같은 변신술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월드디지니류 작품에서 벗어나 자연을 존중하고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랑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등 30여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해온 김광휘가 극본을 쓰고 뮤지컬 작곡가 최귀섭이 음악을 맞았다. 연출 이종훈, 안무 서병구. 주인공 손오공역은 배준성, 미루공주역 박지미가 맡았다.(02)368-1515

4월27일~5월7일 오후 3시·6시30분(일 2시·5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강당


■ SEX:애나벨 청 스토리

포르노 배우 애나벨 청(24)이 10시간동안 251명의 남성과 마라톤 섹스(gang-bang) 이벤트를 벌이는 내용을 다룬 영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남가주대(USC)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중국계 인텔리 애나벨 청은 “여성 내면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하고 남성 우위의 사회적 억압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이런 퍼포먼스에 도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300명 남성의 모습, 그리고 땀과 고통의 신음을 토해내는 한 여자의 대비된 모습을 통해 그간 섹스 문제에 관해 순종적이고 피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성을 당당히 공개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마치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며 “파트너나 나에게 즐거운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10시간 동안 계속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는 것을 느꼈고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애나벨 청의 마라톤 섹스 그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가 이런 섹스 이벤트를 하게 된 배경과 이후의 심경, 그리고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의 평가 등 제작 후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4월29일 개봉/단성사 강변CGV 코아아트홀 등


[영화]

◇ 언피쉬

섹스 코믹 판타지. 박제된 고래 뱃속에서 섹스를 하며 소원을 빌면 그대로 이뤄어진다는 기발한 상황을 그린 영화. 박제된 고래를 상속받고 섹스의 마법을 부리게 된 주인공 소피(마리아 슈레이더)의 섹스어필한 자태와 소원을 비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렸다. 부천 영화제때 시티즌 초이스(관객상) 수상작. 루마니아 태생 로베르토 돈헬름이 메가폰을 잡았다.

4월29일 개봉/코아아트홀 MMC 시네하우스

◇ 스크림3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 시리즈의 최종편. 1,2편과 연관돼 주인공 시드니(비브 캠벨) 등 모든 등장 인물과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의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미국 10대들의 관심에 힘입어 할리우드 2월 개봉작 최고 흥행 기록과 2월4일~14일까지 전미 흥행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고등학교 학생으로 시작해 어엿한 숙녀로 변신한 캠 벨(27)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

4월29일 개봉/서울 명보 중앙시네마


[연극]

◇ 택시드리벌

장진 연출의 코믹 연극. 택시기사 장덕배(권해효)의 차에 타는 여러 군상의 손님을 통해 우리 세상을 반추해보고자 하는 내용. 권성덕 정규수 유인촌 등 중견 연기자들이 이 택시에 합승, 다양한 세상사를 보여준다. 3년전 올려졌던 작품으로 극단 ‘유’(YOU)와 유 시어터의 고정 레퍼토리 개발 작업의 두번째 시도. 장진 특유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재치있고 신랄한 대사와 은유 메시지를 만끽할 수 있다.(02)3444-0651~4

4월28일~6월11일 오후 8시(토 4시·7시)/유 시어터

◇ 총각파티

깔끔하면서도 재미난 희극. 주인공 갸리의 결혼식을 앞두고 고교 동창이 총각파티를 열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그렸다. 아내 피비를 속인 찰스, 선수들을 놔두고 빠져나온 아이스하키 코치 릭, 아내 몰래 참가한 공처가 월리, 결혼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갸리 등 동창생들이 미녀들의 잇단 등장으로 기괴한 일을 당하는데…. 패티 차예프스키의 작품을 연출가 김혁수가 꾸몄다. (02)924-4352

5월28일까지 오후 4시30분·7시30분/샘터파랑새극장


[미술]

◇ The Way/손문자

도예에서 구성주의 회화로 전향한 주부 화가 손문자(57)씨의 초대전. 손씨는 본래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도예를 했으나 1990년 유럽 순회전을 계기로 회화쪽으로 선회한 작가다. 처음에는 인상주의 작품을 주로 하다가 1994년부터 응용미술 전공을 살려 구성주의로 색채를 바꿨다. 이번 전시회에는 인류의 시초인 아담과 이브를 통해 인간 구원에 이르는 길을 표현했다.(02)739-0030

4월22일~5월1일/갤러리 상


[인터넷]

◇ 01412(파사신검)

웹상에서 펼쳐지는 인터넷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이영진, ‘짱’의 박은혜, TV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의 김영현과 중견 백일섭, 유지태가 출연한다. 허인아의 시나리오를 CF 감독 출신인 박태찬 감독이 감각적인 영상으로 만들었다. 비록 화면은 작지만 축적된 CF적 테크닉으로 액티브한 느낌을 준다.

4월28일부터/www.01412.co.kr/www.thrunet.com


[음반]

◇ SELAH

전국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김명주(20·부산경상대1), 장현미(19·전주예고졸) 여성 듀오의 첫번째 앨범. 장르는 힙합을 중심으로 R&B, 평키, 록 등 흑인 음악을 담았으며 우리 정서에 맞게 욕설이나 외설적인 가사를 배제했다. 그룹 부르스의 보비가 랩을 담당했고 드럼에 강수호, 베이스기타에 서영도 이준우, 기타에 토미 김이 세션으로 참여했다. 소 미디어 제작.(02)713-8165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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