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잠재력 불구 아직 걸림돌 많아

인터넷과 중국을 놓고 궁합을 맞춰보자. 인터넷은 시간을 단축하고 공간을 축소하며 미래를 약속하는 기술. 중국은 13억 인구에 세계 세번째의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는 대국. 둘이 만난다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나아가 둘이서 전자상거래란 ‘옥동자’를 순산한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

13억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접촉하고 정보를 주고 받으며 상거래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절약되는 시간과 비용, 여기서 얻어지는 대체효과는 측량키 어렵다. ‘후리엔왕’(互聯網·인터넷)은 이제 중국 정부의 화두가 됐다.

인구와 영토의 압력을 극복해야 하는 중국에게 인터넷은 놓칠 수 없는 신부감이다. 인터넷을 향한 중국의 구애가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

4월20일 중국 내외의 저명한 인터넷 사업가들이 베이징(北京)에 몰렸다. 제 1회 ‘21세기 중국 인터넷대회’(21世紀中國互聯網大會)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는 중국 국제인터넷뉴스센터와 신화왕(新華網·신화통신사 인터넷), 중국 경제뉴스학회 등이 주최하고 국무원이 지원했다.

선진국 인터넷 사업의 경험을 배워 중국의 인터넷 발전공간을 넓히자는게 목적이었다. 이 대회는 중국을 달구고 있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열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2003년 거래액 38억달러 예상

중국은 국제 인터넷업계의 잠재적 황금시장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인터넷 인구가 지난해 말 890만명으로 세계 8위에 랭크됐고 주목받는 웹사이트수만 1만5,000개에 이른다. 2000년말이면 네티즌은 최대 3,000만명으로 늘어 일본에 이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액수는 4,000만달러를 초과해 1998년의 5배로 늘었다. 전자상거래의 미래는 더 밝게 비쳐진다.

IBM 그레이터 차이나의 CEO 저우웨이쿤은 “중국 전자상거래 성장률은 향후 수년간 매년 209%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내셔널 데이터 그룹(IDG)이 예측하는 2003년 중국 전자상거래액은 38억달러에 이른다.

은행을 통한 사이버 금융의 확산은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국유은행인 중국 상업은행의 예를 보자. 이 은행의 거래자 734명이 5만여회의 온라인 예출금과 채권거래, 쇼핑 및 지불 서비스를 통해 거래한 총액은 지난해 11월말까지 16억달러에 달했다. 이 은행은 최근 70여개의 중국내 온라인 업체와 연계해 전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시장전망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국내외 업체간 제휴·협력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컴팩은 상하이(上海) 정보투자사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공동으로 인터넷 투자와 컨설팅에 나섰다.

11월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서비스업체인 MeetChina.com이 미국 킨잔사와 제휴관계를 맺었다. 중국 중소기업이 중계상을 거치지 않고 해외 구매자들과 직거래하도록 돕는게 목적이다. 앞서 시단백화점은 9월 전자상거래 호스팅 설비 이용계약을 트윈베이스 인터내셔널과 체결했다.

트윈베이스측은 “중국내 10대 경매사와 20개 이상의 백화점이 우리 시스템을 이용해 경매와 재고관리, 판매, 회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내의 유력 인터넷 콘텐츠와 서비스 공급자인 Sohu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컴팩과의 제휴를 통해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골든 프로젝트’ 정책

중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국무원 우정국은 지난해 12월 CTMC와 공동으로 전자상거래 지불·배달체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우정국의 전국적 우편배달망과 CTMC의 지불 네트워크를 상호 결합시킨다는 것이다.

국무원 정보산업부(信息産業部)는 11월 중국 SLNS사와 IBM이 개발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사용자들은 TV, 전화, 팩스, 핸드폰 등의 전자 터미널 장비를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저조한 컴퓨터 보급률을 극복하고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사업과 전자상거래에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것은 1993년 중국 중앙정부가 잇따라 ‘골든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부터다.

골든 프로젝트는 중앙정부가 시장경제에 수반되는 급속한 의사결정의 탈집중화를 통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 경제적 측면에서 골든 프로젝트는 전자상거래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복잡한 시장을 단일화하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다.

골든 프로젝트는 ‘브리지’(Bridge) ‘카드’(Card) ‘택스’(Tax) ‘게이트’(Gate)로 차례차례 구체화했다. ‘골든 브리지 프로젝트’는 중앙부처와 국유기업을 정보제공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원하자는 것. ‘골든 카드 프로젝트’의 목적은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는데 있다.

신용카드 인증절차와 은행간, 지역간 결제 시스템을 제공해 신용카드 사용의 기반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골든 택스 프로젝트’는 납세와 자금유통을 전산화하자는 것. ‘골든 게이트 프로젝트’는 국무원 대외무역경제합작부와 각급 무역회사, 세관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수출입 관리를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벤처투자’(펑시엔터우쯔·風險投資)를 인터넷 관련 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전자상거래의 잠재력을 무기로 외국 벤처기업의 투자에 손짓하고 있다.

5,000만~1억명으로 추산되는 연안 경제특구 벨트의 중산층이 주축을 이룰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현단계에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 정보통신 인프라가 1990년 중반 이후 뒤늦게 설치된 덕분에 디지털 회선망 비율은 미국보다 높다. 이같은 디지털 회선망은 고속·광대역 정보송수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자상거래에 결정적인 공헌을 할 전망이다.


활성화 발목잡는‘현실의 벽’이 문제

하지만 잠재력과 현실은 별개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 역시 광범위하고 명백하게 존재한다.

중국인의 상거래 관행과 전반적 의식수준, 정부 정책, 인프라가 그것이다. 중국 정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이란 말을 들어본 중국인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네티즌 다수가 ‘온라인 구매는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신용카드 사용이 대중화되지 않아 사이버 거래를 위한 의지와 수단이 모두 결여돼 있다.

낮은 컴퓨터 보급률과 높은 전화·인터넷 접속비용 또한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지체시키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가장 발달한 광저우(廣州)에서조차 전화선을 통해 20시간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용은 36.51달러나 된다. 미국에서 통상 한달동안 내는 접속비는 20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국 네티즌은 집이 아니라 회사 컴퓨터를 이용해 접속한다.

불투명한 규제환경과 부처간 혼선도 외국기업을 당황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1월 국무원 바오미쥐(保秘局·기밀보안국)가 발표한 인터넷 규제법이 대표적이다.

골든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들어왔다가 실망해 철수하는 기업이 많은 것은 이같은 규제환경 때문이다. (정부가 보조하지 않으면)파산상태나 다름없는 은행 부문의 취약성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중국인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비효율적이고 허약한 물류 인프라는 전자상거래의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천웨이 중국상업은행 부행장은 “배달체계의 결함이 결제시스템보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부하가 걸린 철도 운송체계와 더딘 고속도로 건설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우편체계의 비효율성이 전자상거래를 소형물품에 국한시키고 있다는 것.

엄청난 성장 잠재력과 이에 못지않은 장애요인,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어쩌면 개혁·개방 21년을 헤쳐온 중국의 경제발전 모습과 닮은 꼴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모저스터우꿔허’(摸着石頭過河·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중국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5 18:26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