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정상회담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양영식 통일부 차관과 김령성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참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한 대표단이 4월2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1차 준비접촉을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접촉에서 양측 대표단은 27일 다시 2차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2차 접촉에서는 이날 남측이 제시한 문제에 대해 북한이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남측은 정상회담 형식은 단독회담, 횟수는 복수로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심탄회하게 정상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의제로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과 사회간접자본 지원,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면회소 설치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수석대표는 “북측은 부드럽게 나왔고 실용적이고 뭔가 결실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과거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측 대표가 ‘함께 손잡고 문을 열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방송도 연이어 준비접촉 소식을 전해 북측 대표의 말이 단순히 ‘덕담’만은 아닌 듯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양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해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과의 문제는 ‘돌아가는 것이 지름길’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공은 어쩌면 남한측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략을 떠나 민족대단결의 기초 위에서 일을 추진한다면 반대하거나 조급증을 낼 국민은 없을 것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3 19:32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