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핵가족과 개인주의가 날로 팽배해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의미는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생활의 중심은 직장과 일터에서 이제는 가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휴일 레저와 문화 생활의 타깃도 가족을 빼놓고는 이뤄질 수 없을 정도다.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인 5월, 어린이와 가정의 달을 맞아 국내 문화계에서는 다채로운 가족 공연 행사를 펼친다. 어린이를 위한 연극 영화 무용 서커스 콘서트 등 다양한 축제 한마당이 이곳저곳에서 열린다.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손잡고 가볼만한 공연을 소개한다.

◇콘서트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는 디즈니 만화영화 주제곡을 감상할 수 있는 ‘디즈니 콘서트’가 5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인기탤런트 박영규와 김성민이 진행하며 신나는 노래와 춤이 선보인다. 또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뮤지컬 ‘테크노 피노키오’(4월28일~5월12일)가 열려 환상의 무대를 연다.

◇연극 바탕골 소극장에서는 인형과 그 인형을 다루는 조정자, 그리고 연극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서 다른 역할을 보여주는 인형극 ‘꿈꾸는 어릿광대’(5월5일~7월2일)가 펼쳐진다. 4일부터 대학로 동숭홀에서는 아동극 ‘둥개둥개 이야기 둥개-십이지신’(극단 님비곰비)과 ‘후크와 피터팬’(극단 한샘)이 무대에 오른다. 어린이날(5일) 예술의전당 서예관 4층에서는 극단 사다리의 연극 ‘내친구 플라스틱’이 공연된다.

◇무용 세계 청소년이 함께 하는 ‘2000 서울 세계 청소년 무용축제’가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거행된다. 국내 6개 단체와 슬로베니아 싱가포르 일본 핀란드 인도 중국 폴란드 해외 7개국 등 총 13개 단체가 출연, 각국의 춤을 소개한다.

◇서커스 호주의 대표적인 신체극(Physical Theater) 전문 공연단인 ‘서커스 오즈’가 내한, 3일부터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친다. 미래행 서커스라고도 불리는 이 극단의 서커스는 조명 의상 소품은 물론 테크노 라이브의 음악과 아슬아슬한 묘기가 연극적인 재미와 결합돼 새로운 흥미를 준다.

◇전시회 용맹스럽고 기백이 넘치는 고구려 군대의 모습을 만화 캐릭터로 만날 수 있는 ‘고구려 철갑기병 대전’(5월4일~14일)이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또 서예관에서는 ‘전국 학생서예 한마당’에서 선발된 학생의 휘호와 한글 한문 사군자가 전시된다.

◇축제 한마당 고적대의 팡파르, 캐릭터 인형의 행진, 종이접기 시범, 모형자동차와 마술, 전통 목각놀이, 줄넘기, 택견, DDR 경연 등 각종 시범공연과 강습회, 경연 대회가 예술의 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다. 또 극단 님비곰비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어린이 벼룩시장’, ‘깜짝 페이스 페인팅’, ‘마임조각상 퍼포먼스’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어버이날 공연]

◎ 악극 ‘아리랑’

국내 최초 극영화인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을 코믹하고 격정적으로 풀어낸 악극. 전원주 양택조 이일웅 남철 남성남 장칠군 장기용 등 개성이 강한 중견 연기자들이 출연, 중후하면서도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 예정. 특히 귀순 여배우인 김혜영이 특유의 발성법과 앙증맞은 코믹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끈다. 1920년대 일제 강점으로 민족의 아픔을 곱씹었던 시기, 가족과 남녀 사이에 피어난 사랑을 담은 춘사의 원작 ‘아리랑’을 빠른 극적 전환으로 풀어나갔다. 1920년대 애환과 향수를 느낄수 있을 듯. (02)501-7888

5월7,8일 오후 1시·3시30분·6시30분/리틀엔젤스회관

◎ 룰루

대중 문화에 있어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과연 어디인가. 또 성인 영화와 섹스 포르노의 차이는 무엇인가. 비가스 루나 감독의 영화 ‘룰루’를 본 관객이라면 한번쯤 이런 질문에 빠지게 된다.

올해 들어 국내에는 그간 금기시됐던 작품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정사와 쇼킹한 라스트신으로 관심을 모은 ‘감각의 제국’(감독 오시마 나기사)을 비롯해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폴라X’,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샤만카’, 그리고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준포르노성 성인물이 잇달아 선을 보였다.

이번에 개봉될 ‘룰루’는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내에 개봉될 수 있는 마지노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1989년 제작된 이 영화는 15세 소녀의 음모 면도와 성관계, 게이나 레즈비언과의 1대3 혼음 장면, 아내·남편·친구간의 3각 혼음 등 단순히 성인 영화라고 하기에는 금기의 영역을 너무도 많이 넘었다.

영화 제작 당시 무려 5명의 여배우가 이런 장면 때문에 출연을 거부, 촬영이 1년여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1994년 국내에 수입돼 심의를 신청했으나 워낙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영화를 만든 비가스 루나는 스페인 디자인 학교인 엘나와 엘리사바 교수 출신의 감독 겸 제작자다. 1992년 ‘하몽하몽’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에도 꿰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주인공 룰루 역을 맡은 프란체스카 넬리(26)는 “이 영화가 자극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세대간의 감각에 관한 문제다. 이 영화는 결코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관객은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 그것은 아마도 국내 대중예술의 성(性)적 개방의 허용 척도를 보여주는 해답이 될 것이다.

5월11일 개봉/단성사 등

◎ 축제/문재숙의 죽파 이야기

인간문화재 23호인 고(故) 김죽파 선생의 가야금 산조가 재연된다. 고 김죽파의 산조 전수 조교인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와 예가회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는 고 김죽파의 신민요 아리랑과 오동나무를 처음으로 민간에 공개한다. 또 민간풍류, 가야금 병창, 신민요, 승무, 가야금 산조 연주도 함께 선보일 예정. 명성황후의 음악 감독이자 아리랑 TV에서 국악 프로를 맡고 있는 박칼린이 진행을 맡는다. 기존 국악공연 무대와는 전혀 다른 무대장치가 설치돼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킬 전망이다. (02)3473-6766

5월12일 오후 7시30분/국립국악언 예악당


[영화]

· 에린 브로코비치

줄리아 로버츠의 진가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초미니 스커트와 가슴이 파인 블라우스,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 이혼녀 에린(줄리아 로버츠). 3명의 자녀에 은행 잔고라곤 16달러가 고작인 그녀가 가까스로 구한 변호사 사무실의 잡무직을 하던 도중 우연히 한 대기업이 크롬을 배출시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그 회사를 상대로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는데….

5월4일 개봉/허리우드 단성사 시네코아 등


[연극]

· 장날

6·25 전쟁 이후 한민족의 비극을 해학이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풀어낸 작품. 주인공인 유랑극단의 광대 삼식이와 막간 가수 하내단이라는 떠돌이 광대 부부가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벌이는 해프닝을 통해 인생 유전을 풍자했다. 가슴 뭉클하면서도 순박한 웃음을 선사한다. 박채규가 직접 희곡에서 연출, 주인공까지 나서는 1인 3역을 했다. 중간중간에 구전으로만 들려오든 구전 민요를 타령조로 노래도 구슬프다. (02)747-3066

5월31일까지 오후 4시30분·7시30분/공연장 자유

· 고도를 기다리다 보면

현대의 대표적인 부조리 연극인 원작 사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번더 부조리하게 해석한 작품. 현대인의 모습을 무대 위에 투영시켜 재미나고 감각적으로 각색했다. 원작에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두 가지 성격이 부여돼 있으나 여기에 더 풍부한 등장 인물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들간의 조화와 행위를 통해 기다림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02)762-0010

5월10일~6월30일 오후 7시30분(주말 4시30분·7시30분)/소극장 오늘·한강·마녀


[콘서트]

· 장사익의 효(孝) 콘서트

우리 고유의 정서가 물씬 풍겨나오는 소리꾼 장사익과 흥겨운 사물패의 흐드러진 소리 한판이 어우러진 무대. 풍물패와 함께 태평소를 불며 등장하는 장사익의 고시레 타령, ‘허허바다’‘국밥집에서’로 이어지는 절규의 소리, 장재효의 모듬북과 김광석의 기타 연주 등 국악와 가요의 접목이 시도된다. 공연 말미에 하용부의 밀양북춤과 김운태의 소고춤도 선보인다. 어버이날 선물로 적합할 듯. (02)580-1300

5월8일 오후 3시·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 Jazz & New Music Festval

재즈 전용 극장인 딸기 극장이 5월 한달동안 국내 정상급 뮤지션 30팀을 모아 딸기축제를 연다. 전통 재즈와 퓨전에서 국악, 컴퓨터 미디음악 등에 이르는 여러 장르를 보여준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영경, 드러머 김희현, 현악 4중주 그룹 박정민, 재즈계의 퓨전 대가 WAVE, 프리재즈의 김대환&강태환, 재즈 비평가 김현준 등 개성있는 뮤지션이 모두 나선다. (02)762-3284

5월3일~31일 오후 7시30분(주말 5시)/대학로 딸기극장


[전시]

· 오지의 사람들

베트남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오지탐사 전문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로 구성된 단체 아르스가 선보이는 작품.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라오스의 남부지방 참파삭(Chanpasak)의 독특한 삶의 모습 렌즈에 담았다. 앙코르 제국의 천년 영화를 이루었던 옛 크메르인의 흔적과 이제는 전설로만 남아 있는 메콩강 주변의 유적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02)2273-5480

5월8일~13일/후지포토살롱(서울 중구 충무로 소재)


[음반]

· 마법의 자장가

아기 때문에 낮과 밤이 뒤바뀐 부부들을 위해 제작된 자장가 음반. 산부인과 의사인 후쿠다 시게루(54) 박사와 작곡가 카미야마 준이치(52)가 임산부의 자궁내 소리를 분석해 만든 특수 음반이다. 아기가 태내에서 듣는 각 악기별 음원을 추적해 제작하는 특수 기법을 활용했다. 임상실험에서도 큰 효과를 봐 미국 홍콩 대만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작 예전미디어 (02-3142-2242).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5/07 19:51


송영웅·주간한국부