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사장은 ‘초(秒)테크’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단 1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다. 만약 어느 순간 적절히 할 일이나 읽을거리가 없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외우는 친구다. 10년전에는 시시콜콜한 연예정보(최진실의 생년월일 같은 것)까지 몽땅 외우고 다녔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빠지지는 않는데 지루한 이야기의 반복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토론을 즐긴다. 물론 농담을 하다 보면 아직도 천진난만한 구석이 많이 남아있지만 주관은 매우 뚜렷하다. 잘 내색하지 않을 뿐이지 사람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분명하다.

그래서 정치적인 냄새를 풍기는 집단이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기업활동에서도 우리 정서인 인간적인 관계(대인 관계)로 일을 해결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결정을 좋아한다.

프랑스에서 혼자 오래 산 탓인지 자립심이 강해 자칫 호의를 베풀려다 오히려 역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만큼 남의 간섭을 싫어한다. 부모님도 이제는 간단히 할 이야기만 하고 모든 것을 맡겨놓는다. 언젠가 한 친구가 전직을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사장은 그에게 “남의 시선이나 경제적인 것에 구애받지 말고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가치관을 엿보게 하는 일이다.

그는 단번에 많은 돈을 벌었지만 심지가 굵어 쉽게 들뜨는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어떻게 사는게 옳은 건지 고민하는 듯하다. 당분간은 사업에 전념하겠지만 40대가 되면 사업과는 전혀 다른 제2의 인생을 살 것 같다.

굳이 단점을 들라면 일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의 작은 것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한다. <송혁진 현대기술투자(주) 투자2팀장>

입력시간 2000/05/0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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