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연기자들이 이제는 ‘감독으로 진출한 남편과, 남편 영화에 적극 관여하는 아내’라는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이혼한 케네스 브레너와 엠마 톰슨 커플이 있었고, 의식있는 감독과 배우로 유명한 팀 로빈스와 수잔 서랜든, 정치적 야심을 내보였던 워렌 비티와 바람둥이 남편을 안정시킨 아네트 베닝, 너무나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와 작은 영화에 출연하기를 마다 않는 캐이트 캡쇼가 대표적인 커플들이다.

여기에 마돈나가 데이트를 원했던 스페인 출신의 섹시 스타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맹해 보이는 금발 미인 멜라니 그리피스가 합세했다.

반데라스 부부의 첫 영화는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Crazy in Alabama>(12세 이상가, 콜럼비아)로 마크 칠드레스가 1993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멜라니 그리피스가 먼저 이 소설을 읽고 여주인공역을 탐내다 남편과 공동으로 설립한 ‘그린 문 프러덕션’을 통해 남편을 감독으로 데뷔시키며 소원을 이루었다.

“여주인공 루실은 대부분의 여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학대당하는 여성이고 남편에게 눌려 자신의 목표를 접어야 했던 여성이다”라고 인물 분석을 하고 있다.

남편 반데라스는 이렇게 말했다. “51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나니 내 생각을 세상에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코 치하에서 성장한 탓에 자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다른 수준의 두 개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는 자유의 여러 요소를 접할 수 있다. 어디서 이야기가 벌어지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러시아건 스페인이건 자유는 지구 어디에서나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 1960년대 미국 인권 운동의 본거지였던 알라바마주와 성공을 동경하는 이들이 꿈꾸는 도시 로스엔젤레스를 택한 연출의 변을 밝힌다. 또한 “이 영화는 선택적 꼴라쥬인 셈이다. 처음엔 블랙 코미디였다가 순수 코미디로, 다시 감동으로 이어져 마치 인생과 같다’라고 영화 흐름을 정리한다.

두 사람이 외모나 이제까지의 역할에서 형성된 이미지와는 다른 진지함으로 접근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되기까지 했으니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13살 소년 피조(루카스 모스)의 나레이션으로 1965년 여름, 알라바마의 인더스트리시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찍 부모를 여윈 피조는 형과 함께 외할머니 댁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이모 루실(멜라니 그리피스)이 일곱 아이를 외할머니에게 맡기며 “남편 목을 잘라버렸어요.

내가 하려는 일을 거절해서. 이제 생애 최고의 기회가 왔으니 그걸 잡으러 떠날거예요”라고는 빨간색 포드 오픈카를 타고 사라진다. 장의사인 외삼촌 도브(데이비드 모스)네로 옮겨간 피조 형제는 흑인의 데모와 수영장 총격 사건을 통해 인권에 눈을 뜨게 되는데 그것은 곧 자유와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던 이모 루실의 여정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된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05/03 18:5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