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직선의 구질이야말로 골프에서 가장 많이, 또 요긴하게 필요로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또 높이 띄우는 샷을 구사 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그린에 볼을 세우는 기쁨을 누리는 기회는 많아진다.

하지만 인생사가 그렇듯 매번 곧고 높은 구질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골프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요즈음 같은 봄철이나 모처럼 여행을 간 제주도의 코스에서 낭패를 본 경험, 나무나 워터해저드 하다 못해 그린 앞의 벙커를 피해갈 구질이 없어 게임을 망친 기억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아픈 추억이다.

2000년의 시즌오픈 대회였던 호남오픈에서 관록의 노장이요, ‘아이언 샷의 달인’ 박남신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본인의 희망사항은 톱10에 드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돌풍에 가까운 봄바람이 모든 것을 뒤집어버렸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낮게 깔리는 넉다운 샷을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만이 언더파를 기록한 반면 우승권에 있었던 어떤 신인은 무려 13오버를 기록하기도 했다.

넉다운 샷은 맞바람을 이겨내는데 꼭 필요하지만 뒷바람이 거셀 경우에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드라이브 샷처럼 최대의 거리를 얻기 위함이 목적일 때는 높이 띄워주는 것으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거리의 통제가 필요한 아이언 샷의 경우에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높이의 제어가 요구된다.

이 샷을 구사하는 요령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낮게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클럽의 로프트를 더욱 줄여줘야 하는데(롱아이언이 숏아이언 보다 공을 덜 띄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드레스 자세에서 볼의 위치를 오른발 쪽으로(뒤로) 다소간 이동시킴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양손은 볼의 앞에 위치하게 된다. 스윙은 폭넓은 테이크어웨이로 시작하며 자세는 낮게 유지하여 체중은 왼발에 두고 양발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스윙이 끝나도 오른발이 거의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이어지는 폴로스루는 낮고 짧게 가져간다.

넉다운 샷은 바람이 심한 해변 코스에 익숙한 유럽 선수들이 잘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거의 모든 아이언 샷을 이런 펀치샷으로 구사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최고수가 누구인가?

타이거는 이 방면에서도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2번 아이언으로 초기 고도를 지면에서 불과 50cm 정도로 유지시킨 채 무려 220야드를 보낼 수 있다.

곧게 나가다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 떨어지는 페이드 샷을 구사하려면 야구의 스윙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오픈 스탠스(왼발을 반 발 정도 뒤로 빼는 자세)를 취하며 체중을 약간 오른발 안쪽에 두는 것이 기본인데 이렇게 하면 볼은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위치하게 된다. 반대로 드로우 샷의 경우에는 왼발이 오른발 보다 앞으로 나가는 클로스드 스탠스를 취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샷을 성공시켰을 때 느끼는 희열은 보통의 경우와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이런 고난도의 기술은 상당한 훈련 없이는 구사할 수 없다. 타이거가 될 수는 없겠지만 고양이가 되기 위해서도 투자는 필요하다. 고양이만 돼도 필드에서 호령하며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입력시간 2000/05/0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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