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멜로디, 라틴음악 열풍 예고

“올 여름은 라틴이죠. 아마 여름을 겨냥해 나오는 댄스음악중 80~90%는 라틴 계열의 리듬이 될 겁니다.”

한 음반 제작자의 말처럼 올 여름 가요계에는 라틴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음악 선진국에 비해 1~2년 늦게 영향을 받는 국내 가요계의 라틴 바람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

최근 리키 마틴을 중심으로 한 라틴계 가수들이 세계적인 히트곡을 양산하고 있어 라틴음악의 국내 유입은 시간 문제였다. 특히 라틴록의 대명사 카를로스 산타나가 <슈퍼 내추럴>로 42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의 상을 휩쓸자 국내 음악계도 라틴음악의 유입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쾌한 여름 음악을 준비하는 히트 작곡가들은 거의 모두가 라틴 리듬에 관심을 표명한다. 힙합보다 훨씬 쉽게 팬들과 공감을 이룰 수 있고 멜로디 자체가 국내 음악과 엇비슷한 점은 올 여름 라틴음악의 붐을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맘보 살사 삼바 등 라틴 음악은 기성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아 음악 팬층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틴 돌풍은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 앨범 <초련>을 발표한 클론을 비롯하여 백지영, 박상민, 비쥬, 박미경 등이 라틴음악을 발표했거나 발표할 예정으로 라틴붐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라틴붐을 타겠다는 가수들을 소개한다.


실력파 가수들 앨범출시 잇따라

▲클론의 여름 돌풍은 라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이틀곡 <초련>이 클론 특유의 댄스음악이라면 여름을 겨냥해 숨겨놓은 두번째 타이틀곡 <바로 너>가 라틴의 대표적인 음악인 맘보로 꾸며졌다.

과거 <꿍따리 샤바라>가 브라질의 플라맹고 리듬을 사용했던 것처럼 1950년대 대유행했던 맘보리듬의 <바로 너>로 다시한번 전성기를 구가하겠다는 계산이다. “맘보 의상과 맘보 춤으로 시원한 여름을 만들겠다”는 것이 클론의 생각이다.

맘보는 원래 라틴음악과 쿠바 원주민의 토속음악이 합쳐진 장르로서 우리의 경우는 과거 트로트에 가미되기도 했다. 클론은 복고풍의 맘보리듬으로 신세대에게는 신선감을, 중장년층 팬에게는 향수를 일으켜 폭넓은 인기를 모을 생각이다.

▲백지영은 살사리듬으로 무장했다. 지난해 자신이 불렀던 라틴댄스풍의 <선택>보다 더 리드미컬하고 섹시한 느낌의 <대시>로 올 여름 팬들을 즐겁게 할 계획이다. 특히 살사리듬에 맞춰 추는 백지영의 춤은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대담한 안무로 남성팬의 눈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살사리듬은 1970년대 라틴음악이 미국 뉴욕 히스패닉에게 유입되면서 현대적 감각의 팝과 결합, 도회적이며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 음악 장르. 반드시 춤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음악으로 최근 영화 <살사댄스>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 음악팬의 귀에 익숙하다.

백지영은 이를 위해 최근 괌에서 남국의 정열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여학생 교복과 직장여성의 유니폼을 착용한 백지영이 남국을 배경으로 온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은 짜릿함을 맛보게 한다.

▲애절한 발라드 음악을 주로 부르는 박상민도 라틴 열풍에 동참했다. 1년만에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박상민은 라틴록으로 라틴댄스 음악과 한판 승부를 겨룬다. 타이틀곡 <네버>는 이를 말해준다.

산타나가 부럽지 않은 강렬한 기타 사운드, 리드미컬하게 퍼져나는 14인조 오케스트라, 20인조 합창단의 절묘한 조화는 황홀하기 하다. “다른 라틴 음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록발라드 음악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겁니다. 하여튼 라틴계열이라는 해석은 맞습니다.”

박상민은 라틴음악의 원 뿌리를 록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타나가 라틴음악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큰 의미를 둔다. 그래서 박상민은 자신이 올 여름 가장 인기있는 가수가 될 것이란 성급한 기대도 기대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선율과 하모니를 자랑하는 비쥬도 라틴음악 대열에 끼여들었다. 이미지상 라틴음악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비쥬는 이미지 변신과 유행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라틴음악을 선택했다. 비쥬는 스페인풍의 라틴 팝으로 승부를 건다. 나름대로 차별화된 전략이다.

7개월만에 내놓은 비쥬의 노래는 <쌍띠망>(sentiment)이다. <쌍띠망>에는 라틴의 흥겨움과 섹시함이 동시에 녹아 있다.

“라틴음악 고유의 특성에 우리 정서에 맞는 발라드 멜로디를 섞었어요. 아무래도 팬들의 입맛을 고려한 우리 음악이 올 여름 붐을 주도할 것라고 생각합니다.” 비쥬 역시 자신만만하다.

▲뭐니뭐니 해도 다크호스는 박미경이다. 지난해 삼바리듬의 <집착>으로 ‘라틴음악이 이런 것’ 이라는 주장을 폈던 박미경은 올해는 라틴댄스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

한때 마음의 고향인 발라드음악으로의 회귀를 고려했던 박미경은 라틴음악이 음악팬에게 어필하자 진로는 다시 U턴한 상태다. 자신의 성격과 음악 흐름을 고려할 때 라틴 댄스음악이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7월이라는 음반 출시 시기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나는 많이 움직일 때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를 주로 들어요. 내가 꼿꼿이 서서 노래를 부르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요.” 박미경은 이를 위해 한껏 몸매를 과시할 수 있는 무대의상 작업에 들어갔다. 듣고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겠다는 계산이다.


사회분위기 편승, 신주류로 부상할 듯

라틴 사운드는 정열적인 리듬과 흥겨움 면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어느새 빠른 템포의 음악에 익숙해진 음악팬의 구미도 자극시킬 요소가 농후하다.

대체적으로 경제가 호황일 때 라틴음악이 유행한다는 외국의 사례를 비쳐볼 때 ‘IMF 터널’을 벗어나 고도성장을 노리는 국내 사회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하여튼 라틴음악은 올 여름 가요계의 신주류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교민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0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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